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게 치유의 기회를 주자

2000년 조선일보 창간 80주년에 옥천 주민들은 ‘조선일보 바로보기 옥천시민모임(조선바보)’을 결성했다. 2020년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에 옥천 주민들은 <'일장기를 제호 위에 얹은 조선일보’ 리본 달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 두 운동을 주도한 이는 옥천신문 오한흥 대표다.

오한흥 대표는 1998년 민주언론연합(민언련)에서 발간한 자료집 <조선일보를 해부한다>를 만난다. 그 때 조선일보의 본질을 깨닫는다. 옥천신문에 10주 이상 조선일보의 과거 행각을 실었다. 옥천신문은 옥천에서 열독률이 높은 신문이었다. 옥천주민들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의 친일행각을 집중 고발한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옥천>을 발간해 배포했다. ’조선바보’ 핵심 회원들도 일대일 전투로 조선일보를 알렸다. 옥천 주민들은 진보, 보수를 넘어 적극 호응했다. 옥천군의회 의원 전원이 ‘조선바보’ 회원이 되었다. 2011년까지 진행한 옥천언론문화제에서 해병대전우회가 안내원 역할을 했다. ‘옥천전투’를 직접 보려고 수많은 언론인과 지식인들이 옥천을 방문했다.

이후 오 대표는 ‘조선일보는 친일언론’이라는 도식을 넘어 조선일보는 ‘신문으로 위장한 범죄집단’이라 말한다. “친일은 미래지향적 단어다. 친(親)은 ‘친하다’는 뜻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일보 보도는 ‘친일행위’가 아니라 ‘반민족 범죄행위’다. 신년호 1면에 천황부부 사진을 싣고, 제호 위에 일장기 달고, 자진폐간을 강제폐간이라 속이고, <조광>(월간조선 전신)에 ‘한일합방은 조선의 행복을 위한 조약’이라 보도한 집단을 ‘반민족 범죄집단’이라 부르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조선일보는 이런 반민족 범죄행위를 단 한 번도 시인도 반성도 하지 않았다. 최근까지 항일 민족지 행세를 하며 국민을 속이고, 끊임없이 민족을 이간질하고, 우리나라의 평화를 방해한다.”

▲ 오한흥 대표, 명진스님.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조선바보’ 독립군의 열정적 전투는 20년 지나 <'일장기를 제호 위에 얹은 조선일보’ 리본 달기 운동>이라는 평범한 시민운동으로 진화했다. 그는 “20년 전엔 소수만이 조선일보 악행을 알고 폐간을 부르짖었다면, 지금은 다수가 조선일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이전 보다 더 세련된 시민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조선일보를 보는 관점은 독특하다. “조선일보도 피해자다. 방응모가 조선일보를 인수한 1933년은 일제강점기 24년째 되는 해다. 많은 이들이 조선독립을 포기하고 변절했다. 방응모는 시대 흐름에 따랐을 뿐이다. 해방 후 착한 사람들이 바보 되는 문화가 있었다. 항일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것이 일례다. 방응모 후손들은 그 문화를 충실히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해방 후 70년 이상 사실이 아닌 걸 우기며 살았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나쁜 짓을 하면서 괴로웠을 거라고 본다.”

그는 70년간 고통 받은 조선일보에게 치유의 기회를 주자고 한다. “조선일보를 미워하지 말고 측은하게 봐야 풀린다. 상징적일망정 75년 전 반민특위를 다시 구성해 반민족행위를 재규명해야 한다. 진실을 직면하고 인정하고 사과할 때 조선일보도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21세기는 투명한 성찰의 시대다. 예전 조선일보는 과오를 감출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어린 학생들도 조선일보의 거짓보도 등을 안다. 조선일보가 성찰하고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사실이다.”

새로 선임될 <한겨레>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은 “완장을 차지 말라는 거다. 사장 되는 그날, 해야 되는 일은 동네 가까운 가게에 들러 인사하는 것이다. 신문을 소개하고 구독신청도 받아야 한다. 그렇게 시민들부터 만나야 한다. 5년 꾸준히 하다보면 직원들도 따라하게 될 거다. 그래야 종이신문은 살아남게 된다.”

<한겨레>가 <조선일보>를 개과천선 시켜야 하는데 그 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조선일보>와 대척점에 있는 신문은 <한겨레>가 아니라 <옥천신문>이라고 생각한다. ‘리본 운동’ 같이 순하고 즐거운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면서 '반민족 범죄집단'을 일깨우는 불씨를 꺼뜨리지 않겠다.  

 

 

편집자 주 : <한겨레>가 국민주신문이라면 <옥천신문>은 군민주신문이다. 오한흥 대표는 <한겨레> 창간 시 옥천지국장을 역임하면서 이듬해 1989년 <옥천신문>을 탄생시켰다. 옥천신문 편집국장을 거처 2002년 대표로 재직하다가, 2004년 국내 최초 입법전문주간지 여의도통신을 창간했다. 12년 만인 2017년, 다시 옥천신문 대표로 돌아왔다. 풀뿌리 언론으로 정착했다는 옥천신문은 매주 1회 발행하는 종이신문과 유료회원제 옥천신문(www.okinews.com), 개방제 옥천닷컴(www.okcheoni.com)을 운영하고 있다.

*위 글은 정지환 옥천신문 객원기자의 글(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107)을 바탕으로 오한흥 대표와의 폰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사진 : 오한흥(옥천신문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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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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