몬트리올은 겨울이 무섭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주위사람들이 나에게 몬트리올에서 사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나는 몬트리올이 너무 좋다며 칭찬을 늘어놓는다. 그러면 다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툭 던진다.

“그래? ^^ 네가 아직 겨울을 안 겪어 봤지?”

캐나다 대다수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2-3주정도 휴가를 간다. 나도 이번 겨울 한국에 2주 반 정도 다녀왔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보자마자 반갑다는 인사 대신 하는 첫마디가 “엇? 너 돌아왔네?”다.

많은 외국인들이 몬트리올의 매섭고 혹독한 겨울을 겪고는 종종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있어 농담처럼 주고받는 말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몬트리올의 무서운 겨울을 체험해보지 못한 나는 속으로 ‘추위가 뭐가 그렇게 무서워? 잘 입고 다니면 되지 뭐~~’라고 생각했다.

그간 몬트리올이 -20도까지 떨어진 적도 있지만 두터운 파카와 두꺼운 부츠를 신으면 견딜 만 했기에 나름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토요일 '눈폭풍'이 온다는 경보가 발령됐다. 체감 온도는 -35도까지 떨어지고, 눈은 2m 가량 쌓일 예정이므로 웬만해선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경보였다.

▲ 1월 20일 집 앞에서

그 다음날 일어나 보니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집 앞 눈은 1m이상 쌓인 것 같았다. 나는 보통 일요일에 일주일치 장을 보러 가기 때문에 ‘장을 보러 갈까~~ 말까~~’ 잠시 고민을 했다. 장을 보러 가지 못하면 일주일을 한국에서 공수한 인스턴트 음식으로 지내야 한다. 비상음식을 이까짓 눈 때문에 소비하는 것도 아깝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좋아하는지라 ‘눈보라? 뭐 별 거 있겠어?’ 하며 꽁꽁 싸매고 집을 나섰다.

▲ 집 앞에서

집을 나서 발을 내딛자마자 발이 눈 속으로 푹 빠졌다. 눈이 내 무릎까지 쌓여있어 앞으로 나가기 버거웠다. 간신히 눈을 헤치고 차가 다니는 도로까지 갔다. 다행히 차가 다니는 도로의 눈은 치워져 있었다. 하지만 끝없이 몰아치는 눈 때문에 금방금방 눈이 쌓이고 있었다.

▲ 교차로

걸어서 2분밖에 안 걸리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갔다, 눈이 바람과 함께 사방에서 때리듯 내려 앞을 보기도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그야말로 ‘눈폭풍’이란 말을 실감했다. 몸을 밀듯 힘겹게 한발 한발 내딛으며 걷고 있는 중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지나가던 차가 미끄러졌는지 눈 더미에 박혀있었다. 다행히 운전자는 멀쩡해 보였지만 차는 눈 속에 박혀 꼼짝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차들도 사람들도 기어가고 있었다. 반대편에 있는 차는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서서히 후진해서 내리막길로 미끄러져갔다. 다행히 차들이 다들 조심조심 서행을 하기에 사고는 나지 않았다

앞이 제대로 보이질 않아 버스가 오는지 안 오는지 알 수 없었다. 5분 정도 기다리니 발이 서서히 얼고, 손은 점점 감각을 잃어갔다. 다행히 저 멀리서 버스가 보였고 나는 “살았다!!”를 외치며 버스에 올라탔다.

그렇게 장을 보고 다시 눈 폭풍을 헤치며 집에 돌아왔을 때 눈보라에 맞은 얼굴은 비를 흠뻑 맞은 듯 다 젖었고 볼은 새빨개져 있었다. 얼어 죽을 뻔 했다. 그래도 무사 도착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휴~~ 내가 교만했지. 다시는 몬트리올 겨울을 만만하게 보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다.

▲ 드디어 눈이 그쳤다.
▲ 드디어 눈이 그쳤다.

2m 눈을 쏟아 붓고 저녁이 되어서야 눈은 그쳤지만 눈으로 뒤덮인 몬트리올은 며칠 지나야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은 올 겨울이 눈 없는 겨울이라 한다. 가물어 올 봄 농사도 걱정이라고 한다. 몬트리올 눈을 반만이라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원래 눈은 이렇게 예쁜데...뭉치면 무섭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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