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學 傳三章> 邦畿千里 唯民所止(방기천리 유민소지)

詩云 邦畿千里 唯民所止 詩云 緡蠻黄鳥 於丘隅 (시운 방기천리 유민소지 시운 면만황조 어구우) 子曰 於止 知其所止 可以人而不如鳥乎( 자월 오지 지기소지 가이인이불여조호)

【번역】시경에 나라의 영토 천리는 백성이 머무는 곳이라고 했다. 시경에 '지저귀는 꾀꼬리 언덕 숲 속에 안전하게 머무네' 라고 했다. 공자가 말하셨다. “꾀꼬리도 머물 곳을 알고 머무는데 사람이 어찌 새만도 못하겠는가.”

【해설】여기부터는 大學之道 在止於至善(대학의 도는 지극한 선에 머무름에 있다)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인용되는 시경의 시와 지어지선과의 관계를 억지로 찾으면 찾아지기도 하겠지만 그럴 필요 없다. 대체로 비슷한 말이 나오는 시를 가져다가 붙여놓은 것에 불과할 확률이 더 높다.

​첫 시는 시경 상송(商頌)의 현조(玄鳥)라는 시다. 은나라의 역사를 노래하는 종묘제사노래.
‘武丁孫子, 武王靡不勝. 龍旂十乘, 大糦是承. 邦畿千里, 維民所止, 肇域彼四海...’
(무정의 자손이 무위를 갖춘 왕의 뒤를 이으니 청룡기 10수레의 제후 기장쌀로 받드네. 나라의 천리 땅에 오직 백성이 머무니 사해로 영역을 넓히네...)

두 번째 시는 소아(小雅)의 면만(緜蠻)이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먼 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사람에게 송별연을 베풀고 떠나는 일을 노래한 것이다.
‘緜蠻黃鳥, 止于丘隅. 豈敢憚行, 畏不能趨. 飮之食之, 敎之誨之..’
(지저귀는 꾀꼬리 언덕 모서리에 머무네. 어찌 감히 가는 것을 꺼릴까마는 따라가지 못할까 두렵네. 마시고 먹고 가르치고 가르치네)라는 뜻이다.

위 大學에 인용된 시경(詩經) 부분을 해석함에 있어 먼저 우리가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중국의 사서(史書)나 고전(古典)를 읽다 보면 옛날 기록과 경전(經典)이긴 하지만 우리 고대의 역사와 연관한 많은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서 인용한 상왕조(商王朝)를 찬양한 노래의 구절에는 고대 동이(東夷)족과 관련된 글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은 지금껏 쇼비니즘적이고 견강부회(牽强附會)한 해석이라고 무시되거나 공격당해왔다. 그러나 고대 중국 북방 사회에서 우리 민족과 중국 민족간의 교류는 지금처럼 이분법적(二分法的)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현조(玄鳥)는 중국의 고대 설화라기에는 어색하다. 우리나라 새 또는 난생설화와 관련이 있다. 또 사방의 강역을 다스리도록 천명(天命)을 받아 황하(黃河)에 이르렀다는 대목은 북방계 동이족이 남방 중화지역을 정복하고 다스렸다는 것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

저명한 철학자들과 고대사학자들도 상(商)나라가 동이계열의 왕조였다는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孔子의 동이계설을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공자가 자신이 宋나라의 후예임을 말한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大學의 뜻을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경전에 포함된 많은 문장에는 이러한 구절이 많이 나타난다.

언어학자들의 경우, 고대 중국의 갑골문자(甲骨文字)를 한국의 말이 아니고는 정확히 해석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홍산(鴻山)문화의 유물이 발굴되고 이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어떤 결과를 밝혀낼 지 관심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냥 고전의 한 글귀로 취급하고 넘어가기에는 관련된 사실이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역사학자들이나 고매한 사상가들의 분야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이러한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북방 고대사(古代史)는 우리 역사에서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먼저 알고 좀 더 쉽게 뜻을 풀이하면 이렇다.

시에서 노래했다. '사방 천 리의 경기 지역, 백성들이 살 곳이로다.' 또 시에서 노래했다. '꾀꼴꾀꼴 꾀꼬리, 언덕 모퉁이에 사네.' 孔子가 말했다. '머물러야 할 때 머물 곳을 아니, 사람이 새만도 못해서야 되겠는가?' 첫째 시는 '시경' '商頌(상송)'의 <玄鳥(현조)>에 나오는 구절이다. 邦畿(방기)는 王畿(왕기) 또는 京畿(경기)와 같다. 천자나 왕의 직할지로 대체로 서울을 중심으로 사방 500리 이내 지역을 가리킨다. 止(지)는 그치다, 머물다, 살다는 뜻이다.

둘째 시는 시경 '小雅(소아)'의 <緡蠻(면만)>에 나오는 구절이다. 緡蠻(면만)은 새 우는 소리 또는 자그마한 새를 뜻한다. 黃鳥(황조)는 꾀꼬리인데, 박샛과의 곤줄매기로 보는 견해도 있다.
子曰(자왈)은 공자의 말을 가리킨다. 不如(불여)는 ‘∼와 같지 못하다,’‘ ∼보다 못하다.’는 뜻이다.두 시구(詩句)는 사람이 살 곳과 짐승이 살 곳은 엄연히 다르니 사람은 사람이 살 곳을 알고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인용되었다. 도대체 사람이 살 곳은 어디인가? 왜 사람은 짐승과 달리 살 곳에서 살지 않는가?

첫째 始球는 백성들이 살 곳으로 천자나 왕이 사는 경기 지역이 사람이 살 곳이라 했다. 무슨 뜻인가? 경기 지역은 天子의 통치가 직접적으로 미치는 곳이다. 간단히 말하면, 예악(禮樂)을 포함한 문물제도가 정비되어 있으며 문화가 융성한 곳이다. 여기에는 한족과 오랑캐를 문화로써 나누는 華夷觀(화이관)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상서(商書)의 <禹貢(우공)>편을 보면, 우공이 산천을 다스리고 천하를 九州(구주)로 나눈 일이 서술되어 있다. 우공은 하(夏) 왕조를 세운 전설상의 군주다. 하 왕조는 기원전 2000년에서 1600년 사이에 존재했다고 전해진다. <우공>에 서술된 지리적 정보를 보건대 이 글은 거의 전국시대 이후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 글 안에는 우공이 천자의 도성을 중심으로 사방 500리마다 구획을 지은 것이 나온다.

"도성으로부터 사방 500리의 땅은 甸服(전복)이다. 100리 안은 세금으로 볏단을 바치고, 200리 안은 이삭을 바치며, 300리 안은 짚과 수염을 딴 낟알을 바치고, 400리안은 낟알만 바치며, 500리 안은 찧은 쌀을 바친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류종현 독자  ppuri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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