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후 학살 피해자 진실 규명과 범국민 추모 문화제에서

<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밤 중에 누군가 와서 불러내어 내 아들이 저녁 먹다 잡혀갔는데 우리 아들의 행방을 누가 모르시나요? 내 남편이 내 형제가 왜 죽었는지 누가 아시나요?

누가 아시나요, 뱃속에 있던 유복자가 태어나 백발이 성성하도록 진실 규명이 되지 않는 이유를 누가 아시나요?

여야를 물론 하고 국회라는 곳에서는 왜 진실화해 기본법 개정을 질질 끌며 12년째 세월만 보내고 있는지를 누가 아시나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정권에서도 여전히 유족들의 애간장만 태우다 만 것을, 왜 그러는지 아시나요?

대구 10월 항쟁, 제주 4.3 민주 항쟁, 10.19 여 순 민중항쟁에서 이어지는 한국전쟁 전후 학살피해자 등등! 공권력에 의해 떼죽음으로 점철된 우리의 역사가 왜 은폐 축소 가공되는지 누가 아시나요?

행정부 안에 그 원흉들이 있는 거 아닐까요? 국회의원 중에 아니면 정치권과 그 주변에 한국전쟁 전후에 동족을 이유 없이 살육했던, 그 무자비한 공권력의 지휘부 일원이 숨을 죽이고 있는 거 아닐까요? 혹은 죽창으로 창검으로 총부리로 살인의 춤을 추던 자들과 피를 나눈 형제가 그 안에 많은 것은 아닌가요? 아니면 그 무자비한 살인마들이 당신들의 아버지인가요, 아니면 삼촌인가요, 아니면 할아버지신가요, 아니면 당신의 형님이에요, 당숙이에요?

미군정과 제 영달에만 눈이 어두웠던 미제의 앞잡이 친일 골수 이승만이 친일 경찰과 그 앞잡이와 독립투사를 색출하는 데 혈안이 되었던 밀정들을 당시 모두 경찰로 기용했던데 그 끄나풀 되시나요? 아니면 북에서의 친일파 숙청에 대비해 기독교도로 세례받고 신분을 세탁하고 내려온 서북 청년단원이신가요, 대동 청년 단원이신가요?

억울한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증언할 수 있는 자들이 다- 죽을 때를 숨어서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나요? 아니면 규명될까 봐, 진실 규명이 될 수 있는 모든 루트를 차단하고 원천봉쇄하는 데 주력하고 이야기를 비틀어 가공하느라 이 골목 저 골목에서 골몰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1130분에 시작된 범국민 추모문화제 1부에서는 전국 유족회 상임대표인 윤호상 선생의 개회사에 이어 각 지역 대표들이 나와 피를 토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하에서 비무장 민간인의 죽음이 집계된 것만도 140만 명에 이른다면서 그 가운데 유족들에 의해 신청된 숫자가 2만도 채 아니 되는데 이나마도 축소 은폐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무엇인가. 해방된 지 77, 한국전쟁 이후 흐른 세월도 73년이다. 전국 단위로 문화제에 참석차 모인 분들은 모두 팔순이 넘었거나 칠순을 훌쩍 넘긴 모습들이었다. 그분들의 남은 수명은 대체 얼마나 될까. 10년이 훌쩍 지나고 나면 이분들 중 몇 분이나 남으실까. 그들은 그것을 기다리고 있을까? 그렇지만 뭘 하냐, 떼죽음이 계속되는데. 그다음 떼죽음도 그렇게 질질, 그다음 떼죽음도 나는 모른다. 책임질 이 하나 없고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우리 모두 모르고 그러다가 다시 5.18, 그러다가 세월호가 수장되고 이태원의 떼죽음이 압사로 나타났다.

이 살인마들에게 선처를? 이 악귀들에게 용서를? 용서를 구하지도 않는데 무슨 용서를? 개인과 개인 간에는 선처와 용서가 있을 수 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주문도 사적인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더구나 공적인 학살, 공권력의 학살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리요. 죽음을 죽음으로써 응징하지 않는다 해도 죄를 지은 자들이 과오를 뉘우치고 인정의 순서가 먼저 있고 나서 용서라는 주문이 순서일 것이다. 그리고 나면 이들에 대한 공적인 처벌기준이 세워져야 한다고 본다. 스스로 양심이라는 감옥에서 죄의식이라는 형벌로 70년 이상 살아 온 것은 감안하더라도 형식적이나마 이들에 대한 응징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 총체로써 당시 잘못된 정권의 명령과 지시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불의를 간과하고 집행에 참여했다는 죄과는 개인에게 분명히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불의에 항거하고 이유 없이 동족에게 총부리를 겨누라는 상부의 지시에 정면으로 도전한 사람들이 떼죽음의 당자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제주 4.3이요 10.19여순이요, 5.18이라는 같은 상황에서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위에서도 말했던 바, 모든 종교가 지향하는 목표지점을 뇌까리며 용서하고 화합하자고 하는데 용서를 빌 생각도 없으며 제 죄를 포장하고 없애기에 끊임없는 조작과 가공과 획책과 급기야는 다음 학살을 유도하는 인간이 아닌 인간들에게 어떻게 용서와 화합을 이야기한단 말인가. 원통하게도 식민잔재, 총체적 반민족 행위자 청산이 지금까지도 전혀 되지 않은 것은 그 원흉들이 반민족 반평화 반통일로 국가적 교란과 획책을 전방위적으로 일삼고 있으며 그들의 궁극적 목표가 가시화된 것이 이번 괴정권의 탄생 아닌가.

그들도 유족들처럼 이미 유명을 달리 했거나 남은 이들 많지 않다 하더라도, 순서가 바뀌었지만 형식적이라도 내가 그 원흉이었노라, 내가 그 같은 무자비했던 당자이었노라, 혹은 그 끄나풀이었노라 무장해제하고 나올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자인하는 이들에게는 특전의 기준을 세우고, 이미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반민족행위자 명단을 제시한 바 있으니 이를 범국민적으로 알리고 이들의 재산 몰수라든가, 형법적, 행정적 징벌의 기준을 세우고 적용하여 국가적 차원의 종결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징벌적 기준이 세워지지 않은 가운데 이완용이라는 매국노의 후예가 국가에 헌법 소원을 내고 승리하여 매국적 행위로 걸터듬은 땅을 모두 팔아서 해외로 튀었다는 소식을 접하니 정말 분통하다. 

유족들께는 그들이 신청하는 배ㆍ보상은 물론이요, 국가적 차원에서 이들은 빨치산도 아니었으며 멀쩡한 정권을 전복하려던 괴뢰 공산당 빨갱이는 더욱 아니었다는 것! 오히려 더없이 간악했던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야욕에 희생되었음을 국가는 동시에 선포하여 억울하게 돌아간 원혼들의 정명과 해원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잘못된 역사를 하루속히 바로 세워, 남은 유족들이 유명을 달리하기 전에 그들의 소원이 이루어져 국가가 다시 간접적 학살이라는 역사적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승원 주주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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