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불행한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비록 입법 사법 행정부가 있고, 치안과 국방 외교권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이 견지하는 ‘하나의 중국’으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가 대만을 나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연환경도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크고 작은 지진이 1년에 200여 차례가 있고, 태풍 또한 거르는 해가 없습니다. 평균 20여 차례 태풍의 영향을 받지요. 다행스럽게도 대부분 가정에선 난방을 하지 않고 지냅니다. 반대로 에어컨 없이는 못 사는 곳이 대만이기도 해서 여름 전력 소모량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쪽에서 자주 중국의 대만 침략설을 언급하지만, 대만인들은 걱정하는 눈치가 없습니다. 대만 국방력에 대한 자신감도 있지만, 중국도 전쟁으로 인한 손해가 적지 않아서 절대로 전쟁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에 쓴 [대만이야기 133] 편에서 18년 만에 2022년 1인당 국민소득에서 한국을 역전했고, 일본도 앞질렀다는 글을 썼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앞으로 그 격차가 더 커질 거라고 예상합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대만은 정부의 입김이 기업 활동을 통제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정부나 권력의 특혜로 성장한 기업이 대만에는 없습니다. 각자의 능력과 결정으로 누구나 쉽게 사업을 하고, 그만큼 쉽게 경쟁에서 지면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중소업체들이 줄줄이 올라오고, 시장의 요구에 바로바로 대응합니다. 따라서 대만 사람들의 눈은 항상 해외로 향하고 그만큼 열려있지요. 그들은 잘 압니다. 태풍이나 지진을 국가가 어떻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위기에 각자 알아서 대응하고, 때로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도 하니까요.

반대로 한국은 갈수록 정경유착으로 기울어가고 있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무소불위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경쟁력을 잃은 사업이나 기업은 스스로 도태되는 것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들지요. 집값 때문에 나라 망한다고 난리를 치다가 지금은 반대로 건설경기 부양에 정부가 모든 빗장을 다 풀고 있습니다. 그 비용으로 건설업체는 덩치를 키우고 백성은 쪽박을 차겠지요. 또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고 엄청난 특혜를 주는 등, 모든 정책이 대기업 위주입니다. 결론적으로 그 혜택은 권력자와 기업이 가져가는 구조이고, 고통은 국민 몫입니다.

WBC(세계야구선수권대회)를 보면서 우리 야구가 우물 안에 갇혀있음을 알았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는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인 줄 모르고 살지요. 세상에 나와서도 우물 안에서 보고 경험하고 배운 지식이 전부인 줄 알고 살게 됩니다. 만약 운이 좋아 그 개구리가 선장이 된다면 자신의 지식과 경험으로 배를 몰아 대양을 항해하겠지요. 경험 없는 주정뱅이 선장이 폭풍우를 만나면 그 배는 어떻게 될 것인가?

누군가 그러더군요. 깡패와 깡패를 잡는 수사관의 사주팔자는 같다고. 검사나 깡패가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닌데 무슨 수로 그리 큰돈을 버는지? 한 줌도 안 되는 폭력배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면 결과는 불문가지. 머잖아 삼류국가 대한민국의 모습을 우리 대에 보게 될 것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역성장하는 동안 대만이 어떤 정책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되어 가는지 자료를 보여드리지요.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와 차별되는 대만의 카드는 상품권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역화폐와 같은 개념입니다. 한국에서는 포퓰리즘이라고 집단 매도하던 정책입니다.

출처 : Daily View
출처 : Daily View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국민당 보수정권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전 국민에게 1인당 3,600元(한화 약 15만원) 소비권(상품권)을 주었고, 그 상품권이 반복 사용되면서 상당한 효과를 봅니다. 약 2,312만 명이 받았고, 경제성장률을 0.28~0.43% 올렸다고 합니다.

2020년 팬데믹으로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자 진보당 출신의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에서 전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아, 1인당 현금 1000元(한화 약 4만원)을 내면 3,000元 상품권을 주어 사용하게 했습니다. 0.53%의 경제성장률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 효과가 좋아서 2021년에는 현금 1000元을 내면 다섯 배인 5,000元어치 상품권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는 아직 자료가 없지만 유효기간인 지난 봄까지 다 사용한 걸로 압니다.

배경사진은 대만 고액권인 1000元권 화폐. 들고 있는 것이 상품권 확대한  샘플입니다. 사진 : 쑤전창 행정원장 /행정원 제공
배경사진은 대만 고액권인 1000元권 화폐. 들고 있는 것이 상품권 확대한  샘플입니다. 사진 : 쑤전창 행정원장 /행정원 제공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 둘이 있는 선생님은 그 상품권을 합쳐 20000元(약 80만원)으로 공기청정기를 샀다고 하고, 친구는 모처럼 명품 골프웨어를 샀다고 자랑합니다. 경제 진작효과가 뛰어나다고 판단한 정부는 한 발 더 나가고 있습니다. 2022년 세액 흑자 일부를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겠다고 합니다. 그 세액의 80%는 기업에서 나왔는데, 그 돈을 골고루 나눠주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1인당 현금 6000元(약 24만원)을 준다고 했고, 보수당인 국민당은 오히려 10000元을 균등하게 나눠주자는 주장을 한다니 부럽기만 합니다. 기업들도 자기들이 생산한 물건을 더 많이 팔게 되니 선순환이 되어 반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3월 말쯤 확정이 되면 대만사람들은 또다시 작지만 확실한 행복(小確幸)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1인당 원화 약 25만 원이 마중물이 되어 대만 경제는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고, 한국은 그만큼 더 뒤쳐질 것입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키워드

#대만이야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