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철의 혁신학교 이야기 7) 2015년 서울신은초 6학년 어린이들의 수학여행 기획과 추진했던 이야기

<김광철의 혁신학교 이야기 7>

▲ 삼척 근덕에 있는 '원전백지화기념탑'에서 지역 주민에게 원전 반대 투쟁을 했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신은초 2015년 6학년 어린이들

‘김광철의 혁신학교 이야기 6’에서 ‘어린이다모임’ 또는 ‘전교어린이회’에 대하여 썼다. 학급이나 학년 단위에서는 ‘어린이다모임’이 이루어진다. 특히 학급 ‘어린이다모임’은 학생수가 20~30명이고, 매일 한 교실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필요하면 수시로 열 수 있다. 그렇지만 ‘학년다모임’만 하여도 모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학생들 숫자도 100~200명 정도 되고, 학급마다 다들 자기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년다모임’을 열기 위해서는 사전에 학년 담임교사들이 회의를 통하여 의제와 일정을 조율해야 한다.

의제는 학년 전체 어린이들의 공통의 이해관계에 관련된 내용이다. 예컨대 ‘학년 생활규정’이라든가, 학급 간의 교수·학습 자료 이용이라든가, 운동장 또는 특별실 이용 시간 조정이라든가, 학년에서 이웃 반 어린이들과 얽혀있는 교우관계 문제 등 동학년 어린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 문제 해결의 원칙이나 방법 등을 규정하거나 조율하는 문제 정도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동학년 담임교사들 회의에서 조정과 조율이 된다. 그렇더라도 담임들이 ‘이 문제는 학년 어린이다모임을 열어 의논해 봐야겠다'면 열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학년다모임 회장을 따로 두고 있지 않아서 회의 소집을 할 수 있는 대표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동학년 교사들 회의에서 ’이 사안은 학년다모임을 열어서 다루자‘ 라고 합의가 되면 자연스럽게 학년 어린이들을 한 장소에 모아 임시 의장과 서기 등을 선출하여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견함‘ 등을 만들어서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이 문제를 학년다모임을 통하여 의논해 주세요‘ 하면 의제로 삼아 학년다모임을 열 수도 있다.

▲ 삼척에서 해양레일바이크를 타고 있는 신은초 6학년 어린이들

수학여행, 체험학습지 선정 등을 어린이들이 의논하여 정할 수 있어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학년별로 ‘학년다모임’은 주로 체험학습 또는 수련활동, 수학여행, ‘어린이 한마당’과 같이 학년 전체 어린이가 어울려 이루어지는 학습 활동에 관한 내용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2015년 필자가 6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수학여행지 선정의 예를 들어보겠다.

담임을 통해서 각 학급의 어린이들에게 수학여행을 가고 싶은 곳을 ‘학급다모임’을 통하여 선정을 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모둠별 또한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의논을 하여 학급에서 몇 개의 후보지를 놓고 각자 ‘왜 이곳으로 수학여행을 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발표를 하도록 한다.

그러면 학급 어린이들은 몇 개 올라온 후보지를 놓고 질의, 응답, 찬반 토론 등 열띤 논의를 통하여 각 학급별로 1~2개의 수학여행 후보지를 내 놓는다. 이 과정에서 동학년 교사들은 교사 나름대로 후보지를 내 놓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하여 추천된 수학여행 장소 후보지를 가지고 학년다모임을 열어 PPT 등을 활용하여 그 후보지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하도록 한다. 학급다모임에서와 같이 질의, 응답, 토론 등을 통한 다음 그 후보지들을 놓고 전체 어린이들이 투표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2~3개 후보지로 압축한 다음, 최종 후보지 2~3곳을 놓고 최종 투표를 통하여 수학여행을 갈 장소를 확정했다.

당시 어린이들이 선호하여 내 놓은 후보지는 경주, 부산, 백제문화권 등이었고, 교사들 중에서 필자는 ‘삼척과 태백, 영월’ 지역을 내 놓아 위와 같은 절차에 의하여 수학여행지를 선정하였다. 그렇다고 한 번 열린 학년다모임에서 결정을 한 것이 아니라 약 1주일간의 학급별 숙의 기간을 거쳤다.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고, 집에 가서는 부모님과 상의하고, 친구들과 상의하여 1주일 후에 최종적으로 투표를 통하여 수학여행지를 결정하였다. 그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필자가 제안했던 강원도 ‘삼척, 태백, 영월’ 안이 결정되었다.

직전 해에 6학년에서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수학여행지를 선정했는데, 오대산에 있는 모 수련원을 중심으로 그 일대를 탐방하는 내용으로 정해서 시행하였다.

문제는 이를 추진하는 과정이다. 교사들이 숙소를 정하고 수학여행 코스를 잡고, 사전 답사를 하려면 힘이 들기 때문에 당시에 이런 일체의 일을 대행하는 업체들이 많았다. 그런 업체와 계약을 맺어 코스선정, 사전답사, 수학여행비 책정까지 하게 된다. 교육청 지침은 이런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할 때는 경쟁 입찰을 통하여 업체를 선정하도록 한다. 2014년까지 신은초에서는 6학년 수학여행을 추진하면서 이 같은 방식으로 업체를 통하여 수학여행을 추진하였다.

▲ 영월 동강에서의 래프팅 장면

학부모와 함께 한 수학여행코스의 사전 답사

그렇지만 2015년 필자가 6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는 학년 교사들과 의논하여 좀 힘들더라도 교사들이 직접 나서서 숙소는 물론 수학여행 코스, 식사할 식당 등 세세한 것을 사전 답사를 통하여 점검하였다. 사전답사를 갈 때는 학부모 대표도 두 분이 동행하여 그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답사를 다녀왔다. 그것도 1회에 그치지 않고, 답사를 다녀온 다음 그 내용을 학년 교사들에게 보고하고, 보완할 사안이 있는지 점검하여 재차 답사를 가서 최종적으로 일정과 코스를 확정하고 숙소, 식당, 여행지 정보 등을 가지고 와서 사전 계약이 필요한 곳은 사전 계약을 하였다. 이 안을 학년 학부모다모임에 보고하고 심의를 거치고, 최종적으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하였다.

▲ 수학여행 기간 중, 강원대 성원기 교수를 초청하여 탈핵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이들

삼척 원전백지화기념탑을 둘러보고, 탈핵 교수를 초청하여 강연도 들어

당시 이런 절차를 거쳐 확정된 코스를 10월 중순 학교에서 버스를 대절하여 출발하였다. 삼척에 도착하여 돼지불고기 백반으로 식사를 하고 나서 다음 찾은 곳은 원전백지화기념탑이다. 삼척에 원자력발전소를 세우려고 정부가 나서자 삼척 주민이 총 궐기하여 상경투쟁 등 다양한 투쟁을 통하여 결국 정부가 1998년 삼척 원전 계획을 폐기하였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삼척시 근덕 해안에 기념탑을 세운 것이다. 그런데 삼척은 김대수 시장이 당선되면서 다시 삼척 원전 유치를 추진하자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투쟁이 이어지고 있던 시절이었다. 마침 필자는 강원대 삼척캠퍼스에 근무하면서 삼척 원전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성원기 교수 등과 함께 전국 탈핵도보순례를 하면서 그들과 함께 탈핵 운동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 현장에 왔으니 삼척원전기념탑을 둘러보면서 탈핵에 대한 현장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코스를 잡은 것이다. 성원기 강원대 교수를 통하여 이 지역에서 탈핵 운동에 앞장서는 지역 인사를 소개받아 그분을 통하여 삼척원전 추진 계획을 막아냈던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이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하니 탈핵운동을 하는 지역 주민들이 어린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와서 대접했다.

그런 다음 삼척레일바이크를 타고, 숙소가 있는 태백을 향해 가다가 삼척 환선굴 견학을 하고 태백시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때는 삼척은 물론 전국 탈핵 도보순례를 하면서 탈핵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강원대 성원기 교수를 우리 수학여행단이 묵고 있는 숙소로 초청하여 탈핵강연을 1시간 반 정도 들을 수 있어서 아이들과 교사들도 질의, 응답을 하는 등 핵 발전의 문제에 대하여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 태백에 있는 365세이프티타운에서 안전 교육,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는 신은초 6학년 어린이들

둘째 날은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도 불구하고 예정되어 있던 석탄박물관을 들르고, 오후에는 안전체험학습을 위하여 ‘태백365세이프타운’에서 인공호흡법, 재난 대피법 등 다양한 안전 체험 교육을 받았다. 그런 다음 낙동강 발원지인 원지못으로 가서 원지못을 둘러보고 태백의 명물 맛집에서 닭갈비로 저녁을 잘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는 캠프파이어를 열어 다양한 게임과 학급별 또는 그룹별 장기자랑을 통하여 캠프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음날 숙소인 청소년 수련원을 출발하여 만항재에 내려 만항재 주변에서 쑥부쟁이, 개미취, 산국, 감국, 억새, 단풍 등 다양한 가을 들꽃을 관찰하고 가을을 느끼는 활동을 하였다. 이어서 영월 동강으로 향했다. 래프팅을 위해서다. 소고기불고기로 점심 식사를 한 다음 모둠별로 고무보트를 타고 동강에서 래프팅을 즐기고 서울로 향했다. 2박 3일 간의 신나는 수학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 태백산 만항재에서 가을 길을 걸으면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들꽃 관찰도 하는 2015 신은초 6학년 어린이들

혁신학교에서는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도 일방적으로 교사들이 체험학습지를 선정하지 않고 어린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모아 추진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학년학부모다모임 등과 함께 계획 수립은 물론 수학여행지 답사를 가는 등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만들어가는 수학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혁신학교가 그렇지는 않다. 그렇지만 2015년 서울 신은초의 6학년 수학여행은 이런 식으로 기획하여 추진하였다. 다녀온 다음에는 소감문을 모으고 그것을 돌려보고, 졸업 문집 등에 싣는 등 사후학습은 물론이다.

수학여행비도 돼지 저금통을 이용하여 모으는 계획된 수학여행

특별히 학생들에게 주문한 것은 수학여행을 가기 위하여 목돈이 필요한데,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을 졸라 수학여행비를 마련하지 말고, 돼지저금통 등 학년 초부터 용돈을 절약하여 수학여행비를 마련하는데 보탤 것을 주문한 것도 이채로운 수학여행 체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혁신학교에서의 이런 이색적 수학여행은 일반학교에도 권하고 싶지만 사실 많은 노력과 촘촘하고 세심한 기획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전국의 많은 학생이 가정과 학교에 마스크를 쓰고 꽁꽁 묶여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이런 추억이 쌓이고 모여 다양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재현될 수 있다. 뿐만아니라 '이런 체험이 모여 인생을 기름지고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니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속히 코로나가 종식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광철 주주통신원  kkc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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