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시향 공연에서 ‘우 웨이’가 연주하는 생황협주곡 ‘현상(Phaenomena)’을 들었다. 태어나서 생황 연주는 처음 접한 것 같다. 먼저 이전에 우 웨이가 연주했던 생황협주곡을 소개한다. 이 곡은 작곡가 '진은숙'이 2008년 생황과 오케스트라를 위하여 작곡한 협주곡이다. 제목은 ‘슈(이집트어로 바람)’.

 

멈춘 듯 잔잔하게 흐르는 바람소리, 나무 사이를 유영하는 가는 실 같은 바람소리, 나무를 살랑살랑 흔들어 유혹하는 바람소리, 거세게 몰아치는 무서운 바람소리까지 들렸을까?

생황협주곡 '슈'를 작곡한 진은숙은 이렇게 말한다. "생황은 모든 악기와 잘 어울린다. 생황이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한다면 오케스트라는 큰 생황이다. 생황은 그만큼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다" 

생황은 그 소리만큼 낯선 악기지만, 3천 년 넘는 역사를 가진 동양 관악기로 우리나라에서도 고구려때부터 조선시대까지 궁중음악에서 쓰였다. 하지만 원조는 중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생황, 중국에서는 셍(sheng), 일본에서는 쇼(sho)라 부른다.

▲ 17관 생황

생황은 기다란 대나무관을 세로로 다닥다닥 붙이고 가로에 취구를 붙여 숨을 불어넣어 소리를 낸다. 동양 악기 중 유일하게 화음을 낼 수 있는 관악기다. 한국 생황은 주로 17관, 중국 생황은 36~37관으로 이루어지는데 우 웨이는 37관을 쓴다. 그의 37관은 무려 20개 소리를 한 번에 낼 수 있다고 한다.

지난 5월 18일 연주에서 우 웨이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베른트 리하르트 도이치’가 2018년에 작곡한 생황과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현상’을 25분간 쉬지 않고 연주했다. 무게만 4kg에 달하는 생황을 들고 펄쩍펄쩍 뛰면서 정말 온 몸으로 연주했다. 그가 불어넣는 숨은 단지 입에서만 나오는 숨이 아니라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든 숨의 집약체 같았다.

큰 호흡이 다양한 숨으로 실처럼 끊기지 않고 길게 불어 넣어지면서 나오는 소리는 기기묘묘했다. 끊어질 듯 가늘다가도 천둥.번개 치듯 우렁찼다. 2018년 작곡된 ‘현상’은 5월 5일 바젤에서 세계 초연으로 공연되었고, 아시아에서는 이 날 처음 한국에서 공연되었다. 아직 ‘현상’ 영상은 공개되지 않아 소개할 수 없어 아쉽다.

우 웨이는 상하이 음악원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원에서 수학했다. 현재는 상하이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생황이라는 고대악기를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은숙을 비롯한 여러 현대음악 작곡가들이 작곡한 생황연주곡(협주곡 포함) 400 작품을 초연했다. 2011년에는 에든버러 국제음악제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진은숙의 생황협주곡 '슈'를 연주해 헤럴드 엔젤상을 받았다. 2017년에는 중국 음악상 독주자상을 수상했다.

▲ 더블 베이스와 즉흥 앙상블을 펼치는 우 웨이

그는 전통악기가 전통방식으로 연주하는 걸 넘어 다른 악기와 앙상블을 통해 생황이 가진 여러 특성들을 끌어내고 싶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가 현대음악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아래 영상은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하는 모습이다. 그의 생황 소리는 고전음악과도 잘 어울린다. 내 귀는 구닥다리인지 현대음악보다는 고전음악 앙상블이 더 귀에 쏙 들어온다.

 

중국 전통악기 비파(Pipa/琵琶)와 협연도 새롭다.

 

누군가 그랬던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그 말에 빗대어 ‘세상은 넓고 들을 곡은 많다’고 해도 되나?

참고자료 : SPO(Seoul Philharmonic Orchestra)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미경 주주통신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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