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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가 숲에 들어야 할 까닭 50가지 ④

작성 김시열 시민통신원 | 승인 2019.08.21  1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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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과 관계

2018년 8월. 암 판정 받은 날.

뜨거운 불덩이 안고 병원 가는 길, 더위 조금도 느낄 수 없었어. '잘 먹고, 많이 걷고, 자주 웃으라.'는 뻔한 말은 별 감흥 없이 쇳덩이 같이 무거운 내 마음에 부딪혀 쟁그랑쟁쟁 산산조각 났지. 아침에 일어나면 나와 이어져있던 단단한 인연의 밧줄 하나 둘 툭툭 끊어져 나가고, 가지런하던 시간은 제멋대로 공중에 붕붕 떠다녔어. 그해 여름가을이 그렇게 흘러갔지.  

겨울 들어서자 잊어버린 '느낌' 돌아오고 세상 보이기 시작했어.

▲ 봉산 겨울숲

눈물 마르고 '시큰둥하게' 말라비틀어진 몸에 물기 돌았지. 찬바람 목덜미에서 손끝으로 따르르 내리훑는 날, 눈 부라리며 달려오는 자동차 비켜선 채 짜부라진 리어커에서 호떡 파는 아줌마 보이고. 겨울 저녁 위세 앞에 자라목 만들어 총총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발걸음 보았지. 빨간 빛깔로 가늘게 그어놓은 수은주 눈금 사이로 오르내리는 내 변덕도 보았어.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말에 이끌려 겨울숲 찾았어.

숲은 죽은 삭정이와 돋는 새잎 손잡고, 텅 빈 하늘 나는 새와 차가운 땅에 누운 새 어제오늘로 맺고, 오르는 언덕 내리닫이로 달리는 비탈 산허리로 서로 안고 돌아가지. 숲은 누에고치 같이 홀로 옹그린 채 자기연민에 빠져 이 사람 저 사람 찌르고 뿌리쳤던 손, '다시 잡으라.'며 속살거렸어.

▲ 매미 우화

아프면 말을 곱씹게 돼. 사람 사는 세상에선 말이 관계를 맺는 '처음이자 끝'이잖아. 어제 텔레비전 뉴스에서 이 말이 번개처럼 지나갔어. "사회에 암적인 존재"

여태 아무 생각 없이 들었는데 이제는 이런 말 들으면 가슴이 철렁하더라고. 암(이란 병)은 어떻게 해 볼 수조차 없다는 체념이 담긴 말 같아 무섭고, 멀쩡한 사람들이 이런 말로 빗대어 몸과 마음 약해진 우리들을 한 번 더 아프게 헤집는 무심한 나날이 슬펐지.

가끔 암 보다 말이 훨씬 더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곤 해.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시열 시민통신원 abuk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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