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재를 앞두고 영정사진이 놓였다, 이제야…(사진 : 한겨레 강창광 선임기자.12/16)
49재를 앞두고 영정사진이 놓였다, 이제야…(사진 : 한겨레 강창광 선임기자.12/16)

채 피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158분의 영령, 생과 사의 경계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온전한 삶을 살 수 없는 부상자, 그리고 그리움과 눈물로 하루하루가 고통인 가족에게 위로와 위안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나라 선인들에게 가장 심한 욕설과 저주는 아마도 ‘나가 죽으라.’는 말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노상객사야말로 가장 두려워하고 피하려 했습니다. 밖에서 변사하면 그 영혼이 찾아오지 못하고 영원히 객지에서 귀신으로 떠돈다고 믿었습니다.

한때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사망과 동시에 영혼이 육체에서 분리된 후, 영의 세계에 들어가 늙지도 아프지도 않고 영원히 존재한다는 믿음과 일정 과정을 거쳐 윤회한다는 두 가지 설로 나뉩니다.

두 가지 설에서 모두 인정하는 것이 영의 세계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윤회를 못하고 떠도는 귀신의 존재입니다. 이 귀신들을 영의 세계로 인도하거나 천도를 시키려고 종교와 무속이 역할을 하고, 때론 사이비의 돈벌이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영의 세계는 생전 그 사람의 품성에 따라서 가는 곳이 정해진다고 봅니다. 주색잡기를 좋아했던 사람의 영혼은 어둠의 세계가 천국이고, 선한 사람의 영혼은 밝고 아름다운 영혼의 세상이 천국이라는 것이지요.

49재는 윤회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망자가 이승의 모든 인연을 끊고 새로운 윤회의 세계로 들어가는 시점이 일곱째 7일이 끝나는 49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이승과 하직하고 새로운 인연을 찾아가는 망자를 위해 49일 째 제사를 지냅니다.

보통의 사람은 죽음 이후 매 7일 마다 한 과정을 지난다고 합니다. 우선 사망 후 첫 단계가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생과 사를 초월해 득도한 사람이야 죽음과 동시에 자기의 길을 가겠지만, 일반인은 한동안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자식이나 가족 친구가 눈물로 통곡하며 가지 말라고 하면, 일어나 가족의 손을 잡거나 어루만지며 괜찮다고, 울지 말라고 목이 터지라 소리치지만, 상대는 듣지도 못하고, 손발도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고통과 싸우며 3일 정도 지나야 포기하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면 그 영은 자신의 길로 나아갑니다. 대부분 어두운 강을 건너고, 길을 가다 보면 인연에 따라 다음 생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길이 환해지면 놀라 바위 뒤 같은 곳으로 숨으면 짐승으로 태어난다거나, 밝고 환한 대궐 같은 곳을 자기 집인 양 들어가면 인간으로 환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7일씩 7단계를 거쳐 새로운 인연으로 탄생한다고 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 그동안 이름도 영정도 위패도 없이 떠돌았을 희생자들의 영혼이 이제 모두의 추모와 기도 그리고 5천만 국민의 애도 속에 안식에 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왜 아무런 이유 없이 길을 가다가 원통하게 죽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하고, 그 참사를 유발한 사람들의 처벌과 속죄가 선행되어야 억울함이 풀릴 것입니다.

이 땅에 다시는 억울한 영혼이 생기지 않고, 남은 자들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에 잠들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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