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블레이크 특별전

게티 센터의 남동쪽 PL 건물에서 <William Blake : Visionary>가 2023년 10월 17일부터 2024년 1월 14일까지 열리고 있었다.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100점이 넘는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는 런던 출생의 시인, 판화가, 화가다. 그는 10세까지 정규 교육을 받아 읽고 쓰는 교육만 끝낸다. 1767년에 미술학교에 입학하여 판화를 배운다. 5년 후인 1772년 유명 조각가 밑에서 도제 생활을 시작한다. 7년 도제 생활에서 판화의 기교를 터득하여 조각사가 된 후 1779년 왕립 아카데미 판화부에 들어간다.

독립적 예술가로 인정받기 위해 왕립 예술 아카데미에 등록했지만, 책에 판화로 삽화를 그려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는 등 성공을 거두진 못한다. 1782년 가난한 소녀 '캐서린 바우처(Catherine Boucher)'와 결혼한다. 그녀는 읽고 쓰는 것도 모르는 일자무식이었지만 블레이크가 가르쳐 글자를 터득하고 그림에 채색하거나 인쇄하는 등 그의 작품 제작에 큰 도움을 준다. 블레이크는 임종을 앞두고 캐서린을 마지막 작품으로 그리면서 '당신은 나에게 천사였다'라고 할 정도로 평생의 동반자였다. 

1780년대 블레이크는 상업 조각사로 일하면서 집에서 시집을 출판한다. 훌륭한 조수인 아내와 함께 글과 삽화를 결합해 인쇄했다. 삽화는 일일이 손으로 채색하거나 색상을 입혀 인쇄했다. 블레이크는 유화를 거부하고 펜, 수채화 및 템페라(달걀에 염료를 섞어서 만든 물감)로 삽화를 그렸다. 1788년 <순결의 노래(Songs of Innocence)>와 1794년 <경험의 노래 (Songs of Experience)>를 포함하여 자신의 시집을 판매했다.

▲ 윌리엄 블레이크(게티 특별전에서)
▲ 윌리엄 블레이크(게티 특별전에서)

블레이크는 어린 시절부터 신비로운 환영을 경험한다. 하나님의 얼굴이 창문에 눌려 있는 것을 보고, 건초 더미 사이에서 천사를 보고, 구약 선지자 에스겔을 만난다. 이는 그의 창작에 영감을 주어 작품에 옮겨졌지만 사람들은 망상이라 했다. 그의 작품은 거의 인정받지 못했으며 그는 무명으로 생을 마감했다.

20세기 이후부터 그의 시화집이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최초의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화가보다는 시인으로 더 알아준다. 유명한 시화집으로는 <순수와 경험의 노래(Songs of Innocence and of Experience, 1788~1794)>, <천국과 지옥의 결혼(The Marriage of Heaven and Hell(1793)>, 〈앨비온 딸들이 본 환상 Visions of the Daughters of Albion,(1793)>, <네 개의 조아스(The Four Zoas,1796~1802)>, <예루살렘 Jerusalem: The Emanation of the Giant Albion(1804~1820)>, <밀턴(Milton, 1804~1810)> 등이 있다.

그의 시와 그림은 다른 예술가들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환상적이어서 수많은 시인, 음악가, 화가 등에 영향을 미쳤다. 스티브 잡스도 그의 작품으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특별전에서 찍은 사진을 소개해본다. 

'춤추는 요정들과 함께한 오베론, 티타니아, 퍽(Oberon, Titania, and Puck, with Fairies Dancing)'

 ▲ '춤추는 요정들과 함께 한 오베론, 티타니아, 퍽(Oberon, Titania, and Puck, with Fairies Dancing)' 1786년 작
 ▲ '춤추는 요정들과 함께 한 오베론, 티타니아, 퍽(Oberon, Titania, and Puck, with Fairies Dancing)' 1786년 작

오베론과 티타니아와 퍽은 세익스피어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 나온다. 오베론은 요정들의 왕이고, 티타니아는 오베론의 아내이자 요정들의 여왕이다. 퍽은 오베론의 수하 요정(엘프)이다. 몽상적인 느낌이 드는 아름다운 그림이다. 

<천국과 지옥의 결혼(The Marriage of Heaven and Hell>에 나오는  '느부갓네살'

1790~1793년 세상에 나온 <천국과 지옥의 결혼>은 성경 이야기를 참고로 쓴 시집이다. 그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산문, 시, 삽화가 들어 있다. 

▲ <천국과 지옥의 결혼>에서 나온 '느부갓네살' 1790~1793년 작
▲ <천국과 지옥의 결혼>에서 나온 '느부갓네살' 1790~1793년 작

느부갓네살은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내가 사람에게서 쫓겨나 소처럼 풀을 먹으며, 몸이 이슬에 젖고 머리털이 독수리 털과 같이 자랐고, 손톱은 새 발톱 같이 되었더라'. 블레이크는 그를 성경에 기술된 그대로 그렸다. 느부갓네살은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왕으로 구약성서에 기록된 실존 인물이다. 기원전 586년, 그는 유대 왕국을 정복하고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하고, 유대인들을 바빌론으로 잡아갔다. 그는 유대인들에게 완벽한 폭군이요 광기 어린 이교도였다. 그의 통치 기간 중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바빌론의 공중정원'을 지었을 정도로 번성했지만, 그의 제국도 페르시아에 멸망했다. 페르시아는 60년간 포로 생활을 했던 유대인들을 풀어주었다고 한다.

<앨비온 딸들의 본 환상(Visions of the Daughters of Albion)>에서 '오툰'

<앨비온 딸들의 본 환상(Visions of the Daughters of Albion)>'은 블레이크가 1793년에 쓴 시집이다. 

▲ <앨비온 딸들의 본 환상(Visions of the Daughters of Albion)>의 '오툰', 1793년 작 
▲ <앨비온 딸들의 본 환상(Visions of the Daughters of Albion)>의 '오툰', 1793년 작 

성의 자유라는 주제로 전개되는 시는 오툰(Oothoon)이 주인공이다. 오툰은 거짓된 정의감으로 가득 찬 순결한 남자를 대표하는 테오토르몬과 사랑에 빠진다. 오툰은 테오토르몬을 원하지만 갑자기 브로미온에게 강간당한다. 오툰이 강간당한 후 브로미온도 테오토르몬도 그녀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는다. 브로미온은 음탕한 욕정으로 가득 찬 남자를 상징한다. 오툰은 성적인 희열과 재생을 통해 자신이 새로운 순결을 얻었음을 발견한다. 블레이크는 노예 폐지와 남녀평등을 주장했다고 한다. 

'이브 때문에 기뻐하는 사탄(Satan Exulting over Eve)'

▲ <이브 때문에 기뻐하는 사탄(Satan Exulting over Eve)> 1795년 작
▲ <이브 때문에 기뻐하는 사탄(Satan Exulting over Eve)> 1795년 작

1795년 그린 이 작품에서 에덴동산에서 이브는 뱀에 감겨 쓰러져 있고 사탄은 자신의 분신인 뱀 위에서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고 있다. 이브 아래 땅의 울퉁불퉁하고 불투명한 색은 인쇄된 색이다. 반면 사탄 뒤에 있는 불꽃은 수채물감으로 그렸다. 블레이크는 수채물감의 투명한 성질을 좋아했기 때문에 인쇄와 물감을 혼용하여 작품을 완성했다. 

<네 조아스(The Four Zoas)1796~1802)>에 나오는 '앨비온'

▲ <네 조아스(The Four Zoas)>의 '앨비온',  1796~1802년 작 
▲ <네 조아스(The Four Zoas)>의 '앨비온',  1796~1802년 작 

<네 조아스(The Four Zoas)>는 블레이크의 예언서 중 하나다. 블레이크가 쓴 신화에는 원시인 '앨비온'이 나오는데 앨비온 몰락한다. <네 조아스(The Four Zoas)>는 앨비온 몰락 후 분열하여 생긴 네 명의 조아(우리젠, 우르토나, 루바, 타르마스)의 이야기다. 이 예언서는 네  조아의 상호 작용과 그들의 타락한 모습을 보여준다. '앨비온'은 영국의 고대 신화에서 따 왔다고 한다. 앨비온은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거인 아들이다. 앨비온은 섬에 나라를 세우고 통치했는데 그것이 영국이다.

 '기도하는 우리젠(Urizen) '

▲ '기도하는 우리젠', 1795년 작
▲ '기도하는 우리젠', 1795년 작

'네 조아' 중 한 명이 ' 우리젠'이다.  우리젠이 자신이 만들어낸 세상 앞에서 기도하는 그림이다. 그는 보통 턱수염을 기른 노인으로 그려지며 이성을 관장한다. 우주를 창조하고 자신이 만든 창조체계를 감독하기 위해 하부 구조를 설계한다. 설계된 그물로 사람들을 법과 관습에 가둔다. 우리젠은 창조주의 원형이지만 반그리스도적 인물이기도 하다.

<네 조아스(The Four Zoas)1796~1802)>에 나오는 '우리젠'

▲ <네 조아스(The Four Zoas)>의 우리젠, 1796~1802년 작  
▲ <네 조아스(The Four Zoas)>의 우리젠, 1796~1802년 작  

우리젠은 창조주이지만 버림받은 불멸의 존재다. 인간 영혼의 타고난 힘을 이성과 법으로  억누른다.  

<네 조아스(The Four Zoas)1796~1802)>에 나오는 '우르토나(Urthona)'

▲ <네 조아스(The Four Zoas)>의 우르토나(로스), 1796~1802년 작 
▲ <네 조아스(The Four Zoas)>의 우르토나(로스), 1796~1802년 작 

'우르토나(Urthona)'는 이성의 조아인 우리젠에 반대하는 감성의 조아다. 인간 창의성과 영감의 화신이다. 인간 내면에 있는 창조성과 영감을 지구에 불러넣어 환상의 도시를 창조한다. 그의 여성형은 에니타몬(Enitharmon)이며 타락한 현실 세계에선 '로스(Los)'로 불린다.  

<에니타몬의 기쁨의 밤>에서 '에니타몬'

▲ 애니타몬, 1795년 작
▲ 애니타몬, 1795년 작

<에니타몬의 기쁨의 밤(Night of Enitharmon 's Joy> 시집에는 나오는'에니타몬'은 조아 중 한 존재인 '우르토나'의 여성형이다. 그의 신화에 따르면 그녀는 세 명이다. 그녀 등 뒤에 숨은 소녀와 소년도 그녀다. 그녀의 왼손은 마법 책 위에 놓여 있다. 풀을 뜯어먹는 당나귀, 거짓 지혜의 슬픈 올빼미, 악어의 머리(피에 굶주린 위선), 고양이 머리를 한 박쥐가 그녀를 따라다닌다. 그녀는 '로스'와 함께 '오크'를 포함한 여러 아이들을 낳는다. 

'MilLton(밀턴)'

▲ 시집 <밀턴>의 책 표지에 그려진 삽화 , 1804년~1810년 작
▲ 시집 <밀턴>의 책 표지에 그려진 삽화 , 1804년~1810년 작

1804년~1810년 완성된 블레이크의 시집 <MilLton(밀턴)>의 책 표지에 그려진 삽화다. 존 밀턴은 <실락원>의 저자다. 블레이트의 시에서 존 밀턴은 천국에서 돌아와 블레이크와 만난다. 밀턴은 영적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블레이크와 신비한 여행을 떠난다. 

<예루살렘 : 앨비온의 여성적 형상(Jerusalem: The Emanation of the Giant Albion)> '앨비온과 예루살렘' 

▲ Jerusalem :  The Emanation of the Giant Albion.,1804–1820 작
▲ Jerusalem :  The Emanation of the Giant Albion.,1804–1820 작

<Jerusalem : The Emanation of the Giant Albion>은 1804–1820에 쓴  블레이크의 예언서다. 예루살렘은 앨비온의 여성형이다. 블레이크 마지막 예언서인 예루살렘에서 그는 인간, 영국, 서구 세계 전체를 지배한 앨비온의 몰락을 이야기 한다. 예언서는 작은 스케치와 큰 삽화와 함께 손 글씨로 쓰여졌는데 블레이크는 자기 최고의 걸작이라고 믿었다. 블레이크는 자신의 모든 서사시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접근하기 쉽다고도 했다. 하지만 블레이크 생애 동안 단 6부만 인쇄되었으며 블레이크의 모든 예언서와 마찬가지로 동시대 사람들은 이를 거의 무시했다. 

'벼룩 유령 (The Ghost of a Flea)'

▲ '벼룩의 유령 (The Ghost of a Flea)',1819년~1820년 작
▲ '벼룩의 유령 (The Ghost of a Flea)',1819년~1820년 작

블레이크는 종종 친구들을 즐겁게 하고 놀라게 하려고 소름 끼치는 초자연적인 그림을 그렸다. '벼룩의 유령'은 21.4cm×16.2cm로 그의 그림 중 가장 작다. 충혈된 눈을 가진 유령은 보기만 해도 징그럽다. 근육질의 벌거벗은 몸, 삐죽 튀어나온 혀, 뭔가를 집고 있는 갈고리 손가락 등은 살인자 혹은 괴물의 모습이다. 블레이크는 시간, 죽음, 전염병, 기근과 같은 추상적 존재에 개성을 가진 인간의 형태를 부여했다. 그는 벼룩이 불결함과 타락에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벼룩의 피에 굶주린 본능이 외모의 모든 부분에서 드러난다'라고 했다.

이 밖에 사진은 찍었지만, 미처 제목을 놓쳐 버린 그림은 영상으로 묶어 보았다. 환상적이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정신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이 아쉬울 뿐이다.

 

<게티 센터의 야외 정원>

게티 센터에 가면 꼭 보고 오라는 야외 정원이 있다. 센트럴 가든(Central Garden), 로워 테라스 정원(Lower Terrace Garden), 선인장 정원(Cactus Garden)이다.  

▲ 멀리선 본 센트럴 가든
▲ 멀리선 본 센트럴 가든

특히 센트럴 가든은 게티에서 가장 유명하고 큰 정원이다. 500종이 넘는 나무와 풀과 꽃들로 사시사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선인장 정원도 다양한 크기, 형태, 색을 자랑하는 수십 종의 선인장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게티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정원부터 가려 했지만 입장 불가였다. 며칠 전 이 근방에 500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비가 쏟아지면서 정원에도 영향을 주어 당분간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다음 방문을 기약할 수밖에... 아쉬운 마음에 멀리서 사진만 찍었다. 

▲ 멀리서 본 선인장 공원 
▲ 멀리서 본 선인장 공원 


수년 전 '윌리엄 블레이크'가 한 번 회자한 적이 있다. 예전에 탄핵당한 모 대통령이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란 말로 우리를 웃겼다. ‘벌꿀’과 ‘꿀벌’을 잠깐 혼동해서 한 말이겠지만 워낙 ‘이산화가스’, ‘지하경제 활성화, ’전화위기’ 등 실소를 자아내는 말들을 많이 쏟아낸 분인지라 방송에서는 일부러 그랬는지 ‘벌꿀’ 자막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 말은 윌리엄 블레이크가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라고 1973년 시집 <천국과 지옥의 결혼(The Marriage of Heaven and Hell)>에 쓴 구절이다. 그는 왜 이 말을 했을까? 

참고 사이트 : 위키백과, 다음백과 
참고사이트 : https://www.getty.edu/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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