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가얼 야생마

오늘 일정은 준가얼 분지의 동북단 푸온(富蘊)현에서 서쪽으로 이동 뿌얼진(布爾津,포이진)까지 약 420Km 입니다. 이곳 준가얼분지에는 준가얼 야생마가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고 있습니다. 6,000만 년 전의 원시말에 가장 가깝다고 합니다.

준가얼 야생마는 원래 이곳과 몽고 서부에서 서식을 하였는데 서방에 알려진 계기는 1878년 러시아 장교이며 탐험가였던 푸러와얼스키(普熱瓦爾斯基.보열와이사기)씨가 탐험대를 끌고 3차례 준가얼분지를 탐험하며 야생마를 나포, 채집해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명이 푸러와얼스키馬, 줄여서 푸쓰마(普氏馬,보씨마)라고 부릅니다.

실재로 1900년대 이 지역의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순수한 야생마는 자취를 감추었고, 가이드 표현에 의하면 서양에서는 종마가 돈이 되니까, 러시아 푸씨가 야생마를 마구 잡아다가 영국 독일 등에 팔아먹고 멸종이 되었다고 합니다. 현지인들도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잡아다 주었을 테니까요.

몽골에 여행을 갔을 때 들은 여담입니다. 몽골과 국교가 열리면서 수도 울란바토르 지역으로 많은 한국 사람들이 들어갔지요. 그 중에는 건설업체들도 들어가면서 한국 직원들이 파견되어 갔습니다. 개고기가 먹고 싶었던 한국인이 현지 꼬마에게 개를 잡아오면 돈을 주겠다고 하였답니다. 설마하고 어떤 꼬마가 정말 개를 한 마리 잡아서 가져다주자 이 사람이 미화 1불을 주었답니다. 그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꼬마들이 개를 잡아와서 돈을 달라고 해 엄청 난처했었다고.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1986년 중국정부차원에서 ‘야생마 고향으로(野馬還鄕.야마환향)'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영국, 미국, 독일 등에서 푸씨종마 18필을 들여와 이 곳 준가얼 야생공원에서 원시상태로 키우고 있습니다. 현재 197마리가 끝없이 넓은 이곳 분지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아주 먼 곳에서 몇 마리의 말이 보여도 야생마인지 집에서 기르는 말인지 분간도 안 되고,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아서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을 올립니다.

말은 특히 겁이 많은 동물이라고 합니다. 풀을 뜯어먹으면서도 항상 경계를 하면서 도망갈 준비를 한다고. 그래서 야생으로 몇 천만년 진화를 하다 보니 눈은 점점 위로 올라붙고, 춥고 풍족하지 못한 환경에 적응하느라 개량마에 비해 현저히 못생긴 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구력과 힘은 엄청나다고 합니다.

▲ 준가얼 야생마. 출처:TwWiki

야생마는 우두머리 한 마리가 2-3마리의 암말을 거느리며, 수컷이 태어나 커지면 무리에서 쫓아낸다고 합니다. 암말도 커지면 쫓아내는데, 암말은 혼자서 생존을 못하기 때문에 짝을 짓게 된다고 하네요.

▲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에서 야생마를 열심히 찾았지만 결국 카메라에 담지는 못하고, 대신 생각지 못한 쌍봉낙타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기에 담았습니다

일정 중에 ‘커커수리(可可蘇里,가가소리) 호수’와 ‘어얼지스허(額爾濟斯河,액이제사하) 대협곡’이 있기에 꽤 기대를 했습니다. 중국은 땅이 넓다보니 웬만한 호수는 그냥 바다라고 생각이 들지요.

또한 이름을 보니 그냥 협곡이 아니라 하천과 대협곡이 함께 눈에 선하게 들어옵니다. 오래 전 황산의 서해대협곡을 하루 종일 걸었던 그 감동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거기다 강물까지 흐르면 금상첨화!

▲ 커커수리(可可蘇里,가가소리) 호수

중국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대부분 땅 넓고, 사람 많고, 역사도 깊고......더하여 빼놓을 수 없는 그들의 특질. ‘뻥‘도 세계 제일!

중국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선 이태백이 쓴 '望廬山瀑布(망여산폭포)'라는 시가 있는데,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시라서 누구나 외우고 있지요. 그중에 飛流直下三千尺(비류직하삼천척)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앞 구절에는 ‘폭포가 마치 강을 하늘에 메달아 놓은 듯 하고, 삼천 척을 수직으로 날아 내린다.’ 이어서 ‘마치 구천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지는 것 같다.’고 읊은 시입니다.

여산폭포를 가 본 적이 없기에 눈 아프게 검색을 해도 어디에도 실제 폭포의 높이는 안 나오고, 모두가 ‘과장법을 사용했다‘거나 ’폭포가 떨어지는 기세를 표현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자료를 뒤지다보니 여산폭포에 관광을 다녀온 아내가 쓴 댓글이 눈에 띄어 번역합니다. “이백의 가슴 뛰게 했던 여산폭포를 보려고 숨 가쁘게 달려왔더니, 우리 집 앞 어디를 봐도 이보다 훨씬 좋단다. 더 열 받는 건 입장료에 여산 180리 입장료를 포함시키지 않아서, 일인당 75위엔(뚜껑 열림)을 또 내야 했다. 남편 왈, 이백이란 놈이 분명 술에 취해서 시를 쓰는 바람에 우리 모두를 바보로 만들었다.(75위엔=12,500원)”

천하제일은 전 세계에 하나여야 하는데 중국 곳곳에는 천하제일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들은 나름 호방하다고 표현하는데 제 기준으로는 다 ‘뻥‘이지요. 그래서 덜 기분 나쁘려면 이해를 하는 수밖에요.

사진에는 크게 나왔지만 호수라고 하기엔 좀 민망하고, 좀 큰 저수지에 갈대밭, 그리고 이동가옥 한 채가 전부였습니다. 아마도 평생 큰 강이나 바다를 보지 못해서 그러려니 하고 봤습니다.

▲ 어얼지스허(額爾濟斯河,액이제사하) 대협곡

그냥 협곡도 아니고 대협곡입니다. 이름만 보면 ‘강’과 ‘그랜드 캐년’이 함께합니다. 이 사진으로만 보면 그 규모를 잘 모르시겠죠?

유목민이 양 떼와 소를 몰고 길을 점령하였습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저 꽁무니를 따라 얼마나 걸릴지 모를 여정을 진행해야만 합니다. 좌측으로 보이는 저 강이 어얼지스하입니다. 무슨 협곡(요즘 말로 어이상실)? 개울보다는 큰가요?

이동 중에 여러 번 양 떼를 만났습니다. 상단 그림처럼 반대로 오는 차도 한 쪽에서 대기를 하다가 양 떼도 지나고, 우리 차도 지난 다음에 진행을 해야 합니다. 양 떼도 지나고, 소 떼도 지나고, 말, 낙타도 지나갑니다. 이 짐승들은 지나면서 소변 대변 안 가리지요. 그냥 길에다 쌉니다. 많이도 쌉니다. 중간 중간에 동일한 복장을 하고, 편평한 삽과 빗자루를 든 미화원(여성만 보였음. 혹시 남자들은 덜 깔끔해서 그런가? 게을러서 그런가? 여자들한테 힘든 일시키고, 지들은 말 타고 뒤에서 양 떼나 몰고!)들이 즉시 변을 수거해서 휴대용 봉투에 담습니다.

유목민은 초원을 따라 이동을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이동 가옥을 중국인들은 흔히 몽꾸빠오(蒙古包,몽고포)라고 부릅니다. 텐트를 의미합니다. 실제로 몽골에서는 이 텐트를 ‘게르’라고 부르는데, 보기에는 유사해도 다릅니다. 게르는 옆에 창문이 있고, 사진의 텐트는 카자흐족 유목민 이동가옥입니다. 창문 대신 지붕 꼭대기를 개폐하게 되어있지요. 이들은 일 년에 백여 차례 이상 이동을 한다고 합니다.

일정 중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본 바위입니다. 한자로는 神鐘山(신종산)! 또 ‘아미얼사라펑(阿米爾薩拉峰,아미이살랍봉)’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산도 아니고 봉우리도 아니고, 그냥 바위 아닌가요? 울산암에 비교하면 조족지혈이고, 그냥 종처럼 생긴 바위입니다.

편집 : 안지애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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