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왕대포 (필명 김 자현)

 

사진 출처 : 필자
사진 출처 : 필자

 

  인사동 밤안개

 

술들 좀 작작하지

그래서 위장이 멀쩡하겠어

앉았다 하면 세상 헐뜯기에 왜 그런가 했지

안주값 모자란거야

술값이 없는거야

대구포 대신 노가리 대신

술시부터 시작된 자리는 2차 삼차 옮겨가며

오징어 대신

세상의 썩은 다리를 뜯고 씹는다

 

먹태 대신 먹튀한 놈을 씹다가

오징어 게임 깐부를 씹다가

엉뚱한 놈에게 시집가는 이쁜 연예인도 노무현 때문이란다고

포차로 한 평 주막으로 몰려다니며 시인들 대포를 쏜다

어쩌다, 안면 있는 이가 시켜 준

삭힌 홍어를 씹다가

서울 막걸리 한 사발로 민주는 왜 그리 더딘지 삭히다가

주눅 든 사람들 어깨너머로 배포 좋게

썩은 시대에 왕대포를 날리다

누덕 누덕 스스로 기웠던

언어의 누더기를 뒤집어쓰고 몰려다닌다

말이 좋아 시인이지 헐벗은 세월 거지들

유식한 말로 최저 생활자들

종로통 누비던 유목민들 인사동 유목민에서 자욱이

새벽안개 출몰할 때까지

인사동 밤안개 되어 몰려다닌다

 

천원만 하던 시인들

단칸방에서 발견되는 게 당연하지

고대광실, 비밀 통로에 금괴 쌓여있는 방에서

무슨 시대의 첨병 같은 시가 나와

아님, 호화 일인 병실에서 영면 해야 하겠어

하지만 술들 좀 작작하지

누구처럼 위 천공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피나 토하다 가지말구

일찍 가고 나면 누가, 질기디 질긴 시대의 썩은 다리를 씹느냐구

기득권이라는 것들이

약삭빠르게 발라 먹고 남긴 시대의 뼈다귀와

뻑신 계절 우두득 깨물다가 충치로

흔들거리던 빠진 이빨

부유스름 깨어나는 여명에 대고 퉤 -  하고 뱉고는 여전히 

새날이 오지 않는다고

오늘도 안주 대신 개껌을 개 언론을 씹는 시인들

 

사진 출처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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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승원 주주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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