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 현경 씨를 추억하며

         지난해 8월 필자와 함께 
         지난해 8월 필자와 함께 

현경 씨!
지상의 숲 어딘가에 숨었거니
얼마 전에는 당신을 찾는 글을 페북에도 올리고 애타게 그리워했는데
머나먼 별나라 숲으로 떠나셨다니~~
그럴 수가 있소.

가면 간다고 말하고 떠나야지
가면 안녕을 고하고 떠나야지
무정하고도 무정한 사람!

       미 대사관 맞은편에서  반미 피켓팅 하고 있는  고 김현경 씨! 
       미 대사관 맞은편에서  반미 피켓팅 하고 있는  고 김현경 씨! 

 

조금만 참지, 그랬어.
더는 참을 수 없는 수위에 도달한 것 같아 내가 그렇게 불안해 자꾸 불러내기도 했건만
결국은 당신을 놓쳤군요. 내 손에서 빠져나간 종달새가 되었어!
조금 전 다산 센터와 연이 닿는 분에게서 당신의 소식을 들었다오.
지난 4월경 43살의 김현경 씨가 자해했다는 소식을.
현실이 아득히 멀어지오.

나하고 할 것도 많잖아요
조중동 폐간 운동 입체적으로 해보자고 안 했소. 가장행렬도 기획하고 가면도 만들고
요란 뻑적지근한 의상을 만들어 지나는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하는
축제로 꾸며보자 해놓고 그렇게 먼 나라로 가버리고 나면 나는 어쩐대.
안드로메다 끝, 어느 별나라 문방구를 찾아내어 도화지에 물감을 사다 그릴까?

정말 미안하고도 미안해,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데
현실에 묶여 당신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네그려!
나도 그때는 지금과 같지 않아 당신에게 덜어 줄 것이 그다지 넉넉히 않았다네
지금은 함께 살아도 되는데 몇 달만 참지 왜 가버렸어.

     원표공원 앞에서 지나던 시민 한 분과 함께
     원표공원 앞에서 지나던 시민 한 분과 함께

그녀는 이공계 순천향대를 나왔다 했다. 반짝이는 눈동자에 목소리가 종소리처럼 맑았다.
어떤 곳에도 적을 두지 않고 일인 시위만 하러 다닌다는 말에
그녀가 시민사회에서 이미 상처를 많이 받았음을 눈치챘다.

시시각각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빛과 같은 속도로 진동과 파동이
그녀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녀는 쉴 새 없이 지껄였다.
이공계였으나 그녀는 언어 유창성에서도 눈부신 사람이었다.
그간 쌓인 지식은 하늘을 찌를 듯하고 닥쳐오는 모든 것에 끝없이 연상작용이
일어나는 듯 보였다.

물론 아이들일 경우이지만 IQ 150이 넘을 때 1초를 가만히 있지 않는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겠으나 과거 내게 닥쳤던 경험치가 그녀를 긍휼로 볼 수 있게 하였다.
아마도 교육받는 현장에서도 그녀로 인해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감수성까지 높으니 표현을 안 하고 어찌 버티리오.

순간과 찰나에 대한 적응 교육과 시시각각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현경 씨 같은 경우는 한가지라도 성취까지 하기 어렵다.
난 그녀가 나타나 나날의 활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근원적으로 그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며칠 되지도 않는 사이 그녀는 천여사로 불려지고 있었다.
천한 여자 천방지축 등, 미혼인 그녀를 사람들은 빈정거리기로 작정한 것이다.
종달새가 지저귀는 듯하는 그녀의 호칭이 “천여사-”라니
나는 그녀에게 종달새라는 별명을 지어 불렀다.
그랬더니 지지배배 라면서 어떤 이는 그녀를 지지배라고 하는 것이다.

       세종대왕 상 앞에서 반미 시위 하는 고 김현경
       세종대왕 상 앞에서 반미 시위 하는 고 김현경

정을 붙이고자 날마다 나오더니 보름이 못 가 그녀는 띄엄띄엄 나오기 시작했다.
흔히 장안에 이름있는 이들이 피켓 현장에 방문할 때는
촐랑거리고 절절매고 굽신거리고 비위 맞추느라 정신없는 꼴들이라니
허름하고 별스럽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렇게 눈에 보이게 차별대우하더니
그녀가 세상을 버리기로 맘먹는 데 일조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까.
사회적으로 이름난 사람에게 이유 없이 굽신거릴 생각 말고
인간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내 남 적 없이 다시 한번 성찰할 일이다.

어쨌든 현경씨!
지금도 어디선가 내려다보며 깔깔대고 있겠지!
죄들 놀고들 있네, 하면서.
선거운동도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자기 소원대로 우리가 반드시 끌어내릴게그것이 하늘의 뜻
이니 오래가지 않을 거야.
촛불 정권이 태어나 그래도 문재인에게 희망을 걸고 시민사회까지 진출했던 모양인데
그녀는 육시를 할 현 정권 탄생으로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좌절에 빠진 것은 아니었을까?
그녀는 4월에 그 짓을 했다니~~
다음 생에는 우리 일찍 만납시다. 특수교육 받도록 내가 힘쓸게.
티 없이 맑았던 우리의 현경 씨, 사랑하고 사랑했어요.
나 같이 우둔한 자가 무슨 수로 살아갈 동기부여를 했으리오.
어이가 없는 참담한 이 세상의 어른 중 하나에 불과했으리니~~
하늘로 간 맑은 영혼들과은하수 강변에서 다슬기 건지듯 별무리 건지며 조잘조잘 댈 현경씨!
미안하고 또 미안하이, 잘 가게나!

      알콩 달콩 과 함께 하던  날,  조선일보 앞에서
      알콩 달콩 과 함께 하던  날,  조선일보 앞에서

편집 : 김미경 편집장 

김승원 주주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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