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원, 나의 나라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이침마다 산책길에 지나가는 도시형주택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분들은 멋진 도시형 전원주택을 짓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꾼다. 이른 아침부터 나무들을 전지하고, 잔디밭에 잡풀들을 제거하며, 꽃나무를 심고 물과 거름을 준다. 마음속 깊이 감사한다. 그래서 고개를 꾸뻑 숙이며 인사를 공손하게 드린다.

▲ 출처: 한겨레, 도시형전원주택 모형, 산책길에 만나는 우리 동네 전원주택은 사진촬영이 어려워 이 사진으로 대신한다.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

필자는 아파트에 산다. 아내가 베란다에서 몇 개의 화분으로 화초를 가꾸지만, 어디 전원주택 100여 평 안팎의 정원에 비기겠는가. 더구나 수십 채가 연이어 있으니 말해 무엇 하랴. 그분들 정원엔 잘 다듬어진 나무, 깔끔하게 정리된 푸른 잔디, 각종 예쁜 꽃들이 무성하다. 새벽마다 산책길의 나를 반긴다. 부지런한 그분들은 가꿔서 좋고, 게으른 필자는 눈과 온몸으로 즐겨서 좋다. 필자가 진정 좋아하는 형태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밀림정원이지만 도회지에서 언감생심이지. 어찌 만날 수 있겠는가. 정성된 손길로 잘 가꿔진 정원이라도 감사할 따름이다. 또한 집 주인장에 따라 특색 있게 가꾼 것이 그럴싸하다. 인위적으로 모양을 만드는 것엔 마음이 아프지만.

도시의 고가 땅에 손발의 수고까지 더해 조성한 정원을 나는 순전히 공짜로 즐기고 가질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가. 사실 그분들께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요즘 집들은 울타리가 낮아 울 옆을 지나가면서 나무와 꽃들을 보고 만질 수 있어 참 좋다. 새벽이라 맑은 이슬을 머금은 꽃과 입새는 더욱 아름답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정원이 필자의 소유가 된다. 종이에 기록한 등기는 없어도 말이다. 통상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겠지만 참 소유를 한 것이다.

▲ 출처: 한겨레, 대한민국지도, 필자가 손을 좀 봤다. 내가 사랑하고 지켜야할 나의 나라.

어느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은 나의 땅이요, 내가 앉아 있는 이 교실은 나의 교실과 학교다. 밥을 먹고 있는 이 식당은 내 식당이요, 지금 타고 있는 이 기차도 내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나의 나라이다. 나의 나라를 내가 사랑하고 아끼며 지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는가?”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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