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력적인 쇠막대’ 유치권 행사

서울시 강남구 청담역 근처 <IS 동서 건설> 본사 정문 앞에  조합원들이 항의 시위 도중, 잠시 쉬는 동안 놓아둔 손팻말들(출처 : 하성환)
서울시 강남구 청담역 근처 <IS 동서 건설> 본사 정문 앞에 조합원들이 항의 시위 도중, 잠시 쉬는 동안 놓아둔 손팻말들(출처 : 하성환)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 재개발 2구역 '에일린의 뜰'아파트 시공을 맡은 건설사는 IS 동서 건설이다. 6월 30일이 입주 시작일인데 IS 동서 건설은 지난 6월 초순 조합원 220여 가구에 대해 전격적으로 유치권을 행사했다.

<IS동서 건설> 회사에서 220여 세대 조합원 입주를 폭력적인 형태로 막은 쇠막대 유치권 행사 장면(출처 : 비대위 <투명한 모임> 제공)
<IS동서 건설> 회사에서 220여 세대 조합원 입주를 폭력적인 형태로 막은 쇠막대 유치권 행사 장면(출처 : 비대위 <투명한 모임> 제공)

유치권을 행사하면서 쇠막대(철봉)를 현관문 입구 좌우 네 군데 벽에 구멍을 뚫어 용접해 박았다.

<쇠막대 유치권> 자진 철거 후 입주 전, 새 아파트에 상처난 흉물스러운 모습(출처 : 비대위 <투명한 모임> 제공)
<쇠막대 유치권> 자진 철거 후 입주 전, 새 아파트에 상처난 흉물스러운 모습(출처 : 비대위 <투명한 모임> 제공)

그러다 자신들 스스로 문제를 의식했던지, 아니면 쇠막대 유치권 행사 장면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부담을 느꼈던지 스스로 쇠막대를 철거했다.

문제의 발단은 추가 공사비 171억 원이다. 이에 대해 조합 측과 시공사 IS 동서 건설 측은 입장이 다르다. 정작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는 입주예정일이 6월 30일인데 220여 세대 조합원들 누구도 입주를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분양자들은 이사하며 입주하기 시작했는데 정작 새 아파트를 꿈에 그리며 이제나 저제나 입주할 날만 고대하던 조합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70-80대 어르신 가운데 회사 측의 폭력적인 유치권 행사에 맞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부산에서 서울로 항의하러 오셨다가 어르신 가운데 한 분이 탈진하셨다. 그러자 주위 조합원들이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손팻말로 부채를 부치며 돌보는 모습(출처 : 하성환)
70-80대 어르신 가운데 회사 측의 폭력적인 유치권 행사에 맞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부산에서 서울로 항의하러 오셨다가 어르신 가운데 한 분이 탈진하셨다. 그러자 주위 조합원들이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손팻말로 부채를 부치며 돌보는 모습(출처 : 하성환)
조합원 220여 세대 입주를 폭력적으로 방해한 <쇠막대 유치권> 행사에 분노해 70-80대 어르신들도 부산에서 상경해 항의 시위에 동참했는데  시위 도중 어르신 한 분이 탈진해 119 구급차가 출동한 모습(출처 : 하성환)
조합원 220여 세대 입주를 폭력적으로 방해한 <쇠막대 유치권> 행사에 분노해 70-80대 어르신들도 부산에서 상경해 항의 시위에 동참했는데 시위 도중 어르신 한 분이 탈진해 119 구급차가 출동한 모습(출처 : 하성환)

그 중엔 70-80대 어르신도 계시다. 입주일에 맞춰 이삿짐을 옮겨야 하는데 입주를 못해 임시방편 아들 집에 얹혀사는 분도 계시다. 또 다른 어르신은 아직 들어갈 월세 집을 구하지 못해 하루하루 애태우는 처지에 계신다.

환경, 사회적 책임, 윤리 경영을 가리키는 <ESG 경영>을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 이미지로 크게 홍보하고 있는 중견 건설사 <IS 동서 건설>(출처 : IS 동서 건설 홈페이지 사진을 글쓴이가 찍은 것임)
환경, 사회적 책임, 윤리 경영을 가리키는 <ESG 경영>을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 이미지로 크게 홍보하고 있는 중견 건설사 <IS 동서 건설>(출처 : IS 동서 건설 홈페이지 사진을 글쓴이가 찍은 것임)

IS 동서 건설은 부산을 비롯해 김포 등 전국 여러 지방에서 건설사업을 해온 중견 건설사다. IS 동서 건설 홈페이지에는 환경을 생각하고(Environment) 사회 공헌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Social) ‘윤리경영’(Governance)을 표방하는 “ESG 경영을 충실히 실천하는” 건설회사로 크게 홍보하고 있다.

<쇠막대 유치권> 행사에 분노하는 조합원이 높이 치켜 든 손팻말(출처 : 하성환)
<쇠막대 유치권> 행사에 분노하는 조합원이 높이 치켜 든 손팻말(출처 : 하성환)

비록 분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입주해야 할 고객의 현관문에 쇠막대를 박는 게 ‘윤리경영’인지 당혹스럽다. 너무 ‘폭력적인’ 유치권 행사라 조합원 당사자들에겐 분노와 함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로 남을 것 같다.

IS 동서 건설은 자신들이 표방한 대로 “윤리경영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공헌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홈페이지 홍보만큼 선한 기업 이미지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폭력적인 쇠막대’ 유치권 행사는 IS 동서 건설 스스로 회사 이미지를 부정한 자기모순이다. 깊은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21세기 오늘날 ‘주거권’은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사회권적 기본권으로 ‘인권’의 영역에 속한다. 조합 측과 회사 측이 추가 공사비 관련 분쟁이 있다 하더라도 일단 입주 후 시시비비를 가려야 마땅하다. 한국부동산원을 비롯해 공적 기구의 판단을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최후의 방법으로 법적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

<쇠막대 유치권>행사가 부담스러웠던지 자진 철거 후 흉물스러운 현관 입구 모습(출처 : 비대위 <투명한 모임> 제공)
<쇠막대 유치권>행사가 부담스러웠던지 자진 철거 후 흉물스러운 현관 입구 모습(출처 : 비대위 <투명한 모임> 제공)

그러함에도 IS 동서 건설은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추가 공사비에 대해 조합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쇠막대를 박아버렸다. 이는 조합원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깊은 내상을 안긴 것으로 심히 불행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유치권을 행사할 때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민법 324조(유치권자의 선관 의무) 1항에는 "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쇠막대를 현관문 옆에 박는 행위가 “유치권자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실제로 유치권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경우 ‘유치권 소멸’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쇠막대 유치권> 행사에 크게 분노한 조합원이 (에일린의 뜰) 아파트를 지은 중견 건설사 <IS 동서 건설>의 무지막지한 폭력적인 유치권 행사를 비판하며 손팻말을 들어 항의하는 모습(출처 : 하성환)
<쇠막대 유치권> 행사에 크게 분노한 조합원이 (에일린의 뜰) 아파트를 지은 중견 건설사 <IS 동서 건설>의 무지막지한 폭력적인 유치권 행사를 비판하며 손팻말을 들어 항의하는 모습(출처 : 하성환)

이번 IS 동서 건설 측에서 벌인 새 아파트에 구멍을 뚫고 쇠막대를 박은 사건은 이윤 추구에만 몰입한 나머지  ‘선량한 유치권자의 관리 의무’를 저버린 행위로 보인다. 왜냐하면 외관상 쇠막대가 박힌 아파트 현관문도 폭력적이지만 그 모습을 본 조합원들은 이미 마음에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IS 동서 건설이 자행한 쇠막대 사건은 회사 좌우명인 ‘윤리경영’에도 맞지 않고 “ESG 경영”도 아니다. 무엇보다 회사 홈페이지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도 어긋난다. 추가 공사비 분쟁은 입주 뒤 공적 기구를 통해서나 법적으로 시비를 가릴 수 있는 사안이었다. 굳이 쇠막대를 박아 놓는 폭력적인 행태로 겁박하며 유치권을 행사할 일이 아니었다.

이제 IS 동서 건설은 상처받은 조합원들 가슴을 위로하고 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할 때 ‘윤리경영’, 바로 ‘ESG 경영’에 충실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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