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거주한 지도 7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요사이 부쩍 사주, 궁합, 무속 등이 한국에서 널리 입에 오르내립니다. 궁합이 맞거나 어떤 법사가 대만에 살라고 해서 사는 것은 아니고, 사업상 돈벌이를 위해서 머무는 것도 아닙니다.
성격상 한 곳에 진득하게 눌러앉아 사는 편은 아니고, 변화와 새로움을 찾다 보니 그동안 많이 떠돌아다닌 편입니다. 대만에 머물면서도 종종 다른 나라를 기웃거리며 옮겨볼 생각도 했지만, 갈수록 대만보다 더 좋은 곳을 찾을 수가 없네요.
사시사철 맛있는 먹거리,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를 두고 굳이 이곳에 머무는 이유는 골프 때문입니다.
1998년 박찬호가 IMF로 힘들던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던 그때, 또 한 명의 스타가 탄생했지요. 박세리가 US OPEN에서 맨발로 물에 들어가 공을 치는 장면 기억하시나요. 그 대회에서 우승하며 한국 여자골프의 전성기를 20여 년이 넘도록 이어오게 만들었습니다. 골프 인구를 폭발시킨 그해 저도 골프를 시작했습니다.
골프를 배우고 투자한 시간에 비해 실력도 안 늘고, 재미도 없고, 잠 못 자 피곤하고, 돈도 많이 들고, 동료들과 경쟁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어 치다말다, 중간에 몇 년씩 쉬기를 반복했습니다.
대만으로 옮겨 골프 연습장에 나갔습니다. 친구를 하나둘 사귀고, 필드에 나가다 보니 그동안 불편하게 느꼈던 것들이 이곳에선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차로 20~30분 거리에 골프장이 두 군데 있고, 30~40분 거리에 두 군데가 더 있고, 한 시간 거리에는 여러 곳이 추가됩니다. 주말에도 그다지 막히지 않고 평일에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한국의 캐디처럼 화장 곱게 한 젊은 캐디가 없습니다. 코로나 아니어도 대부분 얼굴을 가린 5~60대 여성입니다.
그늘 집이나 클럽하우스에서 바가지 안 씁니다. 명품 골프웨어 입고 난척하는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비용이 저렴하지요. 골프 모임에도 몇 군데 가입하여 골프 친구도 많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매일도 칠 수 있는 곳이 대만입니다.
<한겨레:온>에 올라온 ‘대만각시의 아리랑 사랑’을 단체 SNS에 소개하였지요. 한 모임의 회장이 영국 유학 중 한국 남자를 만나 결혼한 여자 조카에게, 김동호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본 모양입니다. <한겨레:온> 편집위원으로 되어있고, 검색하면 쓴 글도 나오니 일부러 그랬는지, 알고도 그랬는지 좀 더 과장되게 설명을 한 모양입니다.
이 회장이란 사람이 좀 뻥이 세서 별로 신뢰는 안 가는데, 중의(한의사)로 돈을 엄청 벌었습니다. 임신을 못 하는 여자 임신하게 해 주고, 체중 조절(살 빼는) 처방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 친구가 잘 이해는 못 하겠고, 칭찬은 해야겠고 해서 퍼뜨린 소문이, 한국에서 파견한 기자 중 최 고위직이고 대빵이며 엄청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난 기자도 아니고, 신문사가 아니라 인터넷 매체라고 설명하지만, 설명하는 나도 명확하게 전달이 안 되고, 듣는 사람도 뭔 말인지 잘 모르니깐, ‘인격도 훌륭한데 겸손하기까지 한 사람’으로 더 크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학교에서 중국어 강의를 듣고 과제물 때문에 많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주중과 주말을 이용 매주 두 번 이상은 공치러 나갑니다. 다른 운동과는 달리 남녀노소 구분 없이 함께 즐길 수 있으며, 처음 만난 사람과도 부담 없이 만나 친구가 될 수 있기에 갈수록 더욱 골프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7월에 새로 가입한 골프 모임은 대만의 공군사관학교 64기가 주축이 되어 만든 골프 모임입니다. 현재 회원은 72명인데, 창설 멤버가 코로나 전에 미얀마 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이고, 64기를 가르쳤던 교관이 대만이야기에서 여러 번 언급한 항공대 교수 출신 차이(蔡) 따거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 모임 회장과도 이미 수차례 골프를 쳐서 잘 아는 사이였지요.
7월 모임에 가입하고 약 2~3시간 거리에 있는 타이중(臺中) 공군 골프장에서 1박 2일 함께 골프치고 돌아왔습니다. 이곳에 있는 골프장이나 가오슝(高雄)에 있는 해군 골프장 모두 미군이 주둔하면서 만든 곳이라 골프 코스가 꽤 깁니다.
이들 덕분에 안 그래도 한국의 1/3 비용이면 칠 수 있는 대만에서 또 절반 가격에 군 골프장에서 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조건입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학교를 안 다녀도 되고, 골프장 통나무집을 이용하면 평일에 호텔비 부담 없이 자주 찾아도 될 곳입니다. 사진 몇 장 첨부합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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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맛 한없이 즐기시길 빕니다.
그럴 시간도 스치듯 지나갈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