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6일 토요일 지방 선거가 있었습니다. 2년 전에는 총통(總統, 대통령)과 입법위원(立法委員, 국회의원) 선거, 이번은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입니다. 마치 4년마다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이 열리듯 대만은 2년마다 4년 임기의 큰 선거를 합니다. 따라서 이번 지방 선거는 현 민진당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띱니다.

다들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아시겠지만, 진보성향의 차이잉원 민진당이 참패했습니다. 중요한 지자체장 선거에서 국민당 15석, 민진당 5석, 민중당과 무당 각 1석을 얻었습니다. 현지에서 본 대만인들의 성향과 선거 결과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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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과 지자체장은 4년 임기에 1차 연임만 가능합니다. 2년 전 차이잉원 집권당 총통은 817만 표, 한꿔위(韓國瑜) 국민당 후보는 552만 표. 입법위원(국회의원)은 민진당 61석, 국민당 의원 38석을 차지하며 민진당이 압승했습니다. 국민당을 지지하는 보수층이 갈수록 고령화되면서 최근까지도 앞으로 희망이 없다고 한탄하고 있었지요.

당시 선거는 홍콩에서 반중 지식인을 중국으로 압송하는 것에 홍콩인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대만 사람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홍콩의 시위를 지지하며 반중정서가 올라갈 때였습니다.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은 ‘대만인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구호를 외치며 큰 표 차로 이겼습니다.

그 당시 압승의 기억이 이번 선거의 참패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말이 보수당 진보당이지 대 중국 정책을 보면 엇박자일 경우가 많습니다. 친 중 노선이라는 국민당 정부가 사실은 1949년 대만으로 정부를 옮기고 40년 동안 중국과의 모든 통로를 강력하게 막았던 3불통 정책을 폈고, 대만 독립 성향인 민진당 정권에서 중국과 소3통 정책을 펴며 교류를 텄습니다. 당시 천수에이비엔(陳水扁) 총통 시절 중국과의 교류를 튼 장본인이 지금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지요.

요사이 민진당은 친미 반중 정책으로 대만 중국 양안 간 위기의식을 높였습니다.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미국 펠로시 하원의장을 불러들여 총통과 회담하였고, 중국은 미사일을 대만 동서로 발사하고 전투기를 연일 띄우며 압박하였습니다. 당시 해외 친척들이 대만 사람들에게 빨리 중국을 탈출하라는 권유까지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만약 중국이 침범하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 안 한다. 전쟁한다면 뭐 하러 피 흘리며 싸우나? 대만 그냥 가지라고 줘버리지!” 민심은 대립과 전쟁을 원하지 않는데, 민진당 정부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갈등을 조장하며 표 계산을 하다 오히려 역대급 낭패를 본 것입니다.

예전에도 언급하였지만, 대만에는 많은 외부 세력이 들어와 통치했습니다. 스페인, 네덜란드, 청나라, 일본(50년) 그리고 국민당 장개석이 약 100만의 중국 본토인을 이끌고 대만에 들어와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일본이 물러가고 중화민국(국민당) 정부가 되었지만, 당시 중국에선 국민당과 공산당 내전이 한창이었고, 대만은 군수품과 병사 공급처가 되었지요. 그래서 수탈이 일본 식민지 시대보다 더 가혹했습니다. 당시 개새끼(狗)들이 물러가니 돼지새끼(猪)들이 몰려왔다고 한탄하였습니다. ‘누가 들어와도 다 거기서 거기고, 결국 대만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남아있더라’라는 생각입니다.

대만의 선거제도는 우여곡절 끝에 1996년이 되어서야 모든 선거는 국민의 직접투표로 선택합니다. 해외 부재자 투표 없이 자기 주소지에서만 투표합니다. 선거 때면 일부러 귀국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 지역은 타이베이 시장 선거였습니다. 대선 가도의 디딤돌로 여겨집니다. 과거 최초 정권 교체를 이룬 천수에이비엔(陳水扁) 총통이 타이베이 시장을 통해 행정 능력을 인정받았고, 국민당 마잉지어우(馬英九)도 타이베이 시장을 발판으로 총통이 되었습니다.

43세 역대 최연소 타이베이 시장 당선인 蔣萬安. 총통 후보 반열에 올라온 인물. 사진 : Wikimedia
43세 역대 최연소 타이베이 시장 당선인 蔣萬安. 총통 후보 반열에 올라온 인물. 사진 : Wikimedia

이번 시장 선거는 장개석 증손이며 장경국 전 총통의 혼외 손자인 장완안(蔣萬安)이 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장개석 총통 당시 장경국 행정원장(행정부 수반)이 많은 업적을 이룹니다. 인기가 상당했지요. 러시아 여성과 결혼하였고, 자식을 후계자로 키우지 않았으며, 대만 출신 리덩후이(李登輝)를 부통령으로 키운 인물입니다.

장경국의 혼외 아들의 아들, 즉 손자가 장완안(蔣萬安) 국민당 타이베이 시장 후보였습니다. 민진당에서는 천스중(陳時中), 한국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같은 후보를 내세웠고, 현임 민중당(民衆黨) 커원저 시장은 8년 연임 제한에 따라 여성 부시장을 내세워 3파전으로 뜨거웠습니다. 결국 국민당 바람에 장완안이 여유 있게 시장에 당선되면서 차기 총통 후보군으로 뛰어올랐고, 국민당 지지자들은 내심 다음 총통 선거에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는 각 지자체장과 지방 의원, 이장, 또 소수민족의 대표까지 투표하면 최대 9명에게 투표를 한다고 합니다. 선거운동원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발로 뛰는 후보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선거 다음 날 차이잉원 총통은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에서 물러났습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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