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 아베 신조가 거침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2020 도쿄 올림픽은 후쿠시마 지진 이후 일본의 국운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이자 패전국가의 아픔을 1964 도쿄 올림픽으로 반등시켰던 것처럼, 그는 일본역사의 새로운 발판역할을 하게 될 새로운 금자탑을 세우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무모하게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국민의 건강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건강을 방사능에 노출시키려 하고 있다. 

도대체 이런 무모함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의 외할아버지이자 A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일 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권력자들은 자국민들과 식민지인들을 전쟁의 포화로 내몰았다. 식민지였던 조선인들과 중국인들은 인권을 처참히 유린당하는 혹독한 고통을 겪어야 했으며, 자국민들의 희생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어린 학생들도 애국과 충성을 맹세하며 전쟁터로 나아가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죽어갔다. 그러나, 일본 군인들의 용맹함의 상징인 가미가제도 실은 필로폰의 효과에 불과했다. 일본 정부는 필로폰을 피로방지와 회복에 도움이 되는 약이라고 광고하며 판매하였고, 수많은 국민들을 마약중독에 빠뜨렸다. 역사에 죄를 지은 정부와 권력이 국민을 희생시킨 것이다. 

물론 일본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류 역사상 수많은 왕조의 권력자들은 거석문화 시대의 사람들처럼 누군가를 위한 것인지를 모를 업적 쌓기에 골몰해왔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전쟁을 일으켰지만 침략하여 승리한다 해도 남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전쟁을 치른 후에 파산하기 일쑤였다. 대담함과 용맹함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임금이 대담하고 용맹하기만 하면 백성들이 수고로웠다. 무모한 임금은 농사를 지어야 할 때에 군대를 일으켜서 백성들의 먹고 살 길을 아주 끊어놓기도 했다.  

영웅호걸의 일 뿐만이 아니라, 우리네 소박한 삶도 비슷하다. 회사에서도 고속 승진을 하려면 양심에 거리끼는 일도 눈 깜짝하지 않고 해내야 한다. 인정 사정 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은 승진이 빠르다. 근데 어쩌랴. 빠르게 승진한 사람들이 대부분 빨리 퇴직하고 집안을 돌보지 못하며 건강 또한 망친다. 양심껏 작은 일이라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승진에서 밀리게 마련이지만 상대적으로 회사를 오래 오래 다닌다. 모든 것을 잘 살피고 헤아리며 일하는 까닭에, 요즘 같이 고객의 불만이 기업브랜드 가치를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세상에는 그들의 역량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되기도 한다. 

옛날에 살았던 노자는 더 옛날에 살았던 “선비노릇 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들은 엄청 스케일이 큰 사람들이 아니란다. 잡다하게 오밀조밀 하면서도 머리를 탁 치도록 아찔하게 통달했기에 그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 메타포를 빌어서 굳이 표현할 수밖에 없는데 얼음이 얼어붙은 개울을 건너는 것처럼 머뭇거리고, 주변 사람들을 쉽지 않게 여기며 머뭇거린다고. 그리고 천천히 기다릴 줄 안다고. 어떤 일이든 즐거워하며 오랫동안 부지런히 움직여서 만물을 되살린다고. 자기 야망과 욕심을 채우려들지 않기에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덮일지언정, 억지로 무엇인가를 새롭게 마구 만들려고는 하지 않는다고.

 

▲ 봄을 맞아 얼음속에 덮여 던 뉴질랜드의 이끼가 푸른빛을 발하고 있다(출처 : PIXABAY)

老子 15 章

 

옛날에 선비노릇을 잘하던 이들은

古之善爲士者,

잡다하게 오묘하면서도

아찔하게 통달했으니

그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었지.

微妙玄通, 深不可識.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억지로 그 모습을 형용해 보자면...

夫唯不可識, 故强爲之容:

 

머뭇거리네! 겨울에 개울을 건너는 것처럼.

豫焉, 若冬涉川;

우물쭈물하네! 주변의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猶兮, 若畏四隣.

긴장한 듯 하네! 손님으로 와 있는 사람처럼.

儼兮, 其若客;

그러다 흐물흐물 풀리네!

봄이 오면 얼음은 결국 녹아내리는 것처럼.

渙兮, 若氷之將釋.

알고보니 도탑네! 속이 하얀 통나무처럼!

敦兮, 其若樸;

텅 비어 있네! 빈 골짜기처럼.

曠兮, 其若谷.

섞여 있네! 장마철의 강물처럼.

混兮, 其若濁,

 

흐린 강물이야

탁한 것이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맑아지게 마련이고

천천히 깨끗해질 수 있는 법.

과연 누가 그럴 수 있을까?

孰能濁以靜之徐淸

 

즐거워 하는 마음으로 오래도록 공을 들여야

천천히 되살아 날 수 있는 법.

과연 누가 그럴 수 있을까?

孰能安以久動之徐生?

이 길을 지키는 선비들은

무엇이든 채우려고 하는 법이 없었지

保此道者不欲盈.

 

채우려 하지 않기에

세월 속에 덮일 수는 있어도

함부로 욕심을 내어

새 것을 만들지는 않았지.

夫唯不盈, 故能蔽不新成.

 

 

* 원문 번역은 여러 번역본을 참고하면서도 원문이 주는 의미와 이미지에 충실하려 애쓰면서 조정미 나름대로 한 것입니다.

 

#내_마음대로_읽는_노자_도덕경 #미친척_하고_다시_시작해_봅니다, #왕필이_겨우_스물세살에도_뭘_알긴_알았겠죠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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