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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게티'가 설립한 '게티 빌라'는 로스앤젤레스 말리부 해안 동쪽 끝에 있다. 산타모니카 산맥의 오른쪽 협곡인 '로스 레온스 캐넌'을 뒤에 두고, 앞에는 태평양을 두고 언덕 위에 서 있다. 건축가들은 바다를 앞에 두고 미술관을 짓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일본 나오시마에 '안도 다다오'가 지은 미술관도 언덕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 하는 덴마크 '루이지애나 미술관'도 바다 바로 옆에 있다. 

'게티 빌라'는 고대 예술품을 수집·전시하고 문화 연구까지 진행하는 교육 센터이자 박물관이다. 기원전 6,500년에서 기원후 400년까지의 유물 약 44,000점이 있으며, 이중 주로 고대 그리스, 로마, 에트루리아 유물 1,400점가량이 전시되고 있다. 에트루리아는 로마 이전 기원전 9세기~509년 사이 이탈리아반도를 지배하던 왕국이다. 

1954년 폴 게티는 자기 집 근처에 갤러리를 열었다. 하지만 많은 수집품으로 전시 공간이 금방 부족해졌다. 그는 원 갤러리 아래에 '게티 빌라'를 짓는다. 이 빌라는 두 명의 건축학자와 1명의 고고학자가 협의하여 이탈리아 고저택 '파피루스의 빌라(빌라 데이 파피리 / Villa dei Papiri)'를 모델로 지었다. '파피루스의 빌라'는 베수비오 화산의 분화로 묻혔다가 발굴되면서 청동과 대리석 조각품, 벽화, 화려한 석조 포장도로, 1,000개가 넘는 파피루스 두루마리 등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파피루스의 빌라'란 이름이 붙었다. '게티 빌라'는 1974년 완공되어 문을 열었지만, 이 건물로도 공간이 부족해 게티 사망 후 '게티 센터'가 지어졌다. 유럽 미술품과 장식품은 '게티 센터'로 가게 되었다. 

<페리스타일(Peristyle) 박물관>

'게티 센터'도 아름답지만 '게티 빌라'는 건물만으로도 눈을 즐겁게 한다. '게티 빌라'는 고대 건축 양식인 '페리스타일(Peristyle)'로 지었다. 페리스타일은 위 사진과 같이 일정 간격으로 나란히 세워진 둥근 기둥들(columns)로 이어진 회랑(回廊)과 회랑으로 둘러싸인 정원과 본관이 있는 건축 양식이다. 그리스에서 시작되어 로마까지 이어졌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래된 건물에서 배어 나오는…. 세월의 무게가 켜켜이 쌓인…. 고풍스러움은 없다. 고대 건축양식을 동경하는 어느 부자의 화려하고 깔끔한 별장이랄까? 이런 식의 박물관은 처음이라 그런지 색다르고 매력적인 공간에 볼거리가 많아 시간 가는 줄은 몰랐다.

미국에서는 '게티 빌라'를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2022년 6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제9차 미주정상회담 기념 만찬을 이곳에서 열어 서방 지도자들을 초대했다. 가장 큰 정원 'Outer Peristyle'의 회랑에서 열린 것으로 보인다. 회랑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데 ...  좀 불편했을 듯 싶다. 그래도 유물이 전시되고 있는 박물관 실내에서 하지 않아 다행이다.  그만한 상식은 있나보다. 

<정원 : 'Outer Peristyle',  'Inner Peristyle', 모자이크 분수, 허브 가든>

'게티 빌라'에 4개의 정원이 있다. 그중 게티 빌라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정원이 'Outer Peristyle'이다. 가로 94m, 세로 32m의 가장 큰 정원으로 가운데는 67m 풀이 있다. '파피루스의 빌라'에서 풀은 수영장이나 물고기 양식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곳에선 장식용이다. '파피루스의 빌라'에서 발견된 로마 동상의 청동 복제품이 정원 여기저기에 놓여 있다. 최대한 원래 장소에 있던 것처럼 놓았다고 한다. 매우 아름다운 회랑을 슬슬 거닐며 정원을 둘러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게티 빌라 박물관 가운데도 열린 공간을 두어 회랑에 둘러싸인 사각형의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Inner Peristyle'이라 부르는 정원이다. 'Outer Peristyle'과 마찬가지로 길고 좁은 흰 대리석 풀이 있다. 이 풀은 분수 역할을 한다. 분수를 둘러싸고 젊은 여성 청동 복제 동상들이 있다. '파피루스의 빌라'에서 발견된 고대 청동 조각품을 재현한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정원을 장식하고 있는 그리스 철학자 흉상 4개도 마찬가지다. 관람하다 지치면 의자에 앉아 휴식하기 딱 좋은 곳이다.

박물관 동쪽에는 모자이크 분수가 있는 정원이 있다. 이 모자이크 분수는 폼페이에서 발굴된  '새로운 분수가 있는 집(Casa della nuova fontana)' 에서 나온 분수의 복제품이다. 분수는 조개껍질로 모자이크 장식을 했다. 가운데 구멍과 마스크 조각의 입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 물이 나오는 입을 벌리고 있으니 마스크가 놀란 표정이 된다. 나는 그 입에 손을 집어넣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잠시 웃었다. 

모자이크 분수 앞 중앙에는 수생식물이 자라는 원형 분수가 있다. 원형분수의 청동 사향고양이가 물을 뿜어내고 있다. '게티 빌라'에서 사람이 제일 적고 조용해서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공간이다.   

네 번째 정원은 'Outer Peristyle' 서쪽에 있는 허브 정원이다. 가보지 못해서 '게티 빌라'에서 사진을 가져왔다. 석류, 무화과, 살구, 사과, 감귤, 배 등 다양한 과일나무와 함께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통 허브가 재배되는 정원이라고 한다. 산책길 바로 옆에 허브가 심겨 있어, 손으로 쓱 만진 허브에서 나는 향기도 맡아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겠다. 

박물관 건물 남쪽 코린트식 기둥 머리 문양과 천장이 너무 아름다워 지나칠 수 없었다. 기둥 머리 장식 무늬는 아칸서스 식물의 곱슬한 잎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되었다고 한다. 'Outer Peristyle'의  회랑 기둥은 도리아식, 'Inner Peristyle'의 회랑 기둥은 이오니아식, 그리고 가장 화려한 코린트식까지... 다양한 기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지막으로 박물관 서쪽에는 야외 원형극장인 '바바라 앤 로렌스 플라이슈만 극장(Barbara and Lawrence Fleischman Theater)'이 있다. 그리스·로마 원형극장을 모델로 만들었다. 450석 규모로 실제로 저녁에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박물관 서쪽인 극장 무대의 기둥도 코린트식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고대 원형극장은 대부분 좌석이 대리석인데 이곳은 구운 흙(테라코타)을 사용했다. 그래서인지 좀 포근해 보인다.

이제 외부 건물 구경은 대충 다 했다. 내부 유물을 구경할 시간이다. 유물 관람기는 다음 편에... 

참고 사이트 : 위키백과, 다음백과 
참고사이트 : https://www.getty.edu/visit/villa/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조형식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