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수업과 벽화그리기 준비작업

4) 요가수업과 벽화그리기 준비 작업

마을잔치 끝냈으니 부리나케 그 다음 진도를 나가야 했다. 코로나 때문에 늦게 시작되었고 마을회관이 폐쇄되어 회의도 주민교육도 모든 것이 여의치 않았지만 8월 말이나 9월 초에 사업을 다 마무리하고 심사 받게 된다니 부지런떨어야 한다.

가까이에 풍물고수가 있어서 그에게 풍물을 배우고 싶었지만 그가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신청을 거절당했다. 오래전 굶주렸던 시절 가계에 큰 보탬이 되었다던 칠거지 기술(칡덩쿨을 무르게 삶아 힘들게 가공하여 섬유질만 뽑아내었던)도 할머니들에게 배우고 싶었지만 그들 또한 어떠한 ‘자격증’도 없어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 해서 포기했다. 플라스틱 때문에 지구오염이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지금, 산에 들에 널려있는 칡넝쿨 이용해서 실을 뽑아낸다면 쓰레기 걱정도 없이 여러모로 쓸 모가 있을 터인데 말이다. 해서 급히 수정해서 프로그램 신청한 것이 요가. 5회 요가 수업을 담당할 ‘자격증’이 있는 박용운쌤은 삼방리에 조만간 집 지어 이사 올 사람이니 여러모로 잘 되긴 하였다.

▲ 박용운샘의 요가 지도. 들이쉬고 내쉬고... 내쉴 때는 근심 걱정도 모두 내 보내고...

박쌤에게 제안을 했다. 강사비 중 매회 3만원씩 떼어주면 수업 끝나고 함께 만들어 먹을 수 있게 간식을 준비하겠노라고.

왕언니 오빠들과 ‘나의 인생이야기’ 인터뷰하면서 공통적으로 그들이 어린 시절, 결혼 초, 아이들 기르는 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고생했는지 들었다. 시계도 없던 시절, 새벽 별 위치를 살펴가며 한참을 익혀야 하는 깡보리밥 지어 장아찌 반찬 담아 ‘벤또’ 싸 주고 학교 보내고 나면 자기는 먹을 것이 남아있지 않더라고 했다. 많은 식구가 먹기 위해 약간의 곡식에 온갖 나물 뜯어다가 죽 쑤어 입에 풀칠을 하고 살았단다.

시집 온지 9년 만에 아기가 들어섰는데 반갑기보다 무얼 먹여 키우나 하는 걱정이 앞서더라고. 앞뒷집에 사는 새댁 둘이는 나물을 뜯어 말려서 먼 시장에 팔러 나갔는데 돈을 아끼느라 국수를 하나 시켰더란다. 그 국수를 자기에게 더 많이 덜어주더라고 60갑자가 지났는데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이야기하신다. 집으로 돌아와 그들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먹먹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한 없이 미안하고 감사하다.

기회가 닿기만 하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것, 더 재미있는 것 경험하게 해 드리고 싶다. 왕언니들이 입에 달고 사는 ‘억울하다’는 소리가 ‘내 자신에게, 세상 만물에게 감사하다’는 소리로 완전히 바뀔 때 까지 분투하자!

▲ 박샘이 강사비의 일부를 떼어 간식비를 대겠다고 했다. 끝나고 나면 고로케, 도넛 등을 만들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자들은 못하는 게 없다니깐...

수업시간에 장난치는 학생들은 꼭 있게 마련. 얼마 전에 맹장 수술을 하신 똘똘이 김정자여사께서 컨디션이 회복되신 모양. 말타기에 도전하시었다. 톰과 제리처럼 만나면 투닥거리는 두 분이다.

▲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는 꾸러기들은 청산 삼방리에도 있다. ㅠ.ㅠ

벽화는 일찌기 인터넷 뒤져 벽화자봉팀을 찾아 문자로 부탁했다. 코로나 때문에 자봉단 확보가 힘들어서인지 어쩌다 돌아오는 답신은 시들시들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준비 확실하게 해 두어야 할 터. 장녹골과 가사목의 담들을 요모조모 훑고 다녔다. 제일 큰 골칫거리는 가사목 입구 노인회관 앞에 있는 Y씨네 담벼락. 누군가가 차로 후진하며 박았는데 농사철에만 가끔 들르는 주인은 언젠가(ㅜ.ㅜ)는 집을 새로 지을 것이라며 방치하고 있는 중.

▲ 집주인은 농사철에나 가끔 들른다. 가사목 마을 입구의 이 집을 그냥 두고 어찌 벽화사업을 할 수 있으랴!

이장님은 전문가가 이틀을 달라붙어도 복구가 불가능하다며 손사래를 치는데 나는 겁도 없이 “내가 책임 질게욧!” 큰 소리를 치고 말았다. 지자체에서 지원 받은 돈으로는 인건비, 식비, 사전 작업비로 한 푼도 쓸 수가 없다. 하여 남편에게 시멘트 지정후원금을 마을에 기부하게 한 뒤 다시 이장에게 받아내어 시멘트와 도구들을 사 놓았다. 보수를 잘해 주리라 믿고 있던 남편에게 슬며시 사진을 보냈더니 흙벽은 시멘트로 보수할 수가 없단다. 이를 어쩐담.

노인회관 뒤에 사는 양기현쌤이 친구에게 수리하고 남은 흙벽돌이 있을 거라 했다. 양샘은 며칠 뒤 새벽, 친구에게 흙벽돌을 얻어다가 산에서 퍼온 황토를 개어 말끔하게 구멍을 때웠다. (후일 들으니 양샘은 다음 날 조용히 병원에 가서 고장난 허리디스크 시술치료를 받고 왔다고 한다. 이렇게 고맙고 미안할 수가... 앞으로 복 왕창 받으시라!) 

▲ 흙벽돌을 구해 황토를 발라 구멍을 때우고 양씨 형제와 장녹골 노인회장 등 주민들이 시멘트를 바르고 며칠 후 페인트를 칠했다.

너도 나도 덤벼들어 가사목에 그림 그릴 두 곳 벽에 시멘트를 고르게 발랐다. 아니, 솔직히 매끈하다고는 할 수 없다. ㅜ.ㅜ 그러나 그들이 흘린 땀방울이 시멘트 반죽에 섞였으니 어찌 곱고 귀하다 하지 않으랴. 벽에 바를 페인트로 고민하고 있을 때 앞치마를 만들어준 박성숙샘이 자기 집에 페인트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필요한대로 가져다 쓰라고 했다. 에헤라디여~ 그것 보라구. 신령님이 돕고 계시다니께!

▲ 짜잔~ 요렇게 변했다. 애 써 주신 모든 분들께 차렷! 경례!

도로에서 보이는 박영화 할머님네 창고도 시멘트를 바르고 며칠 뒤 페인트를 칠했다. 아랫동네 가사목은 그림 그릴 두 군데 담벼락이 이렇게 마련되었다.

▲ 가사목 도로에서 보이는 박할머님댁 블럭창고 위에 시멘트를 바르고 며칠 뒤 페인트를 칠했다. 공동체를 위해 함께 하는 노동은 잔치와 같다.
▲ 짜잔~ 가사목에 요렇게 예쁜 벽이 하나 더 탄생했다. 여기에는 해바라기가 따~악 어울릴 것이다.

이제는 윗동네 장녹골 벽을 단장할 차례. 장녹골 벽은 크게 손상된 곳이 없어 일부를 시멘트로 매끄럽게 다듬는 보수작업과 페인트칠을 하루에 끝냈다. 오랜만에 동네 단장하는 지라 이장님도 기분이 좋았는지 작업 끝난 후 돼지고기 오리고기로 동네잔치를 열었다. 동네 입구 최씨네는 부모님 돌아가신 뒤 그 자녀들이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 머물다 간다. 그들도 시멘트 블록을 낮게 쌓은 담에 페인트를 칠했다. 장녹골도 벽화 준비작업 완료!!!

▲ 장녹골 노인회장님은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이시다. 가사목 보다 조금 더 큰 윗마을 장녹골도 준비 완료!

여전히 걱정인 것은 서울 벽화자봉팀 반응이 미지근하다는 것. 그런데 벽화 그린다는 소식을 들은 후배에게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대전에서 대안학교에 관여하고 있으며 장차 이곳에 들어와 살 예정인 그녀가 학생 5명과 교사 8명을 자봉단으로 파견하겠다는 것이다. 이거 봐, 이거 봐. 저수지신령님이 움직이고 계시다니깐. 드디어 복날인 7월 16일. 서울에서는 (꼴랑) 전문가 한 명이 내려오고 대전에서는 (무려) 자봉단 13명이 삼방리에 도착했다. 두둥...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연재 순서
1) 새 이장이 들어서고 행복마을사업 시작하다,
2) 행복마을 만들기-청소부터 시작하고 나무를 심었다.
3) 마을 단체복으로 앞치마 만들고 행복마을잔치
4) 요가 수업과 벽화 그리기 밑 작업
5) 서울에서 내려온 한 명의 전문가와 자봉 학생들
6) 해바라기와 포도, 연꽃
7) 동학도들이 살아나고
8) 삼방리의 딸 천사는 다르다.
9) 가사목의 의좋은 형제는 다르다.
10) 젖가슴을 드러낸 여인은?
11) 생뚱맞은 파도타기?
12) 개벽세상이 무어냐고?
13) (이어집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고은광순 주주통신원  koeunk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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