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우리 곁에 다가오기 시작하는 6월이 되면 흰 종이부채를 손에 들고 가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가끔 살금살금 쫓아가서 그 부채가 인쇄 그림 부채인지 직접 그린 그림 부채인지 확인하곤 한다. 대부분 인쇄 그림 부채다. 아직까지 손으로 그린 부채를 들고 가는 사람을 만나보진 못했다. 만약 만났다면 그 사람을 다시 쳐다보았을 거다. 부드럽게 꺾어진 난이라도 친 그림이라면 얼마나 멋들어져 보이겠는가? 그만큼 흰 종이부채에 그려진 그림이나 글씨는 품격도 있고 여유도 있어 보인다. 부채를 든 사람까지 풍류를 아는 멋쟁이로 보인다.
이런 멋쟁이 부채를 그리는 노원구 서예가들이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10일 오후 5시 노원문화예술회관 4층 노원아트갤러리에서는 ‘자연과 문화 속으로 힐링 부채전'이 열렸다. 노원구청이 후원하고 노원서예협회(회장 현명숙/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가 주최하는 이 부채전은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 전시는 6월 15일까지 이어진다.
개막식 전 행사로 시낭송이 있었다.
개막식에는 오승록 노원구 구청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노원을 국회의원, 이경철 노원구의회의장, 손영준 노원구의회 의원,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박춘택 노원문화원 원장, 김도형 노원연극협회 회장, 김광해 노원미술협회 회장, 김길애 노원문인협회 회장 등 노원구 관계자와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현명숙 회장은 인사말에서 “부채전은 다른 서예작품에 비해 소품이면서도 전시가 어려운 작품이다. 회원들이 명품전시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었다.“며 먼저 회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또 ”노원구청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어 보다 여유 있는 전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며 노원구청에도 감사를 표하며 ”노원구민들이 많이 관람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오승록 구청장은 “부채라는 작은 공간에 한국인의 멋과 풍류를 담아내는 것이 자랑스럽고 지난 등축제에서도 ‘서예 부스’을 운영해 축제를 풍성하게 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노원서예협회회원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또 ”100세 어르신들에게 드리는 글을 현명숙 회장이 붓글씨로 써주어서 무척 감명 깊었다,“고 했다.
이어 오승록 구청장은 ”올 7월에는 중계동 북서울미술관에서 천경자, 김환기, 박수근 등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하는 ‘한국근현대명화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전하며 ”노원구에 문화가 융성하게 피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경철 노원구의회의장은 “작년에는 근접성 차원에서 구청에서 진행했지만 올해는 전문전시관에서 전시하게 되어 더 축하한다.”고 했다. 또한 “중국부채는 크기만 크고 일본부채는 얄팍하지만 한국부채는 작은 공간에 풍류를 담는 것 같다.”며 “노원구 서예가들이 이런 여백의 아름다움을 계속 전파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원은 “작년에 비해 기량도 성장하고 작품 수도 많아져 대한민국 아니 세계 어디에 내놔도 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며 ”국회에 전시할 수 있도록 주선해보겠다.“고 했다. 이어 ”노원을 아름다운 문화로 가득 메워주시는 노원서예협회회원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김승국 노원문화재단 이사장은 “매년 단오 때만 되면 전국에서 부채전시회를 여는데 이번에 노원구에서는 180점을 전시한다. 옛날에는 임금이 전국에서 진상된 부채를 신하들에게 나눠주는 풍습이 있었다. 양반들도 서로 단오에 부채를 선물했다. 이번 노원서예가들도 180점 중에서 50점을 노원구에 기증한다.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이겨내라고 준 것 같아서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이 부채는 판매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총 46명의 노원서예협회회원들이 참여한 이 전시회는 한글서예, 한문서예, 캘리그라피, 사군자, 문인화, 산수화 등 180점 작품이 전시되었다.
정갈한 한글로 자신의 품격을 나타난 부채도 있고, 힘 있는 필체로 더위를 물리치는 부채도 있고, 재미난 글씨로 문자의 아름다움을 나타낸 부채도 있다. 깎아지른 절벽 소나무 부채에선 시원한 바람이 불 것만 같고, 대나무 숲 부채에서 골바람까지 맞으며 가다 보면 어느 틈에 꽃길 부채도 만나고, 꼬끼오 계님과 까닥까닥 게님 부채도 만나게 된다.
나무 부챗살이 가지런히 있는 흰 부채 안에 자신만의 독특한 묵향을 선보인 작품 한 점 한 점 다 올릴 수 없음이 안타까워 작게라도 모든 작품을 올려본다.
사진 : 김미경 주주통신원, 노원구청 관계자, 디자인이룸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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