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 부엌 /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작품이 되어 영원히 함께한다. 
작품 : 부엌 /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작품이 되어 영원히 함께한다. 

부엌(竈房, 조방)

작가가 어렸을 때 
귀여운 흰둥이와 부엌 언저리에서 놀다가,
멍하니 아궁이의 불을 바라보던
어머니를 자주 보았습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식구는 많고 가난한 집안에서
내일은 어떤 반찬을 만들어야
가족들이 배부르게 먹을지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라문황 작가를 소개합니다. 

1985년 한국인 유학생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라문황 작가의 어머니는 몹시 반대했다고 합니다. 아는 사람에게 어머니가 들었다는 이야기는,

첫째, 한국 사람들은 몹시 가난해서 김치 한 가지 하고만 밥을 먹는다.
둘째, 한국 사람들은 쉽게 마누라를 때린다.
셋째, 한국 시어머니는 모시기 힘들다.

1980년대 상황이 딱히 편견이나 오해라고 치부하기엔 어려운 실제 우리 사회의 단면이었지요. 어머니를 포함한 주위의 반대에도 한국인 유학생을 사랑한 간호사 라문황은 1989년 결혼과 함께 서울 생활을 시작합니다.

대기업에 입사하여 출근하고 저녁 늦게야 돌아오는 남편이 없는 동안은, 한마디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시부모, 시동생과 함께 살았습니다.

대가족을 이끌고 신산한 삶을 버텨온 어머니는 희망과 기대보다 고난의 길이 더 많음을 알기에, 정든 고향을 두고 부모 형제 곁을 떠나는 사랑하는 딸 라문황에게 누누이 일렀다고 합니다.

“너의 등에 ‘대만인’ 세 글자가 짊어져 있으니 말은 삼가고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이 등 뒤에 손가락질하며 대만사람이 안 좋다고 말하게 해선 안 된다.”

“결혼이란 단지 남편과 시부모만 돌보는 것이 아니란다. 가까운 이웃이나 먼 친척도 반드시 정성을 다해야 한다.”

1980년대는 대만의 경제력이 한국보다 우위에 있었습니다. (2005년 최초로 일 인당 국민소득 역전) 결혼 후 더 어려운 환경에서 시작했기에 녹록지 않은 시집살이를 해야만 했지요. 그녀의 삶은 ‘대만 각시의 아리랑 사랑’을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자주 갈 수 없고 볼 수 없기에 더 보고 싶고 더 그리운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살아온 30여 성상.

어려서부터 그림에 뛰어난 감각과 배움을 이어오다 한지민속화를 만난 작가는 가장 한국적인 한지를 소재로 타고난 예술혼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작품 : 친정 나들이 / 어머니를 따라 외가에 가는 길           
 작품 : 친정 나들이 / 어머니를 따라 외가에 가는 길           

삶의 지표이자 길잡이였던 어머니는 2017년 작가의 곁을 떠났습니다. 한국의 자연과 사계를 더 사랑하는 라문황 작가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을 작품에 담아 영원히 함께하고 있습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동료 박명희 작가와 함께 전시한 라문황 작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동료 박명희 작가와 함께 전시한 라문황 작가

코로나19로 다들 어려운 올해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3월 4일부터 4월 4일까지 전시회를 마쳤습니다. 11월 27일에는 목동의 목운초등학교에 특별전시회를 마련하였습니다.

목운초등학교 박정희 교장의 소개 글입니다.

“서울 목운초등학교는 학생 1700여 명, 교직원 120명이 8층 한 건물에서 생활하는 도심형 학교이다.

4대 교장으로 2019년 9월에 부임하여 안전하고 평화로우며 쾌적한 교육환경에서, 내실 있는 기초 기본교육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열정을 다해 헌신하고 있다.

학생과 방문객의 시선과 발길이 닿는 1층 중앙현관과 넓은 복도에 연간 20여 점씩 순환 전시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닥종이 한지민속화가로 유명한 라문황, 박명희의 전통민속화 작품 20여점을 전시하였다.

교육 가족의 심미적 정서적 감성과 인성 기르기에 큰 도움이 되겠다며 매우 감사해하는 목운초 교육 가족에게 작가들은 이런 기회를 주신 것이 더 감동이며 보람이라고 한다.”

박명희 작가와 박정희 교장 그리고 라문황 작가(좌로부터)
박명희 작가와 박정희 교장 그리고 라문황 작가(좌로부터)

빼어난 그림만큼이나 뛰어난 글솜씨로 대만 친구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한국을 찾게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한국과 대만의 활발한 교류가 멈추었습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가장 가까운 이웃 친구들이 더 자주 왕래하기를 빕니다.

이번에 한지민속화 작품 25점과 취미삼아 그린 수채화 작품 9점을 <한겨레:온> 온라인 전시회를 통해 소개합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바랍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미경 부에디터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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