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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손자에게

작성 김태평 편집위원 | 승인 2019.08.07  16: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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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복잡한 것 같지만 사실은 단순하다. 우리의 일상은 식의주(食衣住)를 위해 일하고 심신의 건강을 위해 휴식한다. 가끔 타지타국으로 여행도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화생활이 강조되고 있으나 일부의 호사이더라. 보통사람들은 식의주로 만족하고 그것만으로 행복하다. 식의주가 여유로우면 신과 왕도 부럽지 않다고 하지 않는가. 사회적인 성공과 행복을 추구하나 가족 간의 사랑과 연대에 비길 것은 없다.

▲ 출처 : pixbay.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하는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로고. 사랑과 따뜻함이 솔솔.

여기 연로하신 할머니께서 손자에게 하신 말씀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배우고 성공하려 하는가를 되묻게 한다. 일평생을 한 마을에서 살면서 크게 배우지는 못했지만 할머님은 어느 현자와 성인의 말씀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전라도 닷컴>에 게제된 것을 필자의 상상력을 보태 재구성하였다.

윤용심 할머니는 순천시 송광면 왕대마을에서 손자와 함께 살고 계신다. 여느 할머니와 같이 손자를 볼 때마다 천하를 얻은 듯이 웃으신다. 표현모습도 정겹고 아름답다. 다음 글은 어느 날 할머니께서 공부하고 있는 손자에게 하신 말씀이다. 읽으면서 가슴이 아리어 여러분께 소개한다.

기자는 어느 날 순천시 송광면 왕대마을을 찾았다. 아직은 우리의 전통문화향기가 숨 쉬고 있는 곳이다. 기자는 우리의 것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다. 그러던 중, 동네 골목 돌담길을 지나가는데 얕은 담 너머로 할머니 한 분이 툇마루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계신다. 싸리문도 열려 있다. 그렇게 넉넉해 보이지는 않지만 평온함이 깃들어 있는 집이다. 기자는 싸리문 사이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웃으면서

▲ 출처 : 한겨레, 영화 '집으로'의 한 장면 켑춰. 아늑하고 포근한 sweet home은 어디인가? 그곳은 부모님과 함께하는 고향집이 아닐까?

기 자: 할머니! 안녕하세요!

할머니: 이~ 근디 누구다냐?

기 자: 아 예~ 지나가던 기자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할머니: 잉~ 들어와~. 영 잘 났그만~ 어디서 왔당가?

기 자: 예~ 할머니, 고맙습니다. 광주서 왔습니다.

할머니: 멀리서 왔그만, 어여 이리와 앙거. 편히 앙거.

기 자: 흐흐흐 감사합니다. 요즘 어떠세요? 건강은 좋습니까?

할머니: 잉~ 그렇지 뭐. 늙은께로 오만디가 다 아퍼. 헌디 어쩔 것이여. 그러커니 혀야지. 나이대로 살아야제.

기 자: 그런데 혼자 계시네요? 가족들은 어디 가셨나요?

할머니: 이~ 손자허고 둘이 살어. 그 아는 지금 핵교 갔어.

기 자: 아~ 예~. 좀 적적하시겠네요? 손자가 초등학생인가요?

할머니: 잉~ 초등학생, 그 아가 있응께 하나도 심심허지 않어.

기 자: 다행이시네요. 손자가 참 귀여우신가 봐요.

할머니: 암만~ 근디 기자양반은 공부 잘 했능가 보네? 그렁께 광주에서 살지. 우리 손자가 공부허고 있으면 나가 이러코롬 말해

 

‘아가~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다 도둑놈 되드라

맴 공부를 해야 쓴다

사램 공부를 해야 쓴다

사램은

착실허니 살고

넘 속이지 말고

넘의 것 돌라 묵을라 허지 말고

니 심으로 땀 흘림성 살아야 써’

 

사램은 짚은 속으로 허는 것이 달라지는 법잉께

지 맘을 잘 지켜야제

그럼시롱

 

‘돈 지킬라고 애쓰덜 말아라 잉

아이고, 이쁜 내 강아지!’

 

기자는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가슴이 먹먹하고 속이 아리어 더 이상의 할 말을 잃었다. 조용히 인사드리고 할머니 집을 터덜터덜 나섰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태평 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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