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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는 레스큐 대표로서 참 부끄럽습니다

작성 최현숙 시민통신원 | 승인 2019.07.21  14: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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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있어 레스큐는?

3년 전, 2016년 가을. 나는 자퇴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이 되고 자살하면서 세상 밖으로 아웃(out)되고 있는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단체 설립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당시 옆 동네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은 내가 사는 포항까지도 정말 굉장했다. 지진은 난생처음이었다. 몇 분간 심하게 건물이 흔들리고 1시간가량 전기가 끊기고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고 휴대폰이 불통이었다. 15층 아파트 상가건물 2층에서 사회복지 실습 중이었는데 금방이라도 아파트가 넘어올 듯이 온 땅이 흔들리면서 아찔했다. 비상등을 켜고 정신없이 집에 도착했지만 집에 혼자 있던 막내는 보이지 않았다. 연락이 안돼 앞이 깜깜하던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9월 12일과 19일 1주일 간격으로 밤 8시 전후에 발생한 규모 5.4, 4.5의 두 번 지진이 단체 설립을 앞당긴 셈이었다. ‘그래,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빨리 단체를 설립해서 본격적으로 일을 해보자.’

우리나라에는 ‘학교폭력 피해학생’ 이라는 이름의 단체나 법인이 없었기 때문에 단체명이 길어져도 여덟 글자를 꼭 넣고 싶었다. 법인으로 보는 단체여서 자연스럽게 그 뒤에 ‘구조단체’를 넣었다. 긴 단체명을 한 글자로 쉽게 부르기 위해서 ‘구조, 구조하다’ 뜻의 ‘(RESCUE)’를 붙여 ‘학교폭력 피해학생 구조단체(RESCUE)’로 국세청에 등록했다. 무엇보다 레스큐 발음이 주는 강한 어감이 좋았다. 마음과 몸이 아프고 약해지고 힘없는 피해자들을 강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레스큐로 결정했다. 레스큐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레스큐는 대한민국 학교폭력에 있어 완전한 무(無)에서 유(有)라고 자신한다. 내가 학교폭력 피해자가 아니었다면 꿈엔들 생각이나 했을 일이었을까. 단체 대표로 3년을 지나보니 이제야 체력과 능력, 돈, 조직 등 어느 것 하나 든든한 배경 하나 없이 혼자 무슨 배짱으로 단체를 설립하고 활동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꼭 해야 하는 일이니까 했던 것 같다. 막연하게나마 언젠가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겠거니 간절히 바랬다. 그동안 짧게는 한두 번, 길게는 몇 년 간 내게 도움의 손을 내밀었던 수백 명의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피해학생의 부모님들을 보면서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더욱 잘 알게 되었다. 그들이 레스큐의 힘이었다.

왜 레스큐인가?

지금도 나는 ‘왜 레스큐인가? 왜 나는 레스큐를 설립했는가?’를 끊임없이 나에게 묻는다. 매일 수백 번 수천 번씩 이렇게 묻지 않으면 나는 학교폭력을 이용해서 모든 부와 명예와 권력을 붙잡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 자녀에게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났는데 인터넷 검색 창이 유일한 출구라니, 말이 안됐다. 그렇다. 말이 안 되는 현실이 바로 학교폭력 2차피해다.

그동안 익히 알고 있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나 학교안전공제회 같은 법과 제도가 아무런 도움이 안됐다. 온 가족이 한 순간에 집 안에 고립됐다. 그 답답하고 분함과 억울함은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가족이 아닌 거의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 측에 문제와 책임을 넘겼기 때문에 비록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내가 사는 동안 한 번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오늘까지 왔다. 레스큐는 그렇게 돈과 권력에 단단히 붙잡힌 기득권자들이 학교폭력 시장을 구축한 이 복잡한 대한민국 학교폭력의 세계에 들어왔다.

2015년 초 SNS를 시작으로 피해자들과 연대했다. 크게는 소송 중이고 작게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소집 전부터 다양했다. 비슷한 성격의 다른 피해자 단체와 교류했다. 지금도 힘든데, 힘든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어 말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기 때문에 피해사실을 묻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청소년 폭력 사건 관련 언론보도와 댓글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어떤 일정한 패턴을 알게 되었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기존에 있는 법과 제도라는 시스템이 매뉴얼대로 작동하게 하기위해 관련 법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전국의 피해자들과 함께 기획취재를 하며 언론과 방송사에 현실과 2차 피해를 알리기 위해서 취재했지만 뜻한 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학교폭력은 교육계의 많은 적폐 중의 적폐였다. 가히, 학교폭력은 학교의 폭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났다.

2017년 9월 1일 부산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소년법 폐지와 개정 문제가 이슈였을 때 피해자들과 함께 청와대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소년법폐지 카페회원들과 함께 광화문에서 집회를 하기도 했다. 피해자들과 함께 2017년 9월 말과 2018년 1월, 2번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오롯이 피해학생 편에 서서 수없이 학교폭력 문제 해결방안과 근절을 위해서 정책을 제안하고 진정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답변은 국민신문고와 흡사했다. 이첩시키거나 접수했다는 답변으로 끝이었다. 대한민국은 학교폭력 문제를 개인의 민원일 때도, 단체가 제기할 때도 항상 불통이었다. 열심히 했지만 아무 것도 바꾸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나는 레스큐가 정말 아무 힘이 없는 학교폭력 피해자 단체임을 실감하고 있다.

2018년 4월 4일 국회에서 하는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개선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 전에 발제자들이 들어오며 웃으면서 하는 말은 “학교폭력을 근절하려면 학교를 없애면 된다.” 였다. 순간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떨렸다. 그들은 딴 세상 사람처럼 보였다. 피해학생과 피해학생의 가족이 겪고 있는 2차 피해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토론이 계속 되면서 몸과 마음은 더 꽁공 얼었다. 도저히 못 참겠어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 전에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었다. 9분 간 피해학생과 피해학생의 가족 편에 서서 대변했다. ‘다 힘들지만 피해학생이 가장 힘드니까 피해학생 편에 서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은폐·축소 없이 공정하게 사안처리 해 달라’ 고 외쳤다.

크고 작은 청소년 폭력 사건이 자주 발생하면서 2018년 11월 10일부터 교육부는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학교폭력 정책 숙려제’ 를 진행했다. 이 때 아쉬웠던 점은 교육부는 레스큐를 참여시키지 않았다. 사실 기대하지도 않았다. 피해학생들과 현재 학교폭력으로 소송 중이거나 학교폭력으로 자살 또는 사망한 피해 가족들도 참석시키지 않았다. 교육부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피해학생과 피해자단체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학교폭력을 근절할 의지가 없다고 본다.

지금도 크고 작은 입법과 정책, 근절과 해결방안을 위한 학교폭력 관련 토론회에는 발제자로 피해학생은 거의 없으며 피해자 단체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폭력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점을 찾기 위해서 토론회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앙꼬 없는 찐빵이다. 학교폭력 사건에 있어 가장 힘들고 평생을 고통 속에서 허덕이는 피해학생과 피해자가족에게 무심한 정책과 입법 등 모든 것은 탁상공론이다. 이 나라는 학교폭력으로 사망한 무고(無辜)한 수많은 피해학생들을 위해서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지금까지 나는 레스큐 대표로서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위해서 해주고 바꾼 게 아무 것도 없어서 너무나 미안하고 부끄럽다. 그래서, 레스큐는 앞으로 더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교육계의 닫힌 문이 열릴 때까지 계속 해서 문을 두드릴 것이다. 학교폭력으로 돈 벌지 않고 피해자 측에 거짓말로 속이지 않겠다는 단체 설립 목적을 잃지 않기 위해서 자립할 것이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 전국 시도교육청 변호사, 삼촌 패키지까지 참으로 할 말을 잃게 하는 학교폭력 시장이라는 이 거대한 바위에 계속해서 계란을 던지겠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 또,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

(최현숙 : 학교폭력 피해학생 구조단체(RESCUE) 대표 ·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경북대표)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최현숙 시민통신원 choisamo96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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