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사정으로 눈을 돌려보자

합성섬유를 대표하는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계열의 섬유의 주 원료는 ‘석유’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강력한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은 합섬 섬유의 기초원료가 되는 석유를 의복 만드는 데 필요한 만큼 수입해 사용할 수 없다.

한편 북한에서 ‘주체섬유’라 자랑하는 합성섬유인 ‘비날론’의 원료는 ‘석유’가 아닌, ‘석회석’이다. 한반도 지층에 무진장하게 묻혀 있는 석회석에서 뽑아낸 원료로 만드는 합성섬유가 ‘비날론’이다. 북한에서는 석회석을 기본 원료로 한 합섬 섬유 ‘비날론’을 생산해 내고있는 지구상 유일한 곳이다.

‘비날론’ 섬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는 석회석 + 석탄(가열용) + 물 만 있으면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원료를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생산방법을 통해 합성섬유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비날론’를 ‘주체 섬유’라 부르고 있다.

비날론 섬유로 만든 천은 강도가 높아 주로 군복, 천막, 그물, 벨트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며, 비날론 제작과정 중에 중간재로 생산되는 가성소다, 염화비날, 초산비닐, 염산, 촉매제 등 약 400여 가지의 중간 화학제품들도 생산되기 때문에 이들 중간재들로 살초제, 살충제, 물감 등을 만들게 된다고 한다.

단점으로는, 석회석에서 비날론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높은 고열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석탄과 전력 소모가 크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공장 가동이 멈추어 섰다가 시설 현대화 작업을 통해 2010년 2월 2.8비날론연합기업소가 다시 가동을 시작하였다.

2.8비날론연합기업소는 1961년 5월에 준공된 북한의 화학공업기지로, 공장내의 총 배관 길이가 약 8만km로 지구를 두 번 두를 수 있는 엄청난 길이다.

1961년 당시 남한에서는, 봉제, 가발 수준의 노동집약적 산업정도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당시 2.8비날론공장에 대한 기술력이 상당하였음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남쪽에서는 아직 과학자를 모델로 한 우표를 발행한 적이 없지만, 북한에서는 비날론 발명자 리승기 박사와 비날론 공장에 대해서 4번씩이나 우표를 발행하고 있다.

▲ 과학자 리승기박사

리승기 박사는 1905년 10월 1일 전남 담양에서 출생해 일본 교토대학에서 섬유를 전공한 한국인 최초의 공학박사 1호다. 교토대학 졸업 후 교토대학 섬유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광복을 맞이해 귀국해 서울대 제2대 공대학장으로 재직하였다.

하지만, 미군정시절 대학의 자율적 연구 및 발전을 방해하는 미 군정과의 마찰로 인해 학장직을 그만두고 낙향하여 있던 중 1950년 7월 북측의 끈질긴 권유로 가족들과 함께 자진 월북하였다. 월북 당시 자유로운 연구환경 제공 등에 동의하는 동료 교수 및 제자들도 함께 월북하여 북한의 과학을 발전시키는 중요 역할들을 감당하였다. 리승기 박사는 1996년 사망하여 북한에서 가장 추대받는 평양 신미리 애국열사릉에 안장되었다.

2020년 3월부터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는 큰 고통 중에 있다.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이탈리아, 미국 등 여러 국가들에서는 국경 봉쇄와 이동 제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이동 제안 및 국경봉쇄로 인해 각국의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으며 그 한계상항으로 인해 서서히 봉쇄정책을 완화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여기서, 북한의 사정으로 눈을 돌려보자.

1980년대 말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과 소련 해체로 인해 사회주의 국가들간의 국제무역이 중단된 이후, 1990년 한-소 국교 수립, 1992년 한-중 국교 수립으로 완전 고립된 상태에서 1994년 유일 주체사상의 창시자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곧 이어진 대홍수와 기근으로 적어도 수십 만명에서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어가는 상황에서 하나의 민족임을 강조하던 남쪽에서의 외면과 혈맹국 중국조차 외면하는 상황에서의 북한 수뇌부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2020년 6월 현재의 상황이 고난의 행군시절 만큼은 아닐지언정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현실에서 우리 남한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1990년대 중후반처럼 붕한 붕괴를 희망하며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있을 것인가? 오마바 행정부가 취했던 ‘전략적 인내’ 정책에 따라 북한의 자동 붕괴를 기다릴 것인가? 북한의 붕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3대째 세습 중인 백두혈통이 밀려나거나 쫒겨 나는 것인가? 북한 내에서 내전 상태가 되는 것이 붕괴인가?

아니면, 미국에 의한 핵 공격으로 북한 주민들이 다 죽어 사라지는 것( 이럴 경우, 평양에서 200km도 안 떨어진 서울도 적어도 100년 동안은 인간 거주가 불가능한 지역이 되지 않을까)을 의미하는가?

북한의 인구를 2300만명으로 추정하고 충성 맹세한 로동당원 약 300백만명이 똘똘 뭉쳐 유엔에 가입된 하나의 국가가 내전도 없는 상태에서 타국의 협박으로 붕괴된 경우가 있었던가?

나아가,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국가가 일방적인 침략전쟁으로 멸망된 경우가 있었던가?

1993년 유엔 제재 제825호로 시작된 북한에 대한 제재부터 시작해서 2019년 제 2397호까지 20여 개의 유엔 제재와 10여 개에 달하는 미국의 독자적인 제재로 인해 거의 30여년 동안 북한의 대외 교역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만약, 북한에 대한 동일한 수준의 제재가 대한민국에 가해진다면 과연 대한민국의 경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내 개인 소견으로는 무역의존도가 90%가 넘는 대한민국은 5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1950년 한반도에서의 전쟁 외엔 타국에 대한 침략행위가 없었던 북한에 대한 이토록 기나긴 국제 제재와 봉쇄조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반도 비핵화에 동참하겠다며 체제보장과 봉쇄를 풀어 달라는데 왜 못하는가? 누구를 위한 한반도 분단과 대립인가?

이제 우리 민족끼리 서로를 돌아보며 하나의 코리아를 향한 행진에 동참해야 할 때 아닌가?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안재영 주주통신원  dooreah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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