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학의 '쉬운역학(易學)' 89. 우리말 이바구(5)

‘언어(言語)는 존재의 집(하이데거), 철학의 문제는 언어의 문제(화이트 헤드)’라는 명구가 있지요.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고, 생각이 말과 글(언어)로 나타나고, 그 생각은 철학이고, 철학은 사상의 바다를 이루지요. 언어 문자로 이루어진 모든 문학, 학문, 사상, 철학은 언어철학이 바탕이 되는 것이네요.

우리는 한글을 배움으로 해서 문맹(文盲)에서는 벗어났지요. 그런데 지금은 ‘철학 문맹’의 시대라고 할 수 있지요. 한글로는 언어, 의식, 개념, 철학이라는 고리를 꿰기가 어렵지요. 소리글자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뜻글자인 한자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한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왔고, 생활 속에 들어 와서 자리 잡은 문자이지요.

또한 우리가 다양한 언어를 알고 구사하면 매우 좋지요. 의식이 확장되고 다양한 인류문화를 공부하는데 꼭 필요하니까요. 아래의 예시에서 보듯 한자는 뜻글자이고 철학하는 문자임을 알 수 있지요. 소리글자인 한글과 함께 사용하면 매우 좋지요.

① 하늘 : 천(天) - 보이는 하늘(형이하). 건(乾) - 보이지 않는 하늘(형이상).

② 생각 : 념(念) - 현재 생각. 상(想) - 과거 생각. 사(思) - 미래 생각.

③ 보다 : 시(示. 視) - 눈으로 현상을 보다. 간(看) - 자세히 보다. 견(見) - 자각해서 자신을 보다. 관(觀) - 꿰뚫어 보다

④ 옥(玉) - <설문해자>에 총 151개의 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전서(篆書)를 볼 수 있네요. 총괄적인 의미의 옥자, 형태가 다르고, 색상, 용도가 다른 유형별 옥, 제사에 쓰이는 옥, 행정사무에 쓰이는 옥, 몸에 지니는 옥, 의복이나 관모 등의 기물에 상감하는 옥, 장례에 사용하는 옥, 옥을 가공하고 다루는 양상을 나타내는 글자의 옥, 옥이 내는 갖가지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의 옥 등등.

▲ 사유의 열쇠 / 박이문 지음 / 산처럼 펴냄 / 철학의 주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생각을 명료하게 해주는 것’이다. 생각을 명료하게 해준다는 것은 생각의 도구인 언어를 명료하게 해준다는 것이고, 바꿔말하면 개념을 명료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원로 철학자 박이문(74)씨가 쓴 <사유의 열쇠>는 생각의 도구인 이 개념을 철학적으로 명확하게 정의하고 설명해줌으로써 개념의 오용과 남용을 피하게 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일종의 철학사전이다(출처 : 2004.02.13.한겨레 신문)

(1) 한자는 글자 수가 많고 복잡해서 어려운데 쉬운 우리 한글을 두고 무엇 하러 배우는가?

(2) 사람들이 소통하는데 지장이 없으면 될 것이지 어려운 한자를 힘들여 무엇 하러 배우는가?

이런 말은 언어문자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의 말이지요. 매우 편협한 생각이지요. 생각을 논리적 합리적으로 하지 않고 개념이 약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지요. 생각을 깊고 넓고 다양하게 하지 않는 곳에서나 있는 말이지요. 한 마디로 철학이 없다는 것이지요. ‘역사가, 철학이 밥 먹여 주느냐’고 하는 의식이 천박한 곳에서나 있는 생각들이지요.

 

1) 밥 - 한자 반(飯)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계급사회였던 조선시대에는 신분에 따라 ‘밥’에 대한 명칭이 달랐다. 하층민의 밥은 ‘끼니’, 평민은 ‘밥’, 양반은 ‘진지’, 왕은 ‘수라’라 했다. 당연히 먹는 동작에 대한 표현도 달라서 끼니는 ‘때운다’, 밥은 ‘먹는다’, 진지는 ‘드신다’, 수라는 ‘젓수신다’라고 했다 한다.

2) 진지 - 진시(辰時 07시~09시)에 먹는 밥에서 유래. 진지 드셨습니까?

3) 수라 - 수라상(水剌牀). 궁중에서 임금에게 올리는 밥상을 높여 이르던 말. 임금의 진지를 가리키는 ‘수라’는 몽골어 ‘술런’에서 온 것으로 본다. 원나라의 지배를 받던 고려 때, 태자들이 원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돌아와서 왕위에 올랐는데, 이때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한자로는 ‘수라水刺’로 적는데, 이는 단지 ‘수라’를 한자식으로 표기한 것일 뿐 별다른 뜻이 있는 말은 아니다. 따라서 몽골어가 들어온 최초 시기는 앞서 나온 설명대로 1231년(고종 18년)으로 잡는다. 다만 수라 같은 궁중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때는 몽골인  공주들이 고려왕의 왕후로 오면서부터라고 추정한다. 즉,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의 딸 제국대장 공주와 결혼한 충렬왕(忠烈王, 1236∼1308년)이 즉위한 1274년부터 상당수 몽골어가 궁중용어로 쓰이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4) 마지(摩旨) - 불교 용어. 부처님에게 올리는 밥. 절에서 사시마지(巳時 09시~11시)라는 의식이 있다.

5) 아궁이 - 인도 아그니(Agni) 신에서 유래. 아그니(Agni)는 아기니(阿耆尼)로 한역(漢譯)한다. 산스크리트어로 ‘불’을 의미하며, 라틴어 이그니스(ignis)와 어원이 같다. 고대 아리아인들의 아궁이 속 불에 대한 신앙에서 기원했다. 불을 관장하며 브라만교의 모든 제식에서 정화(淨化)기능을 담당했다. 어둠을 밝혀 사람들에게 번영을 가져다주고 인간사회를 보호·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그베다>의 첫번째 찬가(讚歌)의 주인공으로서 그 찬가의 수가 신들의 왕인 인드라(Indra) 다음으로 많다.

아그니(Agni)는 천공(天空)의 디아우스와 대지(大地)의 여신 프리티비의 아들로 여겨지고 있지만, 브라흐마(Brahma, 梵天)가 창조한 연꽃에서 태어났다는 설도 있다. 인간과 신을 이어주는 중개자, 또는 신들의 안내자로 간주되며, 두 개 또는 세 개의 얼굴과 일곱 개의 혀, 빨간색 몸에 붉은 화염의 옷을 입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보통 전차를 타지만 숫양이나 염소를 타기도 한다.

아그니는 불의 형태로 모든 가정에 거주하면서 가족을 보호하는 수호신으로 숭배된다. 베다시대 이후 현재까지 힌두교도들의 여러 제식과 결혼식에 중요한 희생물이자 증인으로 봉헌되어 왔다. 또한 ‘소화의 불’로서 인체에서 소화 작용(消化作用)을 한다고도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힌두교 성지 바라나시(Varanasi)에 있는 마니카르니카 가트(Manikarnika Ghat) 화장터에서는 아그니가 내려줬다는 신성한 불꽃을 수천 년 동안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6) 정지 - 인도식으로는 날씨가 더운 지역이라 밖에서 음식을 하는 땅이라는 뜻으로 솥 정鼎, 땅 지地로 정지(鼎地). 경상도 사투리로는 깨끗하고 청결한 곳이라는 뜻으로 깨끗할 정淨, 땅 지地로 정지(淨地)를 쓴다고 한다.

7) 부뚜막 - 아궁이 위에 솥을 걸어 놓는 언저리. 흙과 돌을 섞어 쌓아 편평하게 만든다.

8) 신라 - 인도어 시라sila에서 유래. ‘계율, 축복, 불국토’라는 뜻으로 한자 발음으로 불교의 땅 ‘신라(新羅)’가 되었다고 한다.

9) 보필(輔畢) - 북두칠성 중에 6번 무곡성을 감싸고 있는 별로 보성(輔星)과 필성(畢星)이 있다고 한다.(연재물 15회). 그래서 윗사람을 옆에서 받들어 모시는 일을 보필한다고 한다.

10) 문호(門戶) - 천문지호(天門地戶)의 준말. 우주의 기운이 드나드는 하늘 문 과 땅의 문을 말한다. ‘문호를 개방한다’는 말로 쓰인다.

[편집자 주] 한겨레 주주인 김상학 선생님은 현재 대학 교육원에서 주역, 노자, 장자, 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고, 한민족의 3대경서를 연구하고 있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상학 주주통신원  saram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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