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기능은 혈중 크레아티닌(Creatinine) 수치를 이용해 평가하고, 신장 기능이 의미 있게 감소하거나 단백뇨, 혈뇨 등 기능적 이상이 지속될 때 ‘만성 신장병’(Chronic renal disease)으로 진단하고, 만성 신장병 5기를 말기 신부전이라 한다(세브란스, 건강정보). 크레아티닌은 근육에서 생성되는 노폐물로 대부분 신장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신장 기능의 좋은 지표다(서울아산병원).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4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24세인 1988년 6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약 33년간 여러 주물사업장에서 후처리(그라인딩, 사상, 용접) 작업을 하였다. 2010년 5월 13일 통풍과 신장 기능의 저하로 □병원에서 만성 신장질환을 진단받고 외래진료를 받았다. 2021년 5월 경과관찰 중에 행한 검사 결과는 신기능의 악화였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보자. 노동자는 약 33년간 △사업장을 비롯한 여러 주물사업장에서 근무하였는데, 현재는 노동자가 근무했던 사업장은 사라졌거나 소재지가 바뀌었다. 근무시간은 7시부터 17시까지이나, 매일 2시간 연장근무 후 19시에 퇴근하였다. 12시간 근무한 셈이다. 작업물량이 많은 경우, 휴무일에도 근무하였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2003년 5월까지 근무한 사업장에서 작업 대상 제품은 신발 금형이고, 모형 틀을 제거하고 나서 후처리 작업을 수행하였다. 2003년 6월부터 근무한 사업장에서 작업 대상 제품은 선박 밸브이고, 후처리(사상 70%와 용접 30%) 작업을 하였다. 작업 시 일반마스크는 착용하였으나 국소 배기장치는 없었다. 작업 장소별 비중은 실내가 90%, 실외가 10%였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39세인 2003년경부터 왼쪽 엄지발가락 통증을 동반한 통풍이 나타났으나 그 밖의 특이질환은 없었다. 통풍은 요산(尿酸)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과도하게 쌓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통증이 나타날 때 간헐적으로 약물치료를 받았다. 만 46세가 되던 2010년 5월 11일에 통풍 증상으로 내과를 방문하여 행한 혈액검사에서 혈청크레아티닌 농도가 2.87mg/dL로 나타나 신기능 감소 소견이 보여 □병원으로 옮겼다. 사구체여과율(GFR) 감소로 신기능 저하 소견이 보였다. 혈청크레아티닌 농도는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올라가는데, 그 정상 범위는 약 0.5~1.2mg/dL이다(삼성서울병원, 당뇨병소식지 vol. 318). GFR(Glomerular Filtration Rate)은 신장이 1분 동안에 깨끗하게 걸러주는 혈액의 양이다.

또한, 빈혈, 단백뇨, ‘알부민 크레아티닌 비’(Albumin-to-Creatinine ratio·ACR) 604mg/g(정상은 30μg/mg 미만), 복부초음파에서 관찰된 신장 크기의 감소 등과 같은 신장 세포 손상에 따른 만성적 신기능 감소 소견이 나타났다. 이에 조직검사는 추가로 하지 않았고, 외래를 통원하며 빈혈, 고요산 혈증 등에 대한 증상치료를 해왔으나 신기능은 회복되지 않고 떨어져서 만성신장질환(4기)을 진단받았다. ‘고요산 혈증’(hyperuricemia)은 혈액 중에 요산이 과도하게 많은(7.0mg/dl 이상) 상태다.

“독성기전을 밝혀냈어요. 지금껏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도 피해자 판정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국내 대표적 환경의학자인 임종한 인하대 교수에겐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자이면서도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던 사람들을 구제할 방법이 생겼다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인 듯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겨레, 2016.11.04.
“독성기전을 밝혀냈어요. 지금껏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도 피해자 판정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국내 대표적 환경의학자인 임종한 인하대 교수에겐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자이면서도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던 사람들을 구제할 방법이 생겼다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인 듯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겨레, 2016.11.04.

현재는 혈액투석을 하며 경과를 관찰하는 중이다. 노동자는 응답하길, 신기능이 저하되기 전까지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없었고, 이상지질혈증, 통풍을 제외하고 특이 질환은 없었다. 2011년 건강 검진 기록상, 혈당과 혈압은 정상이었다. 또한, 노동자는 응답하길, 2010년까지 담배는 하루 1/4갑씩 약 20년 정도 피웠으나 2010년 이후로 금연하였고, 2020년까지 주 4회 1병 정도 음주했으나 2020년부터는 금주했다.

노동자는 용접작업을 하면서 용접 흄과 중금속, 유해가스 등에 노출되어 상기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급여를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하려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요청하였다.

2024년 1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회의·2024.1.22.~24.)는 아래와 같은 여섯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46세가 되던 2010년 5월 13일에 만성신장질환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1988년 6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약 33년간 △사업장을 포함하여 부산 사상구 소재 여러 주물사업장에 근무하면서 신발 금형 또는 선박 밸브 등 금형제품의 후처리 작업을 수행하였다. 셋째, 만성 신장질환 위험과의 연관성이 알려진 요인은 잠재적 신독성(腎毒性·nephrotoxicity)을 띤 물질이다. 그런 물질은 톨루엔, 크실렌, 트리클로로에틸렌, 노말헥산(n-Hexane) 등과 같은 유기용제, 에틸렌글리콜, 유리규산(Silica·이산화규소), 금속(납, 카드뮴, 수은, 금, 비스무트, 우라늄, 비소 등) 등이다. 신독성은 독성 물질 또는 특정 약물이 신장에 손상을 주는 특성이다. 넷째, 아직 호흡성 유리규산의 노출강도에 따른 만성신장질환 위험의 ‘량-반응 관계’(dose-response relationship)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유의한 량-반응 관계를 보고한 연구에서 0.51㎎/㎥·years 이상의 누적 노출수준에서 0.1㎎/㎥·years 미만 집단과 비교하여 만성 신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량-반응 관계는 특정 화학 물질에 대해 생물체에서 나타나는 반응 또는 효과 간의 관계다. 다섯째, 국내 주물공장 후처리공정에서 측정된 선행연구와 역학조사의 작업환경 측정 (기하)평균값을 측정 시기별로 적용하여 추정한 호흡성 유리규산의 누적 노출량은 노동자에게 1988년부터 2010년까지 최소 0.676㎎/㎥·years 이상이었다. 여섯째, 호흡성 유리규산 외에도 보호구로 일반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환기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실내에서 주로 작업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크롬, 니켈 등의 금속 분진에 지속하여 노출됐다고 추정된다.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회의)는 2024.1.22.~24에 열렸으나 그 결과는 2개월이 지난 3월 22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에 게재됐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6년 3월 27일

*관련 기사: 독성에 오염된 시대, 해독제는 무엇인가(한겨레, 2016.11.04.)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768877.html

편집 : 형광석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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