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진설계

지진과 태풍에 관한 제 경험은 ‘대만 이야기 21 지진과 태풍’에서 이미 했습니다.

2월 6일 밤 11:50(대만 시간) 대만 화련에서 진도 6.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2월 10일 현재까지 16명이 사망했고 290여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지금도 구조활동은 계속되고 있으므로 인명피해는 더 증가할 수 있습니다.

▲ 화련에서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 단체 대화방에는 대만의 무사함을 비는 많은 글과 사진들이 올라왔습니다. ‘화련을 위해 기원합니다. 하늘이시여 대만을 보우하소서!’

고국의 많은 친지들이 저를 염려해주셨습니다. 걱정이 크실까봐 이젠 안심하시라고 이 글을 씁니다. 아울러 대만에 여행을 계획하신 분들께서는 지진때문에 여행을 취소하거나 주저마시길 바랍니다. 그런 저의 마음도 함께 전합니다.

대만에서 큰 지진의 첫 경험은 1984년에서 85년 사이의 겨울입니다. 당시 2층에 살았는데 많이 놀랐지요. 타이베이 중심 상가지역에서 면적이 꽤 넓은 빌딩 2층이 뒤틀렸습니다. 신문과 TV 보도도 많았지요.

지진이 일어나면 주로 횡압력이 발생합니다. 옆으로 흔들리지요. 육중한 건물은 그대로 있으려고 하는 관성이 작용하는데, 지진이 횡으로 진동하면 1-2층에서 뒤틀림이 더 크게 발생합니다.

건축 관련지식이 부족합니다만, 벽돌이나 돌로 지은 조적조 건축물은 지진에 아주 취약하지요. 위에서 누르는 중하중에는 강하지만 측면에서 가해지는 지진에는 취약하여 와그르르 무너집니다. 비용이 저렴하여 낮은 건물에 많이 사용하는데 지진이 일어나면 많은 사상자를 내지요.

대만이야기 21에서 언급을 한 바와 같이 ‘921대지진’이 1999년에 발생했습니다. 이 대지진이후로 대만에서는 모든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그래서 20년 전 건물과 그 이후 지어진 건물에는 내진 규정의 차이가 많지요.

이번 지진에서 윈췌이(雲翠,운취)빌딩이 기울면서 4층이 지상으로 내려 앉았습니다. 나머지 층들은 그대로 기울어진 채 있고요. 이 건물도 40년이 넘은 건물입니다. 그리고 2년 전, 신기하게도 같은 날인 2월 6일 제가 살고 있는 타이난에서 4동의 건물이 무너지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을 했습니다. 그 건물은 지은 지가 20년이 넘기도 했지만 건축업자의 부도로 인한 부실시공이 주요 원인이었지요. 그 글을 쓴지 2년 후, 공교롭게도 같은 날인 2월 6일 지진이 또 발생한 것입니다.

2년 전 지진이 일어났을 때 지금 제가 입주해 살고 있는 건물의 뼈대가 거의 다 올라간 상태였습니다. 걱정도 되고 긴장도 되어 현장에 와서 공사 담당자에게 물어봤더니 걱정 말라고 하더군요. 리히터기준 8도의 지진에도 안전하게 설계되었다고 해서, 현재 믿고 살고 있습니다.

처음 이 집을 계약할 때 현장에서는 굴착기로 기초공사 중이었고, 그 이후 몇 달이 지나고 나서 현장을 둘러봐도 지상으로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작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달콤한 잠을 이루지도 못했습니다. 혹시 건설업자가 부도를 내거나 계약금을 들고 튀지는 않았을까라는 걱정도 했었고요.

그렇게 잠을 설치고 나면 뭔가 핑계를 대고 현장 사무실에 들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공사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물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 때마다 매번 주차장 공사 중이라는 이야기만 1년 넘게 들었습니다. 지하 4층에서 지하 1층 주차공간을 다 짓고, 지상으로 철근이 모습을 보이기까지 1년 반이나 걸리더군요.

지상 건물은 난방을 하지 않기에 난방 배관이 없습니다. 이 곳에서는 실내바닥을 타일시공하고, 주방과 화장실 설치만 한 후, 벽과 천장은 수성페인트로 마무리 합니다. 아주 간단하지요. 그런데도 지하 4층, 지상 14층 건물을 짓는데 3년이 넘어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기다리다 지쳐서 마무리도 안 된 집에 실내공사를 우선 신청하고 준공 전에 들어와 살았습니다.

한국에서는 공사 시작도 안하고 펜스만 치고 아파트 분양을 해서 2년 안에 입주가 끝나지요. 공장에서 기둥이나 대들보 벽을 다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입니다. 일주일이면 한 층씩 올라가더군요. 건설 회사나 입주자나 오래 못 기다립니다. 사생결단 빨리빨리 해야 능력이고 돈이 되지요. 내부는 도배 깔끔하게 하고 당장 살고 싶게 인테리어를 잘 합니다.

암반위에 건물을 지으면 퇴적층에 짓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건물을 짓고자 하는 곳은 넓은 개활지이지요. 그래서 지진이 발생하는 곳에서는 기초공사도 튼튼하게 하고 내진 설계를 합니다.

내진설계는 철근을 좀 더 촘촘하게 넣어 구조물이 지진 피해를 입더라도 내부의 붕괴를 막아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입니다. 이번에 지진에 무너진 윈췌이 빌딩도 1층에서 3층이 옆으로 기울며 주저앉았고 지하나 4층 이상은 붕괴되지 않았습니다.

▲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상 1,2,3층이 주저앉고 기울면서 4층이 지면에 닿았습니다.

다음으로 제진 설계가 있습니다. 100층이 넘는 대부분의 빌딩에 적용이 된다고 하네요.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에 횡압력이 작용하는데, 압력이 우측으로 작용하면 건물은 왼쪽으로 흔들립니다. 이때 건물 상층부에 매달린 추를 반대로 움직이게 하여 건물의 흔들림을 상쇄시키지요. 타이베이 101 건물이 바로 이 설계를 한 대표적인 건물입니다.

마지막으로 면진설계가 있습니다. 이 설계는 지반과 건물사이를 띄워 횡압력이 건물에 가해지지 않게 하는 방법입니다. 최근에 일본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반과 건물 기초 사이에 특수 고무나 베어링 등을 이용해서 지반에 전후좌우압력이 가해져도 건물에는 그 압력이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요사이 유행하는 필로티 구조도 사실은 지진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일종의 면진 개념입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1층 필로티 즉 기둥이 손상을 입어도 그 위층 건물은 안전을 확보하려는 공법이지요.

▲ 제가 사는 주변에서 현재 공사중입니다. 내력벽과 기둥이 엄청 두껍습니다. 여기까지 거의 두 달 걸린 듯합니다.

최근 주변에서 약 50평 정도로 보이는 조그만 건물을 짓느라 땅을 파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일정 깊이로 파더니 어느 날인가 레미콘 차가 와서 콘크리트를 쏟아 붓고 평평하게 다지더군요. 아마도 암반처럼 기초를 다지는 모습 같았습니다. 또 한 열흘 이상 지났을까? 인부들이 바닥 전체를 촘촘하고 두텁게 철근을 깔고 이어서 철근기둥도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바닥 철근이 다 덮이도록 콘크리트를 시공했습니다. 또 날짜가 얼마나 지났는지 잊을 만하니까 기둥과 벽에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 작업을 하였습니다. 기둥과 바닥 그리고 천정과 벽이 철근콘크리트 일체형 프레임 구조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강화된 내진 기준에 맞춘 건축물이라 매우 안전해 보였습니다.

아직 대만에는 20년 이상 된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최근과 같은 지진으로 사상자가 또 발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지진 전문가들은 30~35년 주기로 큰 지진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저는 최근 3년간, 매년 2월경에 큰 규모의 지진을 한 차례씩 경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이 밖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위험한 곳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만으로 여행 많이 오십시요.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donghokim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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