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꿈꾸는 나라

                                                                    권말선

선생님!
마른 잎 우르르 떨구는
늦가을 나무를 올려다보며
우리도, 우리 촛불도
저 나뭇잎처럼 되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저 많은 잎새를 보셔요
한 점 망설임 없이 땅으로 떨어지고
새봄을 꽃피우기 위해 썩기를 마다하지 않는
선생님, 우리도 지금 그 나뭇잎이어야 합니다

한 장의 나뭇잎은 결코 거름이 될 수 없습니다
한 줌의 나뭇잎으로도 턱없이 모자랍니다
길고 매서운 겨울 다 덮을 수 있게
모이고 또 모여야 합니다
털어내고 긁어내고 짓밟아 없애려 해도
끝내 어쩌지 못할 만큼 넘쳐나야 합니다
그래야 새순 돋는 새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선생님!
나무가 잎을 떨구지 않는다면
떨어진 잎이 썩기를 주저한다면
여기저기로 제각기 흩어져버린다면
새순도 꽃도 열매도 
벌레도 새도 숲도
어여쁘고 소중한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말겠지요
빼앗기고 말겠지요
겨울 끝에 다시 또 겨울이라면
그 찬 가슴에 어떻게
우리 아이들을
안을 수 있을까요

우리 살아온 고귀한 시간은
일제의 총칼 앞에서도
독재의 폭압 아래에서도
굴함 없이 우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거름으로 내어준
앞서 싸워주신 선생님들의
뜨거운 사랑이 있었기 때문
그러니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교묘히 얼굴을 바꾼 위선으로 인해
그날의 ”자주독립 만세!“가 오늘에도
그날의 “(검찰)독재타도!”가 오늘에도
그날의 “민주주의 수호!”가 오늘에도
절절한 구호로 남아있으니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한겹 두겹 세겹… 그렇게 스무 겹 넘어
백 천 만 십만… 그렇게 백만, 천만 향해
모이고 또 모여 우리 이제 거름이 되었습니다
촛불이 모여 뜨거운 불덩이가 되었습니다 
긴 겨울, 짙은 어둠 다 몰아내려 
미완의 구호 다시 높이 들었습니다

선생님! 이렇게 불덩이로 뭉친
우리 촛불의 꿈은 어디까지입니까
윤석열 김건희 천공 한동훈
꼭두각시들만 없어지면 되는 나라입니까
국민의힘 조중동 1%의 자본가
그 많은 적폐, 도둑놈들 다 쫓겨난 나라입니까


자기 땅 아니라고
자기 자식, 자기 목숨 아니라고 
함부로 전쟁하자 충동질하는
미국 일본 외세마저 물러난 나라입니까
노동자 농민 장애인
누구도 불행하지 않고
누구도 차별당하지 않고
평화와 통일을 호흡하는
진정한 해방의 나라
어쩌면 거기까지입니까

차디찬 겨울 활활 태워 
윤석열 퇴진이라는 봄
새순 돋는 그 봄 안에서
먼저 싸우셨던 선생님들이 꿈꿔온 나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나라
촛불이 꿈꾸는 나라로 가기 위해
더 힘껏 봄을 당겨와야겠습니다, 봄을

그날을 위해 바치는 사랑
기꺼이 거름이 되는 사랑
우리들 다함 없는 사랑으로
선생님,
오늘
여기
광장에서 
우리 촛불의 꿈은
무르익고 있습니다!

 

편집 , 사진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권말선 주주  kwonbluesunny@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