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출전가' 작곡가를 넘어 민중음악가 정세현학을 꿈꾸며

무대와 객석에서 '광주출전가' 합창  
무대와 객석에서 '광주출전가' 합창  

“동지들 모여서 함께 나가자

무등산 정기가 우리에게 있다

무엇이 두려웁냐 출전하여라

억눌린 민중의 해방을 위해

나가 나가 도청을 향해

출전가를 힘차게 힘차게 부르세”

   때 늦은 ‘광주출전가’ 오월노래가 올려 퍼지고 있는 전남대 컨벤션홀 무대와 객석은 불끈 쥔 주먹을 휘두르는 몸짓과 떼창으로 열기가 후끈거렸다. 지난 17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범능 정세현 10주기 추모음악회가 열린 무대와 객석의 풍경이다. 5~60대 중년의 아재와 아지매가 어색함을 무릅쓰고 한팔을 휘두를 수 있었던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광주출전가를 작곡한 정세현은 누구인데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가? 범능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위 자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자료를 읽어 보면서 들었던 생각을 공유한다.

추모음악회 삽화 영상과 사회자 서정란 인사
추모음악회 삽화 영상과 사회자 서정란 인사

  범능 정세현은 61년 전남 화순군에서 상이군인의 부친-시사in 기사-의 5남1녀 중 둘째아들로 태어났다. 부친은 한때 내장사에서 사미승으로 불자의 길을 걸었던 내력-한겨레신문 인터뷰 기사-이 있다. 이후 4형제(범능 선용 영산 선관스님)가 부처의 도를 찾는 구도의 길을 걸었던 것은 이런 집안의 내력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사춘기와 청년기에 기독교청년회에서 활동한 그가 어떤 배경과 심적 변화를 거쳐서 93년 불교에 출가하여 이듬해 비구계를 받고 스님이 되었는지 연구를 통해서 한 인간의 족적을 추적하는 것은 범능 정세현의 진면목을 찾는 또 하나의 과제가 될 것으로 믿는다. 다행히 전남대 호남학연구회 정명중 원장은 무대 인사을 통해서 빛고을 민중음악의 기린아 정세현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발표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발언하였으니 결과가 기대된다.

또한, 정세현을 이해하는데 빠질 수 없는 발자취는 85년(25세) 피리 전공으로 전남대 예술대학 국악학과에 입학과 그 해 전남대 노래패 ‘횃소리’를 창단하여 본격적인 노래운동가의 길에 들어서 불후의 명곡 ‘광주출전가’를 작곡하였고, 87년 노래패 ‘친구’ 창단과 ‘타는 목마름으로’ 공연, 89년 전남 진도에서 인간문화재 조공례 선생 문하생으로 ‘진도 들노래’를 사사 받았다.(공연 팜플릿)

더불어 93년 홀연히 출가하여 13년 입적할 때까지 20년간 발표한 명상음악 작곡과 산사음악회 등 노래하는 스님으로서 구도의 길을 걸었던 행적에 대해서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범능 정세현을 단순하게 ‘광주출전가’ 작곡가 만의 인식의 틀 속에 매어 두기에는 그가 걸어 온  발자취가 너무나 넓고 깊다.  삶의 변곡점을 따라서-85년 전남대 입학 전후의 행적과 활동 및 93년 출가의 배경과 구도의 행적-연구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여 추모음악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본다.

  10주기 추모음악회 기획은 류의남(횃소리 출신)이 기획단장을 맡아서 강숙향, 박양희, 박종주, 정영훈, 홍세현이 함께 하였고, 류의남 연출, 윤형호 조연출, 영상감독 임용철, 무대감독 마찬진 등 스템과 삽화 이상호 화백, 국악연주단 장호준(광주시립창극단 수석단원)과 단원들, 밴드연주단 양희범, 서원, 김정수, 장혜란, 하민지 단원이 곡을 연주해 주었다.

(좌상에서 시계방향 곡/ 가수) 꽃등 들어 님 오시면 / 정세현 음원, 순이 소식 / 노래패 친구( 김영학 강숙향 류진주 주하주 ), 통일은 언제일까 / 주하주, 노래패 함성, 우리 님은 / 이명진, 노래패 함성, 꽃아 꽃아 / 이병채, 노래패 함성
(좌상에서 시계방향 곡/ 가수) 꽃등 들어 님 오시면 / 정세현 음원, 순이 소식 / 노래패 친구( 김영학 강숙향 류진주 주하주 ), 통일은 언제일까 / 주하주, 노래패 함성, 우리 님은 / 이명진, 노래패 함성, 꽃아 꽃아 / 이병채, 노래패 함성

공연은 서정란(횃소리 가수) 사회로 4부로 진행되었다. 여는 노래 ‘꽃등 들어 님 오시면’ 곡이 정세현 음원으로 영상과 함께 상영되었다. 1부는 '오월광주, 그 서럽고 슬프고 날 선' 주제로 ‘순이 소식’ ‘들불’ ‘통일은 언제일까’ ‘우리 님은’ ‘꽃아 꽃아’ 곡을 동지며 친구였던 노래패 ‘친구’와 노래패 ‘함성(조선대 중앙노래패)’ 가수들의 목소리에 실려 아리게 울려 퍼졌다.

(좌상에서 시계방향 곡/ 가수) 봄날의 코스모스 / 노래패 횃소리, 내 님 / 정용주, 섬진강 / 김산옥, 진달래꽃 / 김산옥, 고규태(시인)-박문옥( 작곡가 ) 대담 영상
(좌상에서 시계방향 곡/ 가수) 봄날의 코스모스 / 노래패 횃소리, 내 님 / 정용주, 섬진강 / 김산옥, 진달래꽃 / 김산옥, 고규태(시인)-박문옥( 작곡가 ) 대담 영상

2부는 ‘그립고 그립다’ 주제로 ‘그대 가는가’ 추모시를 시작으로 ‘봄날의 코스모스(박승희열사 추모곡)’ ‘내 님(장기수의 노래)’ ‘섬진강’ ‘진달래꽃’ 곡을 노래패 횃소리와 정용주, 김산옥 국악인이 불러 주었고, ‘함한 시대의 예술가 범능 정세현, 나의 동지’ 제목으로 고규태 시인의 인터뷰 영상이 잔잔하게 객석을 채워 주었다.

유작 최초 공개 영상 (상) 아침노을 / 박성훈 가수, (하) 열목어 한 마리 / 류의남 조혜수 라떼양 강숙향
유작 최초 공개 영상 (상) 아침노을 / 박성훈 가수, (하) 열목어 한 마리 / 류의남 조혜수 라떼양 강숙향

이번 음악회 백미는 3부 못다한 노래 범능 정세현의 유작이 무대에서 첫 선을 보였다. ‘아침노을(1951 거창유아학살 추모가)’ ‘열목어 한 마리’ 곡이 가슴 시린 삽화 영상과 선율을 따라 객석을 너머 멀리 멀리 날아 갔다.

(상) 광주 음악, 세상을 보듬다 / 정명중 인사말, 통일의 나라로 가자 / 노래패 함성 (중) 진군가 / 광주노동자노래패연합, 가객공감, 혁명광주 / 광주노동자노래패연합, 가객공감, 노래패 횃소리 (하) 광주출전가 / 모두함께, 절망하지 말자 / 모두함께
(상) 광주 음악, 세상을 보듬다 / 정명중 인사말, 통일의 나라로 가자 / 노래패 함성 (중) 진군가 / 광주노동자노래패연합, 가객공감, 혁명광주 / 광주노동자노래패연합, 가객공감, 노래패 횃소리 (하) 광주출전가 / 모두함께, 절망하지 말자 / 모두함께

4부는 ‘나아 가다’ 주제로 ‘광주 음악, 세상을 보듬다‘는 소제로 정명중 원장이 인사말과 정세현 연구 계획을 발표하여 큰호응을 얻었고, ‘통일의 나라로 가자’ ‘진군가’ ‘혁명광주’ ‘광주출전가’ 곡을 함성, 광주노동자노래패연합, 가객공감, 횃소리 가수와 청중이 하나가 되어 떼창으로 실패를 딛고 희망을 만들기 위한 결의를 마음에서 마음으로 눈빛과 눈빛으로 전달되었다. 닫는 노래 ’절망하지 말자‘ 곡을 가슴으로 흐느끼면서 아직도 남아 있는 우리 안의 불신과 분노의 찌꺼기를 태워 버리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범능스님 첫번째 노래이야기 오월의 꽃 음반
범능스님 첫번째 노래이야기 오월의 꽃 음반

  객석 밖에서 그리운 동지들 만나 기념사진도 찍고 ’범능스님 첫 번째 노래이야기‘ 음반을 오은미(전북도의원) 동지에게 선물 받고 감사의 마음과 용기를 얻어가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천리길 찾아 온 나그네를 손님으로 반갑게 맞이해준 오월 정신과 무등산을 품고 사는 김순흥(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 김재호(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 주하주(노래패 ’친구‘ 창립 단원) 민중음악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고맙습니다.

                                   “오월정신을 올곧게  계승하는 것이 새로운 길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재광 주주  gamkood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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