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부정부패와 비리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대한민국 국민의 90%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통탄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규모에서 차이가 있을 뿐, 일반인들도 일상생활에서 자주 저지를 수 있는 것들이 허다하다. 예를 든다면 대가성 금품과 향응, 직장 내 괴롭힘, 성차별, 취업 청탁은 오랜 세월 전 국민이 곳곳에서 저질러온 일들이며, 나 역시 자유롭지 않다.

상사들 성희롱으로부터 내 부하직원들을 보호해주기는커녕, 분위기를 적절히 맞춰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몹시 곤란할 때는 슬쩍 빠져나가면 된다는 팁까지 주면서. 신입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내려오는 윗선 지시를 따른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렇게 뽑았던 부하직원이 고속승진을 했고, 결과적으로는 팀원들에게 소시오패스처럼 굴었다는 사실을 아주 오랜 후에야 알았다. 그는 결국 회사를 떠나야했는데, 내가 만약 그를 뽑지 않았다면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은 없었을 터이니, 결국 내 잘못이다.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만연해 있는 부정과 부조리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그 실마리를 노자 도덕경 14장에서 찾는다. 그 옛날에 살았던 노자는 도덕경에서 계속 ‘더 옛날’을 이야기한다. 더 옛날이 뭐가 좋기에? 노자가 이야기하는 옛날은 유교가 이야기하는 인의예지라는 덕목이나, 진시황의 강력한 중앙집권을 위한 법률이나 행정체계 같은 것조차 나타나기 이전을 이야기한다. 윤리나 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에는 마땅히 사람이 살아가야 할 ‘길’을 따르는 것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지나치게 과거를 이상화 시키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되겠지만, 인류의 문명이 무엇을 점점 덧붙이는 것으로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그것들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내어 무엇이 본래의 모습이었는지를 찾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노자는 이야기한다. 그렇게 찾아낸 본래 옛 모습이 우리가 지금 살아가야 할 길의 실마리가 된다고.... 소박한 진리의 길을 붙잡고 지금 세상을 다스리면 천천히 되살아나게 된다고.

 

老子 14 章

 

보려 해도 보이지 않는 것의 이름 “이”

視之不見, 名曰夷;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는 것의 이름 “희”

聽之不聞, 名曰希;

잡으려 하지만 얻을 수 없는 것의 이름 “미”

搏之不得, 名曰微.

 

이 세 가지는 꼬치꼬치 캐물을 수도 없고

此三者, 不可致詰,

셋인 듯 하다가 합하여져서

하나가 되어 버리는 그런 신기한 것

故混而爲一.

 

위라고 해서 밝지도 않고

아래라고 해서 어둡지도 않고

其上不皦,

其下不昧.

시작과 끝을 알 수도 없게 계속 이어지니

“저기요” 하고 이름 한번 불러볼 수도 없는데

그러다가는 문득 다시 돌아와서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돌아가 버리는 그런 것

繩繩不可名, 復歸於無物.

이 때문에 모양이 없는 모양이라 부르고

사물이 없는 형상이라고 부르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그저 황홀한 것.

是爲無狀之狀, 無物之象.是謂惚恍.

 

마중을 나간다 해도 그 머리를 볼 수가 없고

迎之不見其首,

뒤를 쫓아간다 해도 그 뒷 모습도 보이지 않아!

隨之不見其後.

 

그저 옛 길을 붙잡고 지금의 세상을 다스린다네.

執古之道, 以御今之有.

태곳적 길의 처음 모습을 잘 알고 있기에,

能知古始,

우리가 지금 가야 할 길의 실마리가 되어 준다네.

是謂道紀.

 

* 원문 번역은 여러 번역본을 참고하면서도 원문이 주는 의미와 이미지에 충실하려 애쓰면서 조정미 나름대로 한 것입니다.

*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셔서 <한겨레:온>에 다시 돌아와 연재를 이어갑니다. 그 사이에도 세상이 많이 변해서 다시 고쳐쓰게 되네요. ^^;;

 

#내_마음대로_읽는_노자_도덕경 #미친척_하고_다시_시작해_봅니다, #왕필이_겨우_스물세살에도_뭘_알긴_알았겠죠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조정미 주주통신원  neoech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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