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을도 거의 끝나가고 아침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것을 보니,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나 봅니다. 이런 때에는 명시 한편을 음미하며 사색(思索)의 방에 한 발짝 들이는 것도 좋겠지요?

오늘의 <명시감상> 9번째로는 (동양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1861~1941)<기탄잘리>라는 시집에서 님이 내게 노래하라 하실 때엔이라는 제목의 시를 골라보았습니다. (앞으로도 기회 닿는대로, 103편의 시가 들어있는 이 <기탄잘리> 시집에서 몇몇 명시를 골라 소개하려고 합니다.)

[참고 : 기탄잘리라는 말은 ()에게 바치는 노래란 뜻인데, 여기서의 신()은 고대 인도의 종교 문헌인 <우파니샤드>의 근간을 이루는 범아일여’(梵我一如)를 가리키는 바, ‘우주의 시공을 초월하는 존재정도로 해석할 수 있음]

 

‘ 님이 내게 노래하라 하실 때에는...'

-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

님이 내게 노래하라 하실 때에는

나의 가슴은 자랑스러움으로 터질 것만 같사오며,

님의 얼굴을 우러러 뵈올 때엔 절로 눈물이 두 눈에 솟아오릅니다.

나의 생활 속에 깃들여 있는 거칠고 어긋난 모든 것들은 한 줄기의 감미로운 조화에로 녹아들어, 나의 동경(憧憬)은 바다를 날아가는 새처럼 날개를 펼칩니다.

나는 님이 나의 노래를 즐기심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오직 노래를 부르는 사람으로서만 당신 앞에 나갈 수 있음도 압니다.

나의 노래의 멀리 펼쳐진 날개 끝으로, 나는 감히 바랄수도 없었던 님의 발치에 닿습니다.

노래하는 기쁨에 취해 나는 나 자신을 잊고서, 나의 주인이신 님을 벗이라고 부릅니다.

[출전 : 기탄잘리-신께 바치는 노래 (R.타고르/박희진 옮김) 홍성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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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인에게는 ‘R.타고르라는 시인은 일제 강점기 시대인 1929년에 일본에 와서 머물던 중, 우리 민족에게 독립의 희망을 북돋워준 <아시아의 등불>이란 시를 써 주었는데, “일찌기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위의 님이 내게 노래하라 하실 때에는라는 시에서 R.타고르가 말하는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태초부터 존재하였고, 천지만물의 창조주이며 스스로 대자연(大自然)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는 존재로 설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에 대한 타고르의 사랑과 헌신은 님을 향한 노래로 절정을 이루는데, “나의 노래의 멀리 펼쳐진 날개 끝으로, 나는 감히 바랄수도 없었던 님의 발치에 닿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노래하는 기쁨에 취해 나는 나 자신을 잊고서, 나의 주인이신 님을 벗이라고 부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피조물로서의 유한성(有限性)을 초월한 몰아(沒我)의 경지를 말하면서 궁극적으로 자아(自我)이 합일(合一)되는 기쁨을 나의 주인이신 님을 벗이라고 부릅니다.”라고 토로하고 있는 것이지요.

(위의 싯구 중에, ‘나의 노래의 멀리 펼쳐진 날개라는 표현은 독일의 시인하이네(=Heinrich Heine,1797~1856)노래의 책(Buch der Lieder)’이란 시의 일부분인 노래의 날개 위에 내 사랑, 그대를 싣고 날아가리. 갠지스 강변 들판의 너무나 아름다운 그 곳으로...”와 비슷한 어감을 느낄 수 있는데, 타고르가 하이네의 시를 읽어보고 차용을 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또한 KBS 클래식 FM 라디오의 오후 4시 프로그램 '노래의 날개 위에'의 시그널 음악은 독일 작곡가 멘델스존의 노래의 날개 위에’(Auf Flügeln desGesanges) Op.34 No.2)의 첫부분인데, 하프와 플룻 연주로 편곡된 아름다운 곡조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아래 참조

 

 

 편집 :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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