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김상남 님의 부친 고 김정동 님의 사연/ 필명 김자현

 고 김정동 님의 아내 고 하명선 여사
 고 김정동 님의 아내 고 하명선 여사

 

내 아내 하명선에게~


광양과 우두리 오가던 매일선 뱃길 위에서
사랑과 꿈으로 너와 나 깍지를 꼈지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리던
우리의 꿈 우리의 미래, 누가 통째로 삼켜버렸나!


여기 묻혔으니 전해 달라고
바람에 매달리고 구름에 발을 걸어 외친 세월 74년
구름은 귀머거리 나라는 청맹과니
이승과 저승이 달라 뭇소리 삼도천 빗겨 가지만
딸을 망친 원수의 자식!
당신의 어머니, 내 아들 상남이만 보면
저주에 찬 말씀 뇌까릴 때마다 뼈마디 끊어지는 아픔 속에서
숲이 떨고
당산나무조차 떨며 울던 것을 나는 보았네


나를 사뭇 따르던 마을의 이쁜 누이야!
정겹게 내 입술에서 불려 나오던 나의 명선아-!
첫애를 낳고
내가 사다 잡아 준 숭어를 먹고
부탁한 아들
상남이를 낳았구나!

 

차마 나는 이승을 떠났더구나
금 편 같은 내 아들 볼 수도 없이 누가 내 눈에 총알을 박았더냐
누가 내 아내에게

삼천 마디 끊어지는 아픔을 총 개머리판에 새겼더냐

 

동학군 핏자국 마르기도 전
1948년 10월 어느 날
남도 땅 여수 순천 골짜기마다 피 개울 되었네
세 세 년 년마다
역사의 갈피마다 어디서 어떻게 죽어 묻혔는지
나 김정동, 이름을 불러 다오
나도 모르는 죄, 국가가 뒤집어씌운 무서운 흑두건 벗겨다오
나도 모르는 새 빨갱이가 되버린 내 이름에
누가 빨간딱지를 떼어 주리오
내 이름 석 자 넣어 노래 한마디
눈 감지 못한 내 絶命을 누가 불러주오!


*.희생자 : 여순항쟁 서울 유족회 사무국장이신 김상남 님의 부친 고 김정동 님으로 전남 여수 교동 813번지가 고향이시다. 유족으로 아들 김상남 님과 따님 김선애 님이 살아 계시다. 어머니는 진주 하 씨의 하명선 씨로 잘못 기재된 호적으로 인해 92세로 돌아가시는 날까지 호적상 미혼으로 사시다 돌아가셨다.

1948년 10월 19일, 여순항쟁 발발 며칠 후, 운평(이름 정확지 않음)으로 불리는 분이 밤중에 불러내어 나가신 후 행방을 찾을 길이 없었다고 한다. 고 김정동 님의 아내 하명선 씨를 비롯해 가족들이 시신이라도 찾으려고 산지사방으로 헤매었으나 찾지 못하셨다. 소문으로 들리는 학살터, 웅덩이, 암매장터, 등등 수개월을 찾아다녔다. 어떤 이는 애기 섬에 수장되었다고 귀띔하지만 어떤 말이 맞는지도 모르고 끝내는 시신을 찾을 수 없었다. 불려 나가셨던 그 밤, 음력 9월 24일로 제사를 올리고 있다.

 

유족이신 아드님 김상남 님.
유족이신 아드님 김상남 님.

 *. 바람만 불어도 임이 오시는지, 겨울밤 낙엽만 굴러도 이제 돌아오시는지
     끝내 받아들일 수 없는 세월, 2만 7천여 일!
     부르다가 울다가 문을 열어보다가, 부르다가 울다가 달려 나가다가 당도한 74주기!
     썩지 않는 기억의 강물, 삭지 않는 가슴에 맺힌 피멍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장 

 

 

김승원 주주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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