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첫손녀 주아에게 할아버지가 주는 글

‘하회탈 웃음’ 닮은 손녀 주아
‘하회탈 웃음’ 닮은 손녀 주아

 

2019년 11월 10일 첫 손녀가 태어났다. 내 나이에 비해 좀 늦은 첫 손주가 건강하게 태어난 것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모든 생명의 탄생이 신비롭고 대단한 일이지만 우주의 기운을 힘입어 우리 집안에 찾아온 귀한 생명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이어서 닥쳐온 코로나19로 정신없이 지내는 와중에도 어린 생명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손녀는 갓난아기 때부터 유달리 잘 웃었다. 활짝 웃을 때는 마치 하회탈 얼굴과 흡사해서 아내와 나는 손녀를 ‘하회탈’ 아기라고 부르곤 했다. 첫돌 무렵부터는 위아래로 이빨이 몇 개씩 나오고 제법 그럴듯한 말 비슷한 옹알이를 하고 있다. 아직 제대로 된 말은 못하지만 엄마와 우리가 하는 말은 다 알아듣는다. 엄마의 표정을 보고, 엄마의 말소리를 들으면서 해맑게 웃는 아가 얼굴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모습이다.

‘까르르’ 하는 웃음소리를 들으면 우리 부부 마음엔 기쁨이 넘쳐 오르고 그 모습들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몇 번이나 다시금 보곤 한다. 나 또한 내 자식을 키울 때는 기뻤던 순간보다는 힘들었던 기억이 더 생각이 난다. 손주에게는 정말로 그럴 수 없이 귀엽고 예쁜 모습만 보이고, 볼 때마다 참으로 신통하고 기특하다.

아들은 손녀가 태어나기 전부터 외국 근무를 하고 있다. 아들은 주아가 태어난 뒤 잠시 다녀갔고, 지난해 10월말께 들어와서 코로나19로 격리되었다가 첫돌잔치도 함께하지 못한채 다시 출국했다. 코로나로 인해 손녀는 아빠와 영상전화로만 얼굴을 보고 화면을 손으로 만지며 그리워하고 있다. 코로나가 부녀상봉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엄마 아빠와 함깨 
엄마 아빠와 함깨 

며느리가 친정에서 손녀를 키우고 있어서 우리 부부는 주아를 자주 볼 수 없어 아쉽지만 며느리가 매일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카톡으로 보내주니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있다. 남편 없이 혼자서 육아를 도맡고 있는 며느리가 안쓰럽고 고맙다. 손녀 돌봄을 사돈댁에 미루고 있는 것이 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마음만 쓰고 있다.

쑥쑥 자라는 손녀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 중 하나는 무엇보다 갑자기 닥친 코로나 전염병으로 더욱 실감하게 된 지구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다.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와 플라스틱 등으로 환경오염은 가속화되고 있고, 제어되지 않는 산업화로 인한 탄소배출로 온도가 올라가면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머지않아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급속히 녹아내리기 시작하면 북극곰 가족과 펭귄 가족은 이제 그림에서나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몰려드는 미세먼지는 코로나와 함께 인류를 마스크로부터 영영 벗어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환경파괴가 멈추지 않고 지속되면 코로나가 물러나더라도 새로운 사람과 짐승 간 공통 전염병이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지난해 11월10일 손녀 김주아의 첫돌잔치 기념 가족사진. 아빠가 해외에 나가 있어 삼촌이 함께했다. 
지난해 11월10일 손녀 김주아의 첫돌잔치 기념 가족사진. 아빠가 해외에 나가 있어 삼촌이 함께했다. 

또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황폐화되어 가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이다. 초등학교 아니 심지어 어린이집 때부터 경쟁에 내몰리면서 참된 인성과 사회성을 키워야할 아이들의 심성이 피기도 전에 메말라가는 현실은 참으로 암담하다. 세계에서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행복도가 가장 낮다고 한다. 한창 끼와 흥을 발산하며 발랄하게 자라야 할 청소년들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고, 청년이 희망을 갖지 못하고 꿈을 펼치지 못하는 나라, 육아 부담과 경제적 부담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여 ‘헬조선’ ‘이생 폭망’이 유행하는 참담한 상황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앞으로 100년을 살아갈 우리 손녀 ‘주아’를 포함한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들이 생태계가 복원된 아름다운 지구환경에서 서로를 살리는 협력과 상생의 교육을 받으면서 저마다 꿈을 한껏 펼쳐나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황폐화된 정글지옥과 다름없는 세상을 만든 책임을 져야 할 모든 어른들의 대오각성을 기대하며 나 또한 작은 일이나마 힘을 보태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원고를 기다립니다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4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 이글은 2021년 4월 9일 <한겨레> 20면에 실린 글입니다.
* 원문보기 :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990283.html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희국 주주통신원  heekook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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