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 대령

앤디 비슈어 주지사
앤디 비슈어 주지사

주지사가 상을 주었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미국에 간지 1년 이제 조금 넘었을 뿐인데 주지사가 상을 줬다고?’ 네. 맞습니다. 상 받았습니다. 아니 한국에 있을 때는 아파트 동 대표가 주는 상도 못 받아 본 제가 무슨 주지사의 상이라니요. 네. 사실은 제가 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 렉싱턴 라디오 통역팀이 받았답니다. 

올해 미국에서 코로나가 심해지기 시작하며 켄터키 주지사 앤디비슈어는 켄터키 주민들에게 매일같이 현 코로나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했답니다. 코로나가 너무 갑작스레 많은 생명을 뺏어가고 학교와 공원, 놀이터 등 공공장소를 닫으며 어린이들에게 코로나 상황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하기도 했지요. 한국에서도 정은경 본부장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질의 문답 기자회견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켄터키의 경우 어린이들이 어른들에게 코로나에 대해 물어볼 경우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상황극 형식으로 어린이 대상 코로나 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상황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다가 나빠지기도 했고, 사람들은 락다운을 잘 지키다가 너무 길어진 락다운에 좌절하고 지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켄터키 렉싱턴 파예트 카운티 통역 봉사를 하시는 은정언니가 효진이와 주지사 코로나 브리핑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녹음해 렉싱턴 라디오에 올린다고 말씀해주셔서 저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주말 빼고 매일 브리핑이 있었지만 이제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브리핑이 있답니다. 시작할 때는 분량도 많고 버거웠지만 이제는 세명이 나눠서 하니 부담도 없습니다. 저희는 영어브리핑을 한국어로 번역해 올리는데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자원봉사자들도 많답니다.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등 많은 나라의 자원봉사자들이 브리핑을 번역하고 녹음한 후 렉싱턴 라디오 담당자에게 보내면 렉싱턴 라디오에서는 그걸 라디오앱으로 들을 수 있게 해놓았지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할 수 있는 일이라 시작했는데,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갈수록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지고 마음도 무거워졌습니다. 처음에는 ‘내 목소리를 아는 사람이 안들었으면 좋겠다.’, ‘과연 이 방송을 한국 사람들이 들어줄까?’, ‘켄터키 주지사의 브리핑이 한국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등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켄터키 교민분들이 브리핑을 들으면 내가 사는 사회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켄터키 주지사 브리핑은 켄터키 주의 코로나 상황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금 보조나 세금 혜택 등 다양한 소식을 전해주니 영어가 불편한 교민들은 지역사회의 소식을 좀 더 편하게 알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켄터키 커넬 할란드 데이비드 샌더스 KFC 할아버지
켄터키 커넬 할란드 데이비드 샌더스 KFC 할아버지

지난 9월 21일 우리 팀이 상을 받았다는 메일이 왔답니다. ‘언어의 친구(Amici linguarum award; 세계 언어 교육에 직접은 관여하지 않았으나 공헌한 개인 또는 조직에 주는 상)’상이었는데, 상의 진정한 의미도 생각하지 못한 채, ‘상 이름이 참 예쁘네.’, 하고 지나갔답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은 영문기사지만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https://radiolex.us/amici-linguarum-award/) 그런데 ,지난주 11월 2일 켄터키 주지사 앤디 비슈어 비서실로부터 우리팀 전체 메일을 통해 우리가 켄터키 대령(Kentucky Colonel)으로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별 생각 없이 켄터키 커넬이 뭔가 찾아보았더니 주지사가 임명하는 명예 대령 작위 같은 거라고 합니다. 오버하자면 영국여왕이 주는 기사 작위같은 거지요(저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동 대표가 줘도 그렇게 생각할 듯하네요 ^^). 보통 켄터키 지역사회에 이바지한 사람들에게 주지사가 수여하는 상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사람중에 켄터키 커넬 작위를 받은 사람도 있답니다. 이름은 잘 모를 수 있지만 KFC의 창시자인 할란드 데이비드 샌더스(Harland David Sanders)가 이 작위를 수여받아 커넬 할란드 데이비드 샌더스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켄터키처럼 커넬을 수여하는 주는 테네시, 미시시피, 사우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 뉴 멕시코, 노스 다코타, 앨라배마 등이 있습니다. 텍사스도 한때 명예작위를 수여했지만 지금은 텍사스 해군 제독의 명예를 수여한다고 합니다. 

앤디 비슈어 주지사의 친필 사인이 담긴 켄터키 커넬 증명서
앤디 비슈어 주지사의 친필 사인이 담긴 켄터키 커넬 증명서

 

사실,  켄터키 커넬이 되었다고 해서 주는 상품이나 혜택 같은 것은 없지만  명예직이라도 기분이 좋아서 친구 서넛에게 자랑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한겨레온 통신원님들과 편집위원님들은 매일같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시는데 제가 자격없이 받은 것 같아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에 소심해지고 소식을 남기기 조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소식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사회를 위해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고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여기 선생님들께 많이 배워서겠지요.

이번 상으로 이 사회를 위해 일하는 것은 국적과 상관없이 인류를 위해 하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한겨레온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사회를 위해 일해야겠다는 것을 생각해보며 언니가 부끄러워 하겠지만 그저께 올라온 은정 언니의 방송분과 전 세계 방송 링크 올려봅니다.  (링크 클릭이 안되시면 복사해서 새창에 붙이셔서 들어보세요.) 

이만  안대령이었습니다! 

Multilingual: https://soundcloud.com/radiolex/multilingual-gov-beshears-daily-covid19-november-5-2020

Bosnian: https://soundcloud.com/radiolex/bosnian-gov-beshears-daily-covid19-november-5-2020

Chinese: https://soundcloud.com/radiolex/chinese-gov-beshears-daily-covid19-november-5-2020

English: https://soundcloud.com/radiolex/english-gov-beshears-daily-covid19-november-5-2020

French: https://soundcloud.com/radiolex/french-gov-beshears-daily-covid19-november-5-2020

Japanese: https://soundcloud.com/radiolex/japanese-gov-beshears-daily-covid19-november-5-2020

Korean: https://soundcloud.com/radiolex/korean-gov-beshears-daily-covid19-november-5-2020

Persian: https://soundcloud.com/radiolex/persian-gov-beshears-daily-covid19-november-5-2020

Russian: https://soundcloud.com/radiolex/russian-gov-beshears-daily-covid19-november-5-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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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안지애 객원편집위원  phoenic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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