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가면 5관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애들러 천문관, 과학산업박물관, 쉐드 수족관, 필드 자연사박물관, 시카고 미술관이다. 이 중 시카고 미술관은 그랜트 공원 내에 있고, 천문관, 쉐드 수족관, 자연사박물관은 그랜트 공원 밑 뮤지엄 캠퍼스에 오밀조밀 붙어 있다. 과학산업박물관만 그랜트 공원에서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진 잭슨 공원에 있다.

▲ 왼쪽 사진 맨 위 화살표가 시카고 미술관, 오른쪽 사진 맨 위 화살표가 그랜트 공원

이중에서 천문관을 빼고 4곳을 방문해보았다.

▲ 과학산업박물관

과학산업미술관은 U-505보트(제2차 세계대전 때 나포한 독일 잠수함), 자전거 박물관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많다. 빙하가 녹고 있는 현실 등 자연현상도 보여준다. 우주선 구경, 첨단 컴퓨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아이들과 하루 종일 돌아봐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곳이 아닐까 싶다.

▲ 과학산업박물관에서

상단은 Mirror Maze, U-505보트다. Mirror Maze는 어른도 재미있어 하는 코너다. 들어는 갔는데 걷다 보면 나가는 길을 찾기 쉽지 않아 깔깔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나도 나오는데 무척 헤맸다. 하단은 자전거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자전거 박물관, 그 옆은 미래과학체험이다. 화면에 나비가 날아다니고 사람이 그 앞에 서면 그림자처럼 영상이 뜨고 나비가 어찌 알고 그림자 영상 손 위나 머리 위에 날아와 앉는다. 화면에 온도감지 센서가 있는 걸까? 아니면 명암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는 걸까? 이 나이에도 진짜 나비도 아닌데 나에게 날아오는 것이 좋아서 수차례 이리저리 해보았다. 아이들은 얼마나 신이 날까?

▲ 자연에서 발견하는 기하학적 무의

모든 디자인은 자연에서 발견한 것이 아닐까? 달팽이에서, 나비에서, 나뭇잎에서 정교한 기하학적 무늬를 발견할 수 있다. 무늬마저 원칙이 있다. 자연만큼 원칙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때 되면 나오고 때 되면 들어가고... 요새 지구가 수상해져서 때를 못 가리니 자연도 정신을 잃는다. 호주 화재가 온난화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불에 타 생명의 씨앗마저 없어진 사진을 보았다. 인간이 저지른 죄에 애꿎은 생명이 희생되는 것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자연이 그 원칙에 손을 놓을 것만 같다. 그 때가 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 우주선 탐험

가끔 아폴로 달 착륙이 조작이라는 음모론이 나오곤 한다. 2017년 이 음모론을 다룬 '아폴로 프로젝트'란 영화도 나왔다. 1969년 아폴로 11호 달 착륙을 CIA와 NASA가 조작했다는 주장을 담은 작품이다. 지난해 7월 20일은 달 착륙 50주년 되는 날이었다. 이에 맞춰 영국 왕립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미국 달 착륙은 사실이라고 확인해주었다. 미국이 통킹만 사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등 전세계를 상대로 거짓말을 자주 하는 나라다 보니 설마 하면서도 혹시 모르지 하는 생각도 든다. 언젠간 양쪽 주장이 하나로 좁혀지겠지...

▲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해보는 과학관. 물길 잡기, 에너지 만들기 등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모든 박물관 특징이 되어가는 것 같다. 부모와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피스톤을 밀어올리기도 하고 발힘으로 에너지를 만들기도 한다. 잠시 무아지경에 빠져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다.

▲ 쉐드 수족관

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곳은 1930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 수족관 중 하나인 쉐드 수족관이다. 200개 넘는 수조에 물속 생물 6,7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한다. 수족관의 주 관람객은 단체 견학 학생들이지만, 드문드문 할머니가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가 질문하고 할머니는 설명을 읽어주거나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천천히 답해준다. 교육적으로 굉장히 열성적인 할머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할머니가 되면 저리 해줄 수 있을까?

▲ 작은 물고기들

동물원도 수족관도 생물을 가둬놓은 곳인데 이상하게 수족관은 동물원만큼 거부감이 없다. 생물 자체가 작고 굉장히 예쁘게 꾸며놓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 보다. 하지만 돌고래나 벨루가 같이 큰 동물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최대한 서식지 환경 그대로 조성했다고는 하나 자연 상태만 할까? 벨루가는 북극해와 근처 깊은 연해가 주 서식지라고 하는데... 우리 속에서 끊임없이 헤엄치며 반복적으로 내는 벨루가의 고음 소리가 내보내달라는 절규로 들릴 수밖에...

▲ 벨루가

다음은 꼭 가보라고 추천 받은 필드 자연사박물관이다. 1894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 박물관, 뉴욕 미국자연사박물관과 함께 미국 3대 자연사 박물관 중 하나다.

▲ 필드 자연사박물관

고생물 DNA부터 공룡, 화석, 미라, 운석, 각종 유물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이곳은 지질학, 생물학, 문화인류학의 보고라고 할 정도로 2,700만 점에 가까운 방대한 전시물들이 있다. 그 많은 걸 조금이라도 보려면 이틀은 방문해야할 것 같다. 하필 마지막 날로 일정을 잡아 비행기 시간에 맞추다 보니 관람에 3시간 정도 밖에 여유가 없어 주로 고대 이집트관과 고대 아메리카관만 집중적으로 보았다. 못 본 것들이 눈에 밟혔다. 다음에 올 수 있을까? 쉽지 않겠지... 아쉬운 마음에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다. 

▲ 공룡 ‘Maximo'

메인 홀에는 현재까지 발견된 화석 중 가장 크고 잘 보존된 화석으로 유명한 티라노사우르스 ‘수’를 대신하여 초식공룡 티타노사우르스 (Titanosaur) 해골 골조물이 전시되어 있다. 이름이 ‘Maximo'인 원 화석은 스페인에서 발굴되었다 한다. 이름에 걸맞게 공룡시대 가장 큰 공룡이다.

▲ 인간 미라와 동물 미라

고대 이집트관에는 미라가 집중 전시되고 있었다. 23개의 인간 미라와 동물 미라들이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만든다. 계속 보다보니 속도 메슥거린다. 그 당시는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도 미라로 만들었는데 후에 영국 사람들이 고양이 미라를 가져가서 정원에 비료로 뿌려주었다 한다. 죽어 한 줌 남은 뼛가루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마는... 이집트 문화를 우습게 보는 오만한 영국인 소행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이 미라들은 다 어떻게 미국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주로 구입 해왔겠지만 유물 소유권 분쟁이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니 혹시? 하는 삐딱한 의심도 든다.

▲ 오시리스와 아들 호루스를 안고 있는 이시스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오시리스와 오시리스의 누이이자 아내인 이시스 상이 모든 신화의 주인공처럼 신비롭게 보인다. 두 신의 이야기는 참 재미있다. 농사를 가르치는 신인 오시리스는 아주 선한 신이다.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이시스는 꾀를 내어 남편을 이집트 최고 신인 파라오로 만든다. 둘은 금슬도 아주 좋다. 하지만 오시리스 동생 세트는 형 오시리스를 죽이고 파라오가 된다. 이시스는 오시리스의 죽음에도 변치 않는 사랑으로 죽은 오시리스로부터 아들 호루스를 얻는다. 후에 호루스도 어머니 이시스의 도움으로 삼촌 세트를 물리치고 파라오가 된다. 선한 오시리스와 강인하고 현명한 이시스의 이야기다. 신화처럼 오시리스는 한 없이 선해 보이고 아들 호루스를 안고 있는 이시스는 단단해 보인다.   

▲ 고대 아메리카 토기

고대 아메리카관은 인디언 문화와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고대 아츠텍, 마야, 잉카문명에서 발굴된 유물들과 북미 에스키모 인디언들 유물, 입던 옷까지 전시하고 있다.

▲ 고대 아메리카 동상. 마지막 여인 동상이 독특하다.
▲ 특유의 도기 문양.
▲ 에스키모 의상

원래 하나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어버린 북미와 중남미. 두 곳 인디언은 참 안타까운 종족이다. 특히 미국 인디언은 비옥한 영토 대부분을 백인에게 빼앗기고 축출되어 황폐한 인디언보호구역에서 사는 처지가 되었다. 캐나다 인디언은 사정이 좀 낫다고 하지만 그들 상당수도 보호구역에 산다. 중남미 인디언은 스페인의 그리스도교 동화정책으로 혼혈이 더 많아져버린 민족이 되었다. 외세를 막아준다는 장승이 당당하게 서있음에도 문명은 사라졌다. 문명이 사라짐은 정신도 사라짐을 뒤늦게 알게된 그들은 얼마나 씁쓸한 눈물을 흘릴까?

▲ 가면과 장승

시카고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시카고 미술관'이라고 답할 것이다. 시카고 미술관은 7편 이후에서 선보이고자 한다.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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