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시간과 공간에 매몰되어 자아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장자>는 삶을 뒤집어 볼 수 있는 철저한 성찰의 기회를 준다.”

<장자莊子>를 소개한 글 중에 하나이지요. 요즘 힐링, 명상, 휴식, 이완이라는 말이 유행하지요. 무언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영혼의 갈증을 느낀다는 말이겠지요. 이런 때는 ‘멍 때리기’에 빠질 것이 아니라 틈틈이 장자를 읽으면서 함께 휴식을 누려도 좋겠네요.

‘띵 멍’이 아닌 ‘알 멍’의 기쁨을 누리자는 것이지요. 선입견, 고정관념, 색안경, 편견으로 일어나는 온갖 고통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보자는 것이지요. 장자에 머리를 잠깐씩 적시면서 틀에 박힌 뇌세포를 한없이 확장시켜 볼 가치가 많지요. 일명 ‘뻥의 비유’라고 부르고 싶지만 뻥으로 끝나지 않는 호쾌한 맛이 있지요.

▲ 사진 출처(새해에는 장자처럼 조르바처럼 2015.01.15 | 한겨레신문)

우화(寓話)와 비유(比喩)의 극치를 통해 웅장하고 깊은 인생의 멋을 느끼게 해 주지요. 우화라곤 하지만 일상의 교훈과 지혜를 말하는 ‘이솝 우화’와는 차원이 다르지요. 초연(超然), 초월(超越)의 경지를 이야기 하고 있지요. 불교철학에서 말하는 ‘차별·분별이 없는 자리, 무분별지, 초월지. 반야지, 중도’를 함께 생각하면서 읽으면 매우 좋지요. 상통(相通), 상즉(相卽)하는 내용이니까요.

장자(莊子 BC369 ~ BC289?)는 성은 장(莊), 이름은 주(周)이고 송(宋)나라 몽읍(蒙邑:허난성河南省 상구현商邱縣) 근처에서 태어났다 하지요. 정확한 생몰 연대는 미상이나 맹자(孟子)와 거의 비슷한 시대에 활약한 것으로 전해지네요. 관영(官營)인 칠원(漆園)에서 일한 적도 있었으나, 그 이후는 평생 벼슬길에 들지 않았으며 10여 만 자에 이르는 저술을 완성하였다고 하지요.

▲ 莊子(출처 : zh.wikipedia.org)

초(楚)나라의 위왕(威王)이 그를 재상으로 맞아들이려 했으나 사양하였다고 하고, 저서인 <장자>는 원래 52편(篇)이었다고 하는데, 현존하는 것은 진대(晉代)의 곽상(郭象)이 산수(刪修)한 33편(내편內篇 7, 외편外篇 15, 잡편雜篇 11)으로, 그 중에서 내편이 원형에 가장 가깝다고 하지요.

장자는 중국 고대의 사상가로서 제자백가(諸子百家) 중 도가(道家)의 대표자이지요. 노자(老子)와 마찬가지로 도(道)를 천지만물의 근본원리라고 보았네요. 도는 일(一)이며 대전(大全)이므로 그의 대상이 없다고 하지요. 도는 어떤 대상을 욕구하거나 사유하지 않으므로 무위(無爲)하고, 스스로 자기 존재를 성립시키며 절로 움직이므로 자연(自然)하다고 보는 일종의 범신론(汎神論)이라 하네요.

 

도道

본체(본질)

우주의 초월적인 궁극적 실재이며 동시에 만물 속에 내재하는 존재의 원리. 천지만물의 근본 원리

不二 而 不一

둘도 아니지만 하나도 아니다.

작용(현상)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현상.

밥 먹고, 숨 쉬고, 잠 자고...

모든 자연스러운 일.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는 것은 도가 아님.

인간의 마음은 일정한 시대, 지역, 교육에 의하여 형성되고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고 하지요. 이 마음이 외부 사물들과 접촉하여 지식이 생기는데 이러한 지식은 시대, 지역, 그리고 사람들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보편타당한 객관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장자는 이러한 지식에 입각한 행위를 인위(人爲)라고 보네요. 물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하여 그것을 이어주거나 학의 다리가 길다고 하여 그것을 잘라주면 그들을 해치게 되듯이 인위는 자연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도(道)가 개별적 사물들에 전개된 것을 덕(德)이라고 보네요. 道가 천지만물의 공통된 본성이라면 德은 개별적인 사물들의 본성이 되겠지요. 인간의 본성도 德이 되지요. 道가 체體가 되고 德이 용用이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德을 회복하려면 습성에 의하여 물들은 심성(心性)을 닦아야 하는데 이를 성수반덕(性脩反德)이라고 하네요. 장자는 그 방법으로 심재(心齋)와 좌망(坐忘)을 들었는데 德을 회복하게 되면 도와 간격 없이 만날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道와 일체가 되면 道의 관점에서 사물들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이도관지(以道觀之)라고 했네요. 물(物)의 관점에서 사물들을 보면 자기는 귀하고 상대방은 천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道의 관점에서 사물들을 보면 만물을 평등하게 볼 수 있다고 하지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山是山 水是水)’의 관점을 말하지요. 바로 인간은 道와 하나가 됨으로써 자연에 따라 살아갈 수 있으며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자유는 천지만물과 자아 사이의 구별이 사라진 지인(至人)이라야 누릴 수 있고, 이 지인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천지만물들과도 사이좋게 살아갈 수 있네요. 장자의 사상은 대부분 우언(寓言)으로 풀이되었으며, 그 근본은 노자(老子)의 무위사상(無爲思想)을 계승하는 것이지만, 현세와의 타협을 배제하는 점에서는 더욱 철저하여, 바로 그와 같은 면에서 장자의 분방한 세계가 펼쳐진다고 해석하면 좋겠네요.

道를 본체면에서 말할 때는 우주의 근원적 존재 원리라고 하지요. 理와 氣에서 理라고 하는 것이지요. 불교철학에서는 우주 삼라만상의 존재 원리를 空이라 보고 있지요. 작용면에서 보면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현상 그 자체를 말하지요. 중용에서는 ‘도라는 것은 잠시라도 떠날 수 없다. 떠나면 도가 아니다’라고 하지요(道也者 不可須臾離也. 可離 非道也).(연재물 67회).

어느 선사는 “배고프면 밥 먹고, 추우면 껴입고, 졸리면 다리 펴고 잠자고, 더우면 부채질하노라”.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는 말씀으로 도를 말하고 있네요. 또한 장자는 ‘도는 있지 않은 곳이 없다. 거미, 가라지, 기왓장, 똥, 오줌 속에도 있다’고 하지요.(연재물 1회. 3회).

본 체

(본질)

道. 理. 中. 형이상학. 원리.

학문. 아미타. idea. 부처.

9식. 연꽃. 법신. 성부.

달. 바다. 몸.

 

1)不二 而 不一

둘도 아니지만 하나도 아니다.

 

2)한 가지 단어는 9가 지 이상의 뜻을 품고 있다.

 

3)본체와 작용의 면에 서 접근한다.

작 용

(현상)

德. 氣. 正. 형이하학. 응용.

기술. 아바타. copy. 중생.

678식. 진흙. 화신. 성자.

손가락. 파도. 몸짓.

 

이러한 장자사상은 위진현학(魏晉玄學 221∼589)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으며 남북조 시대(420~589)에 성행한 반야학(般若學)과 당나라 때(618~907) 융성한 선종(禪宗)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고 하네요. 현종(玄宗)은 그에게 ‘남화진인(南華眞人)’이라는 호를 추증하였으므로 <장자>는 <남화진경(南華眞經)>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읽혔다고 하지요. 송(宋), 명(明) 이학(理學)은 유학을 위주로 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장자철학을 수용하였다고 하지요. 장자의 이러한 초탈사상은 자연주의 경향이 있는 문학예술에도 영향을 주었다지요.

한국에서는 조선 전기에 이단(異端)으로 배척받기도 하였으나 산림(山林)의 선비들과 문인들이 그 문장을 애독하였다고 하네요. 공자의 너그러운 인(仁) 사상이 아닌 폐쇄적이고 형식적인 유교체제 틀 속에서 주역철학과 불교사상, 노장사상은 배척받지 않을 수가 없었겠네요.

<참고자료> 장자

北冥有魚(북명유어),
其名爲鯤(기명유곤).

북녘 바다에 물고기가 있다.
그 이름을 곤(騉)이라고 한다.

 

鯤之大(곤지대),
不知其幾千里也(부지기기천리야).

곤이 커서,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化而爲鳥(화이위조),
其名爲鵬(기명위붕).

이 물고기가 변해서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이라 한다.

 

鵬之背(붕지배) 不知其幾千里也(부지기기천리야).
怒而飛(노이비) 其翼若垂天之雲(기익약수천지운).

붕의 등 넓이는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 가득히 드리운 구름과 같다.

 

是鳥也(시조야) 海運則將徙於南冥(해운즉장도어남명).
南冥者(남명자) 天池也(천지야).

이 새는 바다 기운이 움직여 대풍(大風)이 일 때
그것을 타고 남쪽 바다로 날아가려 한다.
남쪽 바다란 곧 천지(天池)를 말한다.

 

齊諧者(재해자) 志怪者也(괴지자야). 諧之言曰(해지언왈)

제해라고 하는 사람은 괴이한 일을 아는 사람이다.
그 제해의 말에 의하면

 

鵬之徙於南冥也(붕지도어남명야)
水擊三千里(수격삼천리),
搏扶搖而上者九萬里(박부요이상자구만리).
去以六月息者也(거이유월식자야).

“붕이 남쪽 바다로 날아갈 때는
파도를 일으키기를 3천리,
회오리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오르기를 9만리,
그런 뒤에야 6월의 대풍을 타고
남쪽으로 날아간다.”고 한다.

<참고서적>

1. 장자. 안동림. 현암사
2. 장자. 오강남. 현암사
3. 장자의 도. 토머스 머튼
4. 장자 왕사오능. 김형효. 에버리치
5. 장자에게 배우는 행복한 인생조건. 이인호. 새빛
6. 장자, 영혼의 변화를 위한 철학. 로버트 앨린슨. 김경희 번역. 그린비
7. 네이버 자료

[편집자 주] 한겨레 주주인 김상학 선생님은 현재 대학 교육원에서 주역, 노자, 장자, 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고, 한민족의 3대경서를 연구하고 있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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