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사 횡포를 방관하는 폭력에 중독된 사회

지난해 12월 화물연대노조 파업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핵과 같은 위협”이라며 역사상 처음으로 고강도 압박을 가했다.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해 화물연대를 백기 투항시켰다. 노조 탄압 직후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화끈한 대처’에 지지도가 크게 올랐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올해 3월 초 국회 앞에서 <안전운임제> 보장 입법을 촉구하며 손팻말 시위하는 장면(출처 : 하성환)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올해 3월 초 국회 앞에서 <안전운임제> 보장 입법을 촉구하며 손팻말 시위하는 장면(출처 : 하성환)

그러나 하루 16시간 화물트럭을 몰아서 300만 원 정도 받는 ‘안전운임제’ 연장을 요구한 노동자들의 절규와 고통에 대해 대통령은 ‘나몰라’라 했다. 올해 2월 대통령의 ‘건폭’ 발언은 노동개혁이란 미명 아래 ‘노조 때리기’에 대한 학습효과였다. 일용직 노동자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처지를 십분 이해하고 공감하기는커녕 지지도를 끌어올리려는 불순한 의도였다. 정부의 노동정책은 실종된 채, 사회경제 약자인 노동자를 공격해서 얻는 지지율이란 참으로 얼마나 옹졸한 모습인가!

경제 약자인 일용직 건설노동자의 불안정한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건설사와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과 근로조건을 지켜주려고 만든 게 건설 노동조합이다. 그러나 양회동 건설노조 지회장은 대통령의 ‘건폭’ 발언으로 졸지에 ‘공갈범’으로 내몰렸다. 그리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지난 5일 1일 노동절에 윤석열 정권 <노동 탄압>에 맞서 분신 항거한 양회동 열사가 5월 21일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을 떠나 서대문 경찰서 앞에서 노제를 지내던 중, 양회동 열사를 추도하던 노동자가 얼굴을 움켜쥐고 오열하는 모습(출처 : 한겨레 신문 신소영 기자) 이날 양화동 열사 친형 양회선 씨는 “없는 죄까지 뒤집어쓰며 강압적인 수사에,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무서웠고, 두렵고, 아팠을까요”라며 오열했다. 철근공 건설 노동자 양회동 열사는 유순한 성품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항상 앞장섰다.
지난 5일 1일 노동절에 윤석열 정권 <노동 탄압>에 맞서 분신 항거한 양회동 열사가 5월 21일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을 떠나 서대문 경찰서 앞에서 노제를 지내던 중, 양회동 열사를 추도하던 노동자가 얼굴을 움켜쥐고 오열하는 모습(출처 : 한겨레 신문 신소영 기자) 이날 양화동 열사 친형 양회선 씨는 “없는 죄까지 뒤집어쓰며 강압적인 수사에,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무서웠고, 두렵고, 아팠을까요”라며 오열했다. 철근공 건설 노동자 양회동 열사는 유순한 성품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항상 앞장섰다.

두 자녀를 둔 양회동 건설노동자는 “<공갈범>이란 죄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신으로 분노하며 항거했다. 양회동 건설 노동자의 죽음은 노동자 이전에 인간의 자존감을 짓밟고 모욕한 공권력의 횡포에 대한 분노이자 항거였다.

대통령의 2월 건폭 발언은 6월 대법원 판결로 무의미해졌다. 국토부장관이 나서서 타워크레인 기사의 월례비를 대통령의 건폭 사례로 거론하였는데, 대법원이 “임금 성격”이라고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엔 철근을 빼돌린 채 지은 ‘순살 아파트’ 논란이 화제가 됐다. 다시 대통령은 “건설사 이권 카르텔”을 언급하며 “깨부숴야 한다”고 날선 언어를 쏟아냈다. 대통령의 언어로는 품격이 낮았다. 아니 천박했다. 정말 “깨부숴야”할 대상은 폭력에 중독된 우리 사회, 폭력에 의존하는 건설업계 낡은 관행이다.

건설사 비리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님은 세상이 아는 일이다. 심지어 조폭과 연루된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건설사들이 자행해온 횡포 가운데엔 조폭을 닮은 행태도 종종 눈에 띈다. 하청업체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는 관행처럼 상존해 왔다. 이번 주차장 건설 시공에서 철근을 빼돌려 무너진 ‘순살 아파트’ 사례는 하청업체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의 예견된 결과다. 고통은 고스란히 입주민들 몫이다.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입주를 20여 일 앞두고 새 아파트 현관문 양 옆 네 곳 벽에 <쇠막대 유치권>을 행사한 IS 동서 (출처 : <에일린의 뜰> 재개발 조합 측 제공) 쇠막대를 용접해 박음으로써 유치권을 행사한 건설사의 행태가 매우 폭력적이다.
입주를 20여 일 앞두고 새 아파트 현관문 양 옆 네 곳 벽에 <쇠막대 유치권>을 행사한 IS 동서 (출처 : <에일린의 뜰> 재개발 조합 측 제공) 쇠막대를 용접해 박음으로써 유치권을 행사한 건설사의 행태가 매우 폭력적이다.

문제는 건설사 비리가 하청업체 건설사에 대해서만 자행되는 게 아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할 입주민들에게도 종종 자행되는 풍경이다. 바로 쇠막대로 용접한 철봉을 아파트 현관문에 박아유치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아예 입주를 원천봉쇄하는 가히 폭력적인 방식이다. 건설업계 오랜 관행처럼 알려진 사실이지만 명백히 건설사의 횡포이자 ‘건폭’ 그 자체다.

이러한 건설사 횡포에 대해 공공기관은 왜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는지 의아스럽다. 평소 대통령의 주장대로 이해당사자 간 ‘시장의 원리’에 내맡기자는 신념인지 알 수가 없다. 만일 그렇다면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색해진다.

<집 = 주거권 =인권>을 외치며 길거리로 나앉은 입주민이 건설사를 향해 분노하는 1인 시위 장면(출처 : <에일린의 뜰> 조합 제공)
<집 = 주거권 =인권>을 외치며 길거리로 나앉은 입주민이 건설사를 향해 분노하는 1인 시위 장면(출처 : <에일린의 뜰> 조합 제공)

모든 국민은 안전하게 거주할 권리가 있다. 우리 헌법에 명기된 사회권적 기본권이자 국가의 책무로 규정한 조항이다. 그렇다면 건설사가 “자체 검증했다”며 일방적으로 추가공사비를 요구한 데서 비롯된 분쟁은 어떻게 처리하는 게 옳을까?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라면 그런 분쟁은 입주 후, 한국부동산원 등 공적 기구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다. 공적 기구의 판단을 수용할 수 없다면 마지막 법원을 통해 법적 판단을 받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건설사는 유치권을 전격 행사함으로써 입주를 앞둔 입주민의 급박한 처지를 악용해 곧장 공사비를 회수하려고 막장으로 치달았다. 새 아파트에 쇠막대를 박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건설사는 바로 쇠막대를 자진 철거했다.

<쇠막대 유치권> 만행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건설사는 보도 직후 자진 철거했다. 그러나 구멍이 뚫린  모습은 그대로 입주민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출처 : <에일린의 뜰> 조합 제공)
<쇠막대 유치권> 만행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건설사는 보도 직후 자진 철거했다. 그러나 구멍이 뚫린 모습은 그대로 입주민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출처 : <에일린의 뜰> 조합 제공)

이런 행태는 유치권이라는 합법 수단을 가장한 또 다른 건설사 횡포이자 건설사 비리다. 당장 입주 며칠을 앞두고 건설사가 저지르는 유치권 행사라는 만행 앞에 왜 구청은, 시청은, 국토교통부는, 대통령은 모르쇠로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주거권을 박탈당한 채 거리에 나앉게 된 수백 세대 입주민들이 처한 현실이 ‘정상’이라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건설사 비리 척결은 건설사의 폭력적인 유치권 행사 관행부터 바로잡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게 대통령의 표현대로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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