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초등학교 동창 한명이 초딩 카톡방에 시 한편을 올려주었습니다. 치과의사로 아직도 현역에 있는 녀석인데, 요즘 좋은 시()를 읽는 취미가 생겼나 봅니다

시를 읽어보니, 요즘의 지리하게 이어지는 축축하고 궂은 우기(雨期)에 딱맞게 제목이 장마라고 되어있습니다. 시인은 평이한 어조로 시선(視線)을 소외되고 낮은 곳에 두고 담담히 서술하고 있는데, 그대로 전재(轉載)하여 소개하여 봅니다.

 

         장 마            

                                           목필균(睦弼均)
 

언제 그칠 줄 모르는 장맛비가
지하방(地下房) 창가에 흐른다.

그렇지 않아도 눅눅한 방에
칠순으로 향하는 마른 육신이
고단한 몸을 담고 있는데
비는 칭얼칭얼 치마꼬리를 잡는다.

온종일 고층아파트 계단 쓸어 내리던
무릎관절 오지게 부어오르는 밤을,
살만한 자식들 손길 마다하고
홀로 지켜내는 유씨 할머니...

낮에도 어두운
그 곳을,
햇볕 속에서도 축축한 그 곳을
피하지 않고

끊임없이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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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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