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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야기 96] 말레이시아의 장국영 Mr Danny-2

작성 김동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8.04  13: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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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회사를 운영하려면 무역업등록증을 받고 무역협회에 가입해야 하던 시절. 무역협회에서는 회지를 발행하여 회원사에 배포하였습니다. 그리 눈여겨볼 내용은 없었고, 뒤쪽에 해외 업체에서 수출하고자 하는 품목이나 수입하고자 하는 품목이 연락처와 함께 실리는 난이 있었습니다.

등산장비와 관련한 문의를 보고 답신을 보내면 샘플 보내라는 회신에 허탕 치기 일쑤였습니다. 나이지리아 어떤 회사에선 10만 불짜리 조악한 어음을 보내며, 세계 무역박람회에 부스를 차렸으니 물건을 보내라는 회신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응하지 않았지요.

그러다 말레이시아 회사에서 Steel Ball SUJ-2(재료) 1.3mm를 구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혹시나 해서 연락했더니 성의 있는 답신이 왔습니다.

무라타 전자라고 하는 공장이었습니다. 대만 JIE WANG의 Mr 정 덕분에 알게 된 소형 스틸 볼 업체에 연락을 했지요. 사장이 자기들도 수출이 소원이니 적극 도와주겠다며 필요한 양의 샘플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샘플이 완성되자 무라타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를 Danny에게 보냈습니다. 무라타 전자가 일본 회사라는 것도 몰랐고, 공장 소재지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크게 기대를 안 했던 시도였고, 단지 말레이시아에 아는 친구가 있으니 쉽게 접근했던 셈이지요.

Danny는 친구인 나를 위해 공장과 연락하고 미팅 날짜를 정한 후 나에게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Danny는 거의 매일 새벽 공항에 가서 호주에서 오는 유기농 신선 야채와 과일을 통관하여 회사로 배달하고 잠을 잔 후 10시쯤 활동합니다. 나의 미팅은 그런 스케줄을 피해서 잡았습니다. 이른 새벽 평상시 몰던 차와 달리 각지고 울퉁불퉁한 1990년대 롱바디 벤츠를 몰고 왔습니다. 오랜 비즈니스 경험을 통해 젊은 저를 배려한 행동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제가 탔던 차와는 다르게 조수석에서 뒤를 봤더니 실내가 참으로 넓고 길더군요.

새벽길을 한참 달리다 날이 밝자 어느 곳에서 아침을 먹고 또 북쪽으로 달렸습니다. 이 고속도로는 중국 윈난성에서 태국을 거쳐 싱가포르로 이어집니다. 수많은 화물 컨테이너가 싱가포르 항구를 향해 들고나지요. 싱가포르 항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적화물을 처리하는 데 이 고속도로도 일조합니다.

고속도로를 한참 달려 이포라고 하는 도시를 지나 일본 무라타 전자 말레이시아 공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말레이시아 화교들은 영어와 말레이어, 말레이시아 화교들이 주로 쓰는 중국어와 중국 표준어 보통 4가지 언어를 구사하더군요. Danny는 한 가지 언어를 더 구사한다고 하였습니다.

회의실에 들어가자 특유의 빠르고 높은 톤으로 Danny가 엄청 저를 띄우더군요. 자기가 한국에서 유일하게 신용할 수 있는 친구라는 둥. 저는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끔가다 실없이 웃는 역할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연락을 주고받았던 아만다가 예쁘고 젊은 여자라는 사실과 회의실에 있던 모두가 저에게 아주 호의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고요.

돌아오는 길에 그곳에서 유명하다는 절을 둘러봤는데,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드물게 보는 중국식 절이었습니다. 三寶寺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 정도가 드나들 수 있는 바위로 된 좁은 굴을 지나니 약 100평 정도 되는 원형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마치 새나 날아들 수 있는 높은 우물처럼 둘러쳐져 있고 하늘만 보이는 곳을 봤습니다. 적이 침략하면 동굴을 막고 그곳에서 버텼다고 하는데, 정말 무협지나 중국 고대소설에 나올 법한 비현실적이 곳이 실제로 존재하더군요.

▲ 수도 쿠알라룸푸르   사진 : 위키피디아

건축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알려진 쌍둥이 빌딩이 지어질 당시 한국과 일본의 건설 업체가 경쟁하던 현장에도 갔었고, 완공된 후에도 갔었으며 공원이나 기타 쇼핑몰도 여기저기 들렸지만 선명하게 남아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Danny에게 무심코 물어봤던 기억은 평생 울림으로 남아있습니다. 평상시 저의 편협한 시각과 고정관념으로 부끄러운 질문을 했었지요.

영화배우 뺨치는 곱상한 외모와 업소에서 노래하는 연예인이라서 많은 여자가 따르지 않았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Danny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뜸을 들이더니,

“한 침대에서 잠을 자는 사람이며, 내 딸의 어머니인 여자에게 죄를 짓거나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한다.”

제가 쿠알라룸푸르를 떠나기 전날 저녁 부인과 함께 셋이서 저녁을 먹고, 당시 새로 들어선 메리어트 호텔 주변 노천카페로 옮겨 커피를 마셨습니다.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고, 가로수 아래 조명도 주변 경치도 참으로 운치 있고, 날씨마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부인에게 Danny가 답했던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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