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 꽃을 딴다.
지긋이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생각하느라 꽃향기에 다가갈 생각도 못하다가 하루가 간다. 멀고 먼 하늘에서 온 사람들처럼 오늘은 남모르는 걸음으로 도둑맞은 인간들이 사는 곳에서 내가 온 곳으로 떠나야하는 것이다. 어쩌면 저들은 앞날에 세상을 보듬기 위해 몸서리치며 맨발로 걷고 있는지 모르겠다. 흙의 따뜻한 기운을 다 머금고 생명을 잉태한 그들이 알몸과 다름없는 허름한 몸으로 안고 가는 생명이 더없이 고맙다. 꽃, 그리고 사람, 낯선 대지에 이방인은 없다. 모두가 빛나는 숨을 머금고 태양의 자식, 달의 자식으로 이슬을 반짝이고 있다. 달고 단 물방울이 되어 새가 되고 별이 되어 진흙밭을 걷다가 흙탕물을 밟다가 시궁창에서조차 산다. 처절한 꿈처럼 사라질 것같은 생명들이 예방주사없는 삶과 일상을 꿋꿋하다 말하기에도 사치스런만치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곳 또하나의 사람 세상에서 나는 오늘 다시 돌아와야할 약속을 품고 오늘 또 한걸음 사람속으로 간다. 사람의 사원으로 간다.

                              - 김형효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Kimhj00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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