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Bill Douglas의 곡을 소개하면서 Bill과 클라리넷주자 Richard Stoltzman이 연주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올린 적이 있다. 도대체 두 사람이 유재하를 어떻게 알았을까? 무척 궁금한데 어디가도 알 수 있는 정보가 없다.

2007년 <경향신문>과 음악 웹진 <가슴네트워크>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음반을 발표했는데 1위는 들국화의 <행진>, 2위는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3위는 김민기의 <김민기 1집>이다. 

▲ 출처 : 2009년 11월 4일 한겨레신문

유재하(1962~1987)는 25살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래서 앨범도 <사랑하기 때문에> 하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유재하를 천재음악가라 한다. 그는 앨범을 내면서 노래, 작곡, 작사, 편곡, 연주까지 혼자 다 맡아 했다. 이를 '셀프 프로듀싱(self producing)'이라 하는데, <사랑하기 때문에>는 국내 대중음악 최초 ‘셀프 프로듀싱’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유재하는 가창력이 그리 뛰어나진 못하다. 노래를 읊듯이 슬슬 부른다. 성량이 풍부하지 않다 보니 어떤 때는 살짝 삑사리가 날 것만 같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중독이 되어 자꾸 듣게 된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아마도 편안해서 그렇지 않나 싶다. '가리워진 길'과 '우울한 편지'는 가수가 아닌 보통 사람처럼 가장 힘을 빼고 편안하게 부르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유재하 곡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가사다. 모든 곡이 한 여인을 향한 마음을 담아 쓴 가사라 그런지 얼마나 절절하고 애틋한지... 수줍은 청년의 진심이 오롯이 담겨진 가사는, 창가에 서서 말로는 못하고 노래로 사랑을 고백하는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축축 늘어지는 곡이면서도 아름다운 가사로 꾸며진 참으로 희한한 매력을 지닌 곡이다.

 

아름다운 가사라고 하면 ‘그대 내 품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은은하고 달콤한 '그대 내 품에'를 허스키한 목소리로 호소하듯, 폭발하듯 부른 가수가 있다. 바로 하동균(1980~)이다. 그는 이 곡을 독특한 음색과 풍부한 성량으로 완전히 다른 곡으로 만들었다. 

6년 만에 TV에 나올 정도로 은둔 생활을 했던 하동균이 부르는 들국화의 '사랑한 후에'는 그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가사는 마치 고독한 자신을 들여다보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 같다. 그는 가사에 푹 빠져서 그동안 힘들었던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듯 노래한다.

 

마지막으로 하동균과 김필이 부르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소개한다. 이 곡은 원래 양희은 곡이다. 양희은도 참 애절하게 불렀는데 두 남자가 사랑의 쓸쓸함을 어떻게 그렇게 찰지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듣고 또 듣고 하루 종일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코로나로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집콕만 하는 요즘... 시간에 여유가 있어 예전에 좋아했던 이런 저런 곡을 찾아서 듣게 된다. 그 때 음악은 나를 그 시절로 이끈다. 그 푸른 시절에 나에게 일어났던 여러 일들.... 이제 돌아보니 다 아름답게 느껴진다. 코로나 덕이라고나 할까? 

 

편집 : 박효삼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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