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호색(玄胡索)은 4월 초순부터 산 중턱 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작은 꽃이다. 남산이나 북한산에 가도 볼 수 있다. 왜 이름이 玄胡索일까? 검을 玄, 턱밑 살(혹은 과거에 오랑캐 호) 胡, 동아줄(찾을) 索으로 되어 있다. 이름과 꽃은 아무리 생각해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주주통신원 이호균 선생님은 '玄胡索은 중국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쓴다. ‘玄’은 한약재로 쓰는 알뿌리가 검은 데서, ‘胡’는 주된 분포지가 중국의 하북성 및 흑룡강성 북쪽 오랑캐 지역인 데서, ‘索’은 새싹이 돋아날 때 매듭 모양으로 꼬인다 해서 지어졌다'라고 설명해주신다.  

그러나 나는 내멋대로 뿌리 모양과 연관 지어 생각해본다. 현호색의 뿌리는 ‘검은 덩이줄기 형태로 이 덩이줄기 밑에서 직경 1cm 몇 개 뿌리가 또 나온다’고 한다. 덩이줄기가 턱밑 살이고 몇 개의 뿌리가 동아줄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玄胡索 가운데 글자 胡가 오랑캐라는 말이 좀 생뚱맞게 느껴진다.    

학명은 ‘Corydalis turtschaninovii’라고 하는데 꽃 모양이 종달새(그리스어로 Korydalis)의 머리와 닮았다 해서 붙었다.  서양인은 꽃 모양을 중시하는 반면에 동양인은 그 쓰임새를 중시하여 이름 짓는 것 같다. 현호색은 뿌리를 말려 약재로 쓰는데 강력한 진통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내 눈에 현호색은 어여쁜 꼬리를 가진 새들이 올망졸망 모여 이야기 나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꽃이 작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봐야 얼마나 예쁜지 알 수 있다. 가까이 가서 보면 여름에 산에서 피는 투구꽃이나 진범(진교)과 같이 감정이 있는 꽃 같다. 세 꽃 다 보기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사랑스러운 꽃이다. 말을 걸면 꼭 조잘조잘 대답을 해줄 것만 같다.

▲ 작년 태백산에서 만난 투구꽃
▲ 작년 태백산에서 만난 진범

4월 산에는 사랑스러운 봄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막 올라오는 새순도 정말 사랑스럽다. 국수나무 새순과 두릅이다.

▲ 국수나무 새순과 두릅

올괴불나무는 생강나무처럼 가장 먼저 꽃이 피는 나무다. 잎이 달리기 전 꽃이 피는 나무는 키가 작은 나무들이다. 큰 나무 그늘에서 살기 때문에 큰 나무에 잎이 달리기 전 햇빛을 확보하기 위해 남들보다 일찍 깨서 일찍 움직인다. 3월이 되면 올괴불나무는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꽃은 지난 해 가지 끝에서 쌍으로 핀다.

▲ 관악산 올괴불나무 꽃(사진 : 박효삼 주주통신원 제공)

4월 중순을 넘어서면 꽃은 지고 열매가 달린다. 열매도 꽃을 따라 쌍으로 달린다. 5월부터 붉게 익기 시작하며 맛도 달다. 키가 작은 나무는 햇빛 확보를 위해 공간이 비어 있는 등산길 양 옆에서 많이 자란다. 국수나무와 더불어 등산길을 예쁘게 장식해주는 고마운 나무다. 

▲ 올괴불나무 열매와 새순

봄 산에 가면 늘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낀다. 나도 생명인데... 나무가 보기에 나도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보일까?

참고 기사  : 이호균 주주통신원의 <변산바람꽃으로 한 해의 꽃산행을 시작하며> 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20

올괴불나무 설명 : '숲과문화연구회' 이덕근 숲탐방 해설가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주주통신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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