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로운 친구 오디오북 6
인디언의 영성세계가 담긴 소설

나는 인디언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그것이 어디서 나왔는지 나도 모른다.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이나 '라스트 모히칸'에서 나왔을까? ‘포카 혼타스’에서 나왔을까? 아님 인디언의 영성세계를 표현했다고 생각한 ‘아바타’에서 나왔을까?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 한없이 겸손한 인디언의 삶을 존경한다. ‘총·균·쇠’가 없었다면 그들은 저리 처참한 삶을 살지 않았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현명하고, 가장 조화롭고, 가장 상식적인 삶을 사는 인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인종이 다수가 되었다면 지구는 평화를 누리면서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물질문명이 일으킨 팽창과 탐욕은 전쟁과 핵과 기후재앙으로 결국 인류는 멸망하고 말겠지... 생명을 구해준 선을 멸종의 악으로 갚은 자들은 결국 처참한 종말을 맛보고 말겠지...

최근에 인디언이 쓴 자전적 소설을 읽었다.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다. 이 소설도 맛보기로 들려준 소설 일부를 듣고 다 보고 싶어 빌려 읽었다.

 

이 책 후기를 쓴 '뉴멕시코 대학출판부'는 이렇게 말한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1976년 출간되었지만 판매부진으로 절판되었다. 이 책이 주는 감동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짐에 따라 1986년 뉴멕시코 대학출판부에서 복간했다. 복간 후 판매부수가 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 2위에 올랐다. 1991년에는 전미서점상연합회가 수여하는 ABBY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서점상들이 ‘판매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책’에게 주는 상이다. 

저자 '포리스트 카터'는 1925년 미국 앨리배마주 옥스포드에서 태어났다. 그는 48세가 되서야 작가의 길을 걸었다. 이 책 외에도 <텍사스로 가다>, <조지 웨일즈의 복수의 길>, <제로니모> 등이 있다. 인디언이 주인공인 작품들이다. 1979년, 한창 글 쓸 나이인 54세에 사망했다. 

그의 삶은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이어받은 할아버지와 관련이 깊다. 가까운 곳에 농장과 시골 가게를 경영한 할아버지가 살았다. 그에게서 체로키 인디언의 생활철학을 배웠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할아버지는 친할아버지가 모델이다. 카터 10세 때 할아버지가 사망한 것도  같다. 할머니의 실제 주인공은 순수 체로키인이였던 고조모와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주던 어머니가 합쳐진 인물이라고 한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21개의 일화로 구성되어 있다. 초간단 줄거리는 이러하다.  

5세에 부모를 여읜 주인공 ‘작은나무’는 체로키족인 할아버지, 할머니와 산다.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강제 이주를 거부하고 산속 깊은 곳에서 자연에 기대어 살아온 그들 조상처럼 그들 세 사람도 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산다. 작은나무는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인디언의 지혜를 배우며 자연과 일치하는 삶의 방법을 터득해간다. 사랑이 무엇인지 영혼을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마음으로 배우며 인디언의 영성을 쌓아나간다. 

어린 작은나무에게도 그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백인들의 위선과 탐욕이 보인다.  작은나무는 백인사회를 경멸하게 되고 더욱 인디언의 삶을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상식을 뒤집고 만든 ‘법’에 의해 작은나무는 강제로 고아원에 보내진다. 모진 고초를 겪은 후 작은나무는 다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돌아온다.

 고아원 사건과 할아버지 친구 윌로 존의 죽음을 겪으면서 그들 세 사람은 늘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살아있는 한 최대한 옆에 있으면서 서로에게 충실히 산다. 2년 후 할아버지는 이런 말을 남기고 떠난다. "이번 삶도 나쁘지는 않았어. 작은나무야. 다음 번에는 더 좋아질 거야. 또 만나자" 그 후 할머니도 사망하고 작은나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디언 연방’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일화 '윌로 존'에서는 홀로 사는 윌로 존 이야기가 나온다. 윌로 존과 그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교회에서 만난다. 작은나무는 만났다 헤어지는 윌로 존의 뒷모습을 보면서.... 모든 인디언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그 세월을 견딘 모든 인디언을 위로하는 듯...  가슴아픈 독백을 던진다.

윌로 존, 우리와 함께 걷지 않을래요?
그리 멀지는 않겠지요. 
1년이나 2년 당신의 생애가 끝날 때까지 
그 비통한 세월에 대해서도
말하지도 묻지도 맙시다. 
때로는 웃기도 하겠지요. 때로는 울기도 할 테구요.
아니면 우리 둘이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낼지도 모르지요. 

윌로 존, 조금만 더 함께 있어주지 않을래요?
그리 오래는 아니겠지요
지상에서의 시간으로 쳐도 겨우 한순간
우린 한두 번 쳐다보는 걸로도 
서로의 마음을 알고 느끼겠지요
그래서 마침내 떠나갈 때가 와도
서로를 이해하는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겠지요.  

윌로 존, 잠시만 더 있어주지 않을래요?
이 나를 위해
헤어져야할 우리
서로 다독거려주고 위로해줍시다
그러면 먼 훗날 당신을 생각할 때마다
내 성급한 눈물은 위로받고
가슴에 새겨진 아픔도 좀은 풀리겠지요

들어가는 글에도 짧게 나와있지만... 여덟 번째 일화 '나만의 비밀 장소'를 보면 할머니가 작은나무에게 이런 말을 한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기거나 좋은 것을 손에 넣으면 무엇보다 먼저 이웃과 함께 나누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말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 그 좋은 것이 퍼지게 된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이 소설은 나에게 무척 좋았다. 그 좋은 것을 퍼지게 하고 싶어 나도 이 글도 쓴다. 작은나무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산속에서 자연과 호흡하며 사는 삶은 청정하다. 그들은 자연을 정복하거나 이용하려들지 않는다. 자연에 그들을 내맡기며 더불어 산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에게서 최소한만 거두어 갖는다.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자연에게 주고 떠난다. 인간을 제외한 자연의 모든 동식물들이 그렇게 살 듯 인디언도 그렇게 산다. 이 쉬운 삶의 방식을 우리는 얼마나 잊고 사는가? 과연 다시 그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러기에 우리 인간은 너무나도 멀리 왔구나 싶다. 

* 위키백과에서 보면 이 책의 저자 '포리스트 카터'는 개명 전 '아사 카터'로 KKK단의 열성지도자로 활동했다고 쓰여 있다. 그런 어린 시절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백인우월주의자로 활동했다니...  사실이라고 믿기 어렵지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존재다. 
* 참고 자료 : https://ko.wikipedia.org/wiki/%EC%95%84%EC%82%AC_%EC%B9%B4%ED%84%B0 

 

편집 : 김미경 편집장

김미경 편집장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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