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주기에 열어보는 역사의 봉분- 유족 송택주 님 댁 사연- 필명 김자현

계절의 축복 아니다, 목숨 꽃이다!

 

동백을 시작으로 봄이면

전주 최씨 집성촌에도 꽃잔치 흐드러지네

산동리 둔산 부락 완옥이 낭군은 누구인가

여산 송씨 집성촌 완주군 이서면 대표 청년 송정용!

백 조각 천 조각으로 부서져도

그 푸르디 푸른 기개와 기상 역사에 남으리!

 

 

낙엽 빠지는 숲을 걸어

인가로 다가오는 승냥이 발걸음 깊어가는 밤

소작인, 비참한 삶 통탄하여 잠 못 드는 사람 여기에 있네

황방산에서 모악산에서 김제평야 바라보며

또 하나의 외세, 심상찮은 점령군 

미군정의 폭압까지 나라 걱정에  하얗게 날을 밝히던 청년

삼례 소양 비봉을 돌며 대를 물리는 가난

문맹 퇴치를 위해 야밤에 십리를, 백리를 자처하던 청년

송정용을 재를 넘던 소리개야 보았느냐, 이런 사람 보았느냐

 

황토현에서 피아골에서

갈한 침 삼켜가며 들국화 피어날 때

북간도부터 백두대간을 타며 양초를 씹던 애국 애족의 후예

스무살 나이에

내 나라 내 땅 살찌우고자

첫째도 조국 둘째도 내 민족 걱정하던 이성동 송정용

싯푸른 청춘에 철퇴를 내려친 자 나오라

기독인 구국기도회와 짝패

신사참배를 올리던 간음의 역사로 강물은 피로 물들고

산지사방

흩어진 여순 항쟁 뼈 밭에서

들꽃으로 피어나는 이들의 이름이

낱낱이 불려 나오기 전까지는

금수강산 아니라 삼천리는 흑수강산이다

 

 

산마다 자지러지는 가을 단풍도 야생초 화려한 봄의 제전도

여순 항쟁에 몸 바친 청춘의 목숨꽃으로 말미암음이니

하늘이 내리는 계절의 축복이라

함부로 말하지 말라

그 모두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여 기꺼이 목숨을 바친

제2 제3의 송정용, 여수와 순천 보성 등

남도 아들딸들 피 값으로 얻은 화려강산이다

 

희생자 고 송정용 님의 어머니, 고 이금월 님이십니다.
희생자 고 송정용 님의 어머니, 고 이금월 님이십니다.

 

*. 희생자- 아들 송택주 님의 부친 고 송정용 님이십니다. 1948년 11월 15일 변을 당하신 것으로 추정합니다. 당시 전북 완주 군 이서  면 이성리 여산 송씨 집성촌에 아내 고 최완옥 님과 거주 중이셨다죠. 동갑내기로 16세에 결혼, 슬하에 오직 49년생 따님 한분과 아들 송택주 님 한 분을 남기셨습니다.

  전주공고에 다니던 중 학생운동에 뛰어들었으며 46,7년에 든 큰 가뭄과 연이은 홍수로 흉년이 겹쳤는데 양곡 강제 수매 등, 미 군정의 폭압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이에 저항하는 활동을 펼칠 뿐더러 평소 소작인의 삶을 매우 안타까워했던 바, 계몽적인 문서를 자체 인쇄하여 주민들에게 살포하는 등, 소작쟁의를 도모하고, 주민들의 문맹 퇴치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던 남다른 애국 청년이셨답니다. 10여 명의 동지와 함께 삼례 소양 비봉을 무대로 진보적 행보를 보이던 중 체포 구금되어 재판을 받고 48년 9월 15일 포고령 위반으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일단 석방되십니다. 하지만 10월 19일 여순 민중항쟁 발발로 예비 검속령 때 다시 검거, 48년 11월 13일 토벌대가 마을을 포위, 연행 3일 후 소리개재에서 처형되셨습니다.

*. 애국하는 것이 왜 죄가 되나요. 동포들의 애닯은 삶을 개선하려고 불철주야 애쓰는 것이 어째 죽어야 할 죄입니까. 소작인을 위한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외치고 외쳐 대대로 내려오는 누대의 가난을 근본적으로 퇴치, 너도나도 잘사는 대한민국을 꿈꾸는 것이 왜 죄가 되어야 합니까. 불평등의 턱을 헐고자 하는 그 비장한 뜻에 국민의 이름으로 표창은 못할망정 무엇이 죽을 죄인가요. 그렇게 바른 뜻을 가진 정의로운 청년을 누가 무슨 법조문으로 살해했나요? 왜?왜?왜?

그 고귀한 수백만의 생명을 빼앗은 자, 이승만이라는 자는 어째서 자연사 했나요?

버터와 치즈 구호물자로 미끼를 던지며 대한민국에 상륙한 미국은 점령군을 넘어 침략국이다. 대한민국에 안전을 보장한다는 미명하에 한반도의 허리를 동강 내고, 남북의 대치상황을 조장하며 남한에서 해마다 무기값으로 수십 조를 뜯어가는 미국은 물러가라! 대량의 살상무기 실험장으로 한반도에 전쟁을 다시 시도하려는 미국을 전 지구촌민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더는 사진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김승원 주주  heaj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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