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장막을 걷는 검은 토끼! / 김자현


검은 토끼야! 왜 이제 왔어
네가 그렇게 꾀가 많다며 네가 그렇게 착하고 선하다며
악한 끝은 죽음이요 선한 끝에는
반드시 좋은 소식 잉태한다니 너의 선한 꾀로
전운이 감도는 조선 반도에 검은 장막을 걷어주려무나

 

산중의 호걸이라더니
이번의 임인년은 너덜너덜하더구나
악 중의 악 미제와 일제를 끌고 제발 잘한다고
마지막으로 부탁하노니 태평양 아래로 오늘 밤 침몰하라
너는
기개 넘치는 백두의 호랑이는 더욱 아니었으니
우매와 우둔과
무지와 불의, 호전의 적자를 출산했으니
보는 바와 같이 백두 아래 태백 아래 불안과 초조로 흔들리는 숲
임인년 호랑이 네가
허기진 사자와 하이에나 물고를 낼 줄 알았더니
뻑신 기상 찾아볼 수 없고
오랜 식민지로 너의 핏속에도 간교와 비굴의 피가 흐르더구나
순한 제 백성을 물어뜯기 위해
사나운 개들을 사육하던 임인년이여
뒤도 돌아보지 말고 어서 가거라
 

나눔과 베풂 공존을 먹고자 하지 않고 
금을 먹고 사는 것들은
먹어도 먹어도 늘 기갈이 들지
남의 금으로 배를 채우는 것들은 먹어도 먹어도 늘 허기진 사자
무지와 오만이 방정을 떨어
조선 반도를 전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이때
지혜와 풍요의 상징 검은 토끼가 국운을 몰고 오니
2023년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이로다


너는 유순하고 착하니
억울과 분통으로 피폐해진 우리의 얼을 쓰다듬어다오
너의 지혜를 동원하고 선량한 꾀를 내어
포악을 떨다 스스로 너덜너덜해진 임인년의 배설물들
쓰러진 상식을 일으키고
기절한 공정을 세워서 임인년이 출산한 불의한 멧돼지 폭거를 끌어 내리고
임인년이 사육하던 사냥개를 일망타진하라


우리 양민들은 검은 토끼, 너의 지혜를 믿고 따르리니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의 숲에
검은 장막을 걷고
남의 나라 금을 갈취하기 위해 밤잠을 안 자고 골몰하는 지구촌 악귀들
제 부를 걸터듬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타민족 학살을 계획하는 자들
그들을 한 용광로에 넣을 수 있도록
검은 토끼야 너의 지혜로
한반도의 숲에 거대한 함정을 파자
아무도 몰래, 어둠을 밝히기 위해 촛불 들고 모이자
미제와 일제를 바닥이 없는 한 구덩이에 모조리 집어넣고
우리는 촛불을 들고 강강수월래를 돌자


저들의 간교로 반목하고 저들의 획책으로 총부리를 겨눴던
동족상잔을 그치고
계묘년 검은 토끼해에 우리 가슴의 철조망을 걷자
시베리아의 마록과 치악산의 고라니가 만나
친구 할 수 있도록
인내천 건너 통일천 건너
붕어도 왔다 갔다 버들치도 왔다 갔다 가물치도  소풍가는 청정천
남북 화합의 강에서 만나
촛불을 들고 우리 강강수월래를 돌자
염원의 촛불을 들고 우리 민족 모두 모여 강강수월래를 돌자
 

*.사진은 필자가 직접 촬영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승원 주주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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