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되기

권말선
 

새로이 공장에 취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사 동기 몇이 그만둔 뒤
누군가 거긴 텃세가 심하다 하고 
또 누군 여긴 텃세는 없다고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 하고 
누군가는 돈 벌어먹기 힘들다 하고
누군가는 전쟁터라 하고

한 달 또 두 달
나 자신 철새가 되지 않기 위해
텃새의 무리로 들어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한 마리 작은 새
처럼 느껴질 때
때로 버거울 때
어쩌면 나는
지나온 내 삶은
온실 속 화초였던가
되짚어 보기도 하지만

이것이 나의 전투라 여기며
온몸으로 짜낸
소금꽃이
좋은
노동에 지친 무표정 속에서
간간이 건져 올리는
웃음꽃이
좋은

나도 이제 노동자
꽃을 피울 줄 아는 사람
꿈을 일구는 사람
벽을 허물 사람
그런 멋진 사람, 당신처럼
나도 이제 노동자
 

비 오는 날의 출근길_권말선
비 오는 날의 출근길_권말선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권말선 주주  kwonbluesunny@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