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부드럽고 쉽게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따분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이 있다. 같은 결과를 내더라도 투자되는 에너지 차이가 큰 것이다. 왜 그럴까? 삶의 기술차일까? 가치관의 차일까? 삶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에 따라 행복지수도 달라진다. 전자는 순리와 이치에 따라 무리하지 않고 살 겠지만, 후자는 자기 뜻과 목표를 세워놓고 그대로 진행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거나 자신을 강박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살아온 경험에 비춰서 쉽고 어려운 세상살이에 대해 간략히 생각해 본다.

1. 가장 쉬운 것은 공부다.

공부는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 공부할 내용, 달성목표, 교과과정, 수업별 세목까지도 다 정해져 있으니 교육프로그램을 따라 하면 된다. 더구나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까지 있다. 중간중간 시험을 통해 점검도 해 준다. 잘 못하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알려주고 교정해 준다. 더구나 잘 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해 준다.설혹 잘 못했다고 크게 벌 주는 것도 없다. 오히려 용기와 격려를 주면서 물심 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좀만 잘하면 칭찬도 무지하게 받는다. 그냥 책 열심히 읽고 암기하면서 정해진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무엇이 걱정인가? 이 얼마나 쉽고 편한가? 머리 쓸 것도 없고 창의력이 없어도 별 지장이 없다. 시킨대로 착실하게 잘 따라하면 끝이다.

 

공부가 어렵다고 하는 사람은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개중에 특별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할 것이 정해져 있고, 가르쳐주면서 지원까지 하는 공부를 어렵다고 하면 다른 무엇을 하겠는가? 이런 차원에서 보면 평생 책만 보면서 공부만 하는 사람들은 그저 공짜로 사는 것이다. 최대로 은혜를 받은 복 많은 자들이 아닐까?

 

2. 그 다음 쉬운 것이 일이다.

일도 공부와 비슷한 점이 있으나 창의력이 다소 요구된다. 그리고 성과에 따라 소속단체나 기업의 존폐가 엇갈리므로 주어진 책무에 따른 합당한 땀을 흘려야 한다. 수행하는 일에는 책임이 따르고 마땅히 해야할 의무도 있다. 일의 진행과 성과가 자신에게만 해당되지 않고 가까이는 동료들 그리고 기업주, 국민과 국가까지도 관계된다. 기회만 엿보는 얌체가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공부의 결과는 주로 자신에게 해당되지만, 일의 결과는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준다. 그리고 자본주의에서는 물질자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노동자본이다.

 

대부분 노동자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기에 그에 합당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현대인들의 행복지수 또한 자본이 거의 결정하므로 자신의 절대자산인 노농자본의 가치를 적절히 유지사용하고 발휘해야 하리라본다. 여하튼 일은 그래도 할만하다. 감독기관도 있어 양호한 노동환경을 조성해주려 노력하고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강제명령을 통해 부여하므로 해볼만 하다. 자신이 전적으로 올라운드 풀레이어가 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여유가 있지 않는가? 사용자가 아닌 대다수가 해당하는 고용된 자의 입장에서 말한 것이다. 일정시간 일하면 휴가를 갈 수 있고 휴가비까지 주므로 이 얼마나 좋은가? 또한 일하는 재미도 쏠쏠할 뿐만아니라 성과와 성취에 대한 만족도 있고 그에 대한 보상까지 있으니 금상첨화 아닌가?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요 축복이다.

 

3.가장 어려운 것은 놀기다.

놀아보지 않는 사람들은 무슨 해괴한 말이냐고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공부가 가장 쉽고 일도 공부에 버금갈만큼 쉽다면서 놀기가 가장 어렵다니 괴변 중의 괴변이요 이상한 사람이라고 힐난하고 면박을 주리라. 그럴 수 있다. 단기간 노는 것을 말한다면 맞다. 하지만 나이들고 자금도 달리는데 주야장창 놀기만 해야 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주어진 놀이도 없다. 무조건 놀아야 한다. 놀고 안놀고도 자신에게 달려 있다지만 놀 수밖에 없다. 축복인가 저주인가? 혹자들은 자기 중심의 별스런 말을 다 하지만 평균자 측에서 보자. 어디가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놀지를 자신이 결정하고 놀아야 한다. 예산도 마련해야 한다. 앉으나 서나 눕거나 일어서나 막 노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나이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하는데 틀렸다. 노인들의 하루는 길기만 하다. 밤은 더 길다. 잠은 안 오고, 안오는 게 아니라 왔다갔다 한다. 자는 것도 아니고 깬것도 아니다. 책을 보는 것도 눈이 시리고 아프다. 방송은 도대체가 재미가 없다. 이채널 저채널 돌려봐도 정도의 차이지 온통 먹자판이다. 노인내가 능력도 없는데 사실 소화도 잘 안되지만, 먹자판만 돌리니 이게 무슨 짓인가? 특히 주간에는 노인들이 많이 볼 것 아닌가? 안타깝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24시간을 온전히 놀아야 한다. 소요되는 비용은 자신이 조달해야 하니 이 또한 답답하다. 얼마나 어려운가? 돈 많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구속과 제한 속에 살아왔기에 어떤 자들은 제발 구속과 제한좀 해달라고 간구한다. 그러니까 혼자 있는 자신을 책임질 수 없는 사람들은 무료하고 지루해서 견디지를 못한다. 그래서 친구를 찾고 노는 곳을 찾아 해맨다. 그런다고 그게 해결되겠는가? 잠시뿐이다. 노는 것은 모든 것을 자신이 해야 한다.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다. 자존감과 자립정신이 부족한 사람들에겐 고욕이요 고통이다. 자 보라. 노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24시간 종일토록 매일매일, 365일 아니 몇 년이 될지 살아있는 동안 계속 놀아야 한다. 편한 소리 하고 자빠졌다고? 일을 하고 청소라도 하라고? 으이구~ 모르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편집: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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