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씨의 증언 - 유족 김일수 님 댁 사연 / 필명 김자현

허 씨의 증언!  (희생자 고 김영도 님의 사연)

희생되신 고 김영도 님의 초상화
희생되신 고 김영도 님의 초상화

나도 30이 안 되는 청춘이었지라
73세 유복자 김일수의 아버지, 김영도는 당시 26세여
똘똘한 사람이었지 1949년 12월 27일
여순 항쟁 발발 1년여가 지나고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순천시 서면 지서로 나도 같이 연행당했소
다음 날 지서에서 조금 떨어진 골짜기로
30여 나문 사람들 함께 끌려갔지
그렇게 여러 명인데 왜 항거하지 않았느냐고
당장 총구멍이 불을 뿜을 것인디
그때 그 자리에 있어 보질 않았으문 말을 말더라고
일제 36년에 길들은 사람들은
굴비처럼 포승에 묶여 질질 끌려갈 때 벌써
진액을 빨린 것처럼
영혼이 자지러져 숨소리도 낼 낼 수 없었어

외세에 유린당한 강토에서 집총한
한국산 노예 순사들 한동안 콩 볶듯 총소리
온 삼라만상이 꼿꼿이 선 서릿발 위에
시퍼런 청춘의 격정이 거세되는 밤
삼십 명의 날카로운 비명 삼천 옥타브로 하늘에 박히고
개개의 찬란한 존엄이 이유를 모르고 살해되었네
시뻘겋게 피로 물든 역사는

영문도 모른 채
무심천 따라 흘러가고 현수막 광목천에서 74년이 흘러갔네

반만년 역사의 무궁한 숲에
여 순 항쟁, 48, 49년 연대기에는 뭐라 적혀있던가?
개 짖는 소리도 자취를 감춘
질식당한 양민의 마을에 일찍이
보도연맹 들라 해서 들었고 나가라 해서 나갔소
찬연히 빛날 미래의 희열
산산이 부서진 산하에서 혼자 살아나온 피투성이 기억
어디서 씻어야 할까? 보성강에서 씻어야 할까? 섬진강에서 씻어야 할까?
도저히 썩지 않는 가슴에 드리운 참살
망각의 강 어디 있소 사공 할배 나 좀 건네주오!

희생자- 유족 김일수 님의 부친으로 당시 26세의 고 김영도 님의 사연이다. 유족 김일수 님은 유복자로 어머니는 김석암, 덕암동 분으로 순천시 금곡동 209번지로 시집오셨다. 1949년 12월 27일, 여 순 항쟁 발발 1년여가 지난 후 순천 서면 지서로 연행당하시었다. 30여 분이 포승에 묶여 가까운 골짜기로 끌려가 함께 총살당하신다. 당시 어머니는  23세로  혼자되어 42세에 요절하시고 함께 학살당했던 허진구 씨가 살아 나와 증언하신 내용이다. 

 

* 그를 토대로 시라고 지어보았으나 만분의 일이라도 위령이 될지

   유족의 마음에 털끝만한 해원이 일어날 수 있을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사진은 유족으로부터 제공 받았음.                                       

편집  :  

김승원 주주  heajoe@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