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일시 귀국했다가 외국인 입국이 막혔습니다. 지난해 2022년 3월 학생비자를 신청하여 대만에 입국하였지요. 6월 초까지 수업을 들었으니 무려 일 년 넘게 중국어 공부를 했습니다.

아들 둘이 어느정도 자라자 다시 대학원에 진학 최근에 석사학위를 딴 謝佳珍 선생(중앙)의 마지막 수업
아들 둘이 어느정도 자라자 다시 대학원에 진학 최근에 석사학위를 딴 謝佳珍 선생(중앙)의 마지막 수업

만 65세까지 어학원에 등록할 수 있으니 아마도 제가 최고령 수강생이었겠지요. 20대 때 어학원에서 8개월 공부하고 대학원에 들어갔었는데, 그보다 배 가까운 시간을 60 중반에 20대 젊은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배웠습니다.

뒷줄 왼쪽부터 베트남 文進(9월 대학원 진학), 본인, 미국 里博, 베트남 玄英(9월 대학 진학), 일본 由夏(謝佳珍 선생 마지막 수업)
뒷줄 왼쪽부터 베트남 文進(9월 대학원 진학), 본인, 미국 里博, 베트남 玄英(9월 대학 진학), 일본 由夏(謝佳珍 선생 마지막 수업)

외국인들이 중국어를 배우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성조입니다. 몇만 자가 된다는 모든 한자는 네 가지 성조 중 하나를 갖습니다. 어떤 글자는 쓰임에 따라 성조가 달라지고, 발음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동안 중국어 배운 지 수십 년이 되는데 사실 그 성조를 구분하지 못하고, 경험과 한자에 대한 지식으로 살았습니다. 시험 성적은 좋았지요. 문장 이해력과 듣기에는 지장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다 최근 수업 마치기 한 달 전쯤에 성조 구분을 못하겠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더군요. 만약 1년 전, 아니 몇 달 전에만 알았어도 중국어 발음이 훨씬 좋아졌을 거라는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도 1년여 고생한 덕분에 예전에는 어느 나라 화교인가요? 하다가, 요즘은 중국 사람인 줄 알았어요! 라고 합니다. 대만사람들보다 더 표준어 발음을 한다는 뜻이지요.

처음에는 국립 청꽁(成功)대학 어학원을 다니다 집에서 가까운 사립 쿤산커지(崑山科技)대학 어학원으로 옮겼습니다. 학비는 동일하고 학생이 적어 가족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저의 맞은 편이 어학원 원장 蔡美端 박사(특별 참석), 수업이 없음에도 일부러 환송연에 참가한 謝佳珍 선생, 마지막 수업을 진행한 安辛 선생(우측)
저의 맞은 편이 어학원 원장 蔡美端 박사(특별 참석), 수업이 없음에도 일부러 환송연에 참가한 謝佳珍 선생, 저의 마지막 수업을 진행한 安辛 선생(우측)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어학원 차이메이두안(蔡美端) 원장이 단체방에 올린 글입니다.

蔡美端

謝謝東浩兄 :
凝聚同窗情誼 ,為大家創造美好的回憶 !
也希望您多多關照崑山科大華語中心, 口耳相傳 ,推
薦外籍人士來崑山學習中文 ! 謝謝您。
祝福您 萬事如意平安喜樂o

(동호형 감사합니다.
동창이란 우정으로 맺어져 모두를 위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더불어 쿤산커지 대학교 어학원을 널리 알려주시어 외국인들이 쿤산대에 와서 중국어를 배울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고, 평안하고 즐거움이 함께하기를 축원합니다)

무슨 큰 영향력은 없지만 부탁을 받았으니 그동안의 정리와 여러 편의를 제공해 준 원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학교 사진과 이름을 공개합니다.

崑山科技(쿤산커지)大學. 주변에 산은 없고 바다를 매립한 간척지라고 합니다.
崑山科技(쿤산커지)大學. 주변에 산은 없고 바다를 매립한 간척지라고 합니다.
매일 자동차로 이동하여 동상이 누구인 줄 몰랐습니다.  전면 孫中山(손문), 뒤는 설립자인 듯
매일 자동차로 이동하여 동상이 누구인 줄 몰랐습니다.  전면 孫中山(손문), 뒤는 설립자인 듯

이번 학기를 마치며 저와 미국인 친구가 그만두면서 이 반은 사라집니다. 각기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는 두 베트남 친구와 일본인 由夏는 중급반으로 내려가서 한 학기 더 다닙니다. 5인 이하면 수강료가 비싸지니까요.

그동안 제가 마지막까지 함께 수업을 들었던 베트남, 일본, 미국 기타 타국 친구들을 보면서 느낀 점입니다.

베트남 젊은이들은 마치 우리나라 70, 80년대와 유사한 느낌이었습니다. 굉장히 열심히 살고 밖에 나가서 성공해야겠다는 열망이 강해 보였습니다. 베트남이 공산주의 국가이고 남북전쟁이 미국과의 전쟁이었다는 인식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중국에는 호의적이지만 미국에 대한 감정은 마치 우리가(일부 친일 세력 빼고) 일본을 생각하는 것과 같아 보입니다.

일본인 친구들은 80, 90년대 일본 호황기를 벗어나 30년 장기 불황기에 성장해서 그런지 변화나 열망 대신 그저 하루하루 순응하며 사는 무기력함이 보였습니다.

미국인 친구는 굉장히 독특했습니다. 미국이 가장 정의롭고 위대하다면서도 살기는 좋지 않은 나라라고 말 합니다. 里博라는 중국이름으로 불리는 이 친구는 콜로라도 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부모님과 함께 멕시코에서 산 경험이 있습니다. 대만에 와서 여러 날 아들과 함께 보낸 부모님은 이번에 미국에 돌아가면 짐을 정리해서 멕시코로 이주할 거라고 합니다. 가장 큰 문제가 의료서비스라고요. 미국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도 그 치료비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멕시코에서 더욱 좋은 서비스를 받고 비용도 적게 든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요가를 가르치는데 대만 여자 친구와 대만 동북 지역인 화련(花蓮)으로 이사 가서 살 거라고 했습니다. 그곳 공기가 대만 서쪽보다 좋다고요.

그 외에 오래전 나쁜 경험을 가지고 있던 인도네시아에서 온 젊은이들은 한참 성장하는 개도국 사람들의 자신감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독일과 네덜란드 친구들은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문화가 달라도 배려하는 마음이 보였습니다. 더욱이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 실력이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미국이 현재의 부채, 빈부격차, 국가 신용과 여러 정치경제 상황을 보아 10년 안에 가라앉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독일은 수십 년 더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대만에서는 지금 10년 안에 미 달러와 중국 위안화가 현재 1:7에서 1:1로 바뀔 수 있으니까 달러 처분하고 위안화로 갈아타라는 좀 황당할 수도 있는 동영상이 돌고 있답니다.

한국은 사상 초유의 장기 무역 적자로 큰 위기에 직면하였는데도,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일본에 올인하고 있지요. 지금은 빈부격차와 가계대출을 줄여 경기체력과 소비여력을 키워야 하는데도, 오로지 개인 빚으로 집값만 유지시키려는 정부를 보니, 30년 장기 불황의 일본 전철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각자 과감히 고정비 지출을 줄여야만 날개 없는 추락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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